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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도서관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33
박효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06년 1월
평점 :
검사받는 일기쓰기... 학교에 들어가서 해야하는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일기쓰기. 그 일기쓰기 전통은 학교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져야 하는 걸까? 도대체 왜 '검사받는 일기쓰기'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곰곰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하루를 반성하게 하려고? 글쓰기 능력을 키우려고? 하지만 일기나 독후 활동은 오히려 글쓰기나 책읽기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반성한다는 원래 의도는 사실 검사받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애초에 솔직한 소재선택을 방해받으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일기도서관>은 일기쓰기를 힘들어하는 민우가 겪는 판타지(?)이다. 초등 저학년 대상 책이어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일기도서관'에서 베낀 일기를 내는 민우, 늘 잘 쓴 일기로 칭찬받던 벼리도 사실 베낀 일기를 냈었다는 이야기로 진전될 수록 심각해졌고, 민우가 베껴 쓴 일기가 알고보니 담임선생님의 어린 시절 일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기쓰기의 괴로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열줄 이상 채워야하는 일기쓰기는 여전히 계속되리라는 예감때문이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담임선생님이 일기도서관으로 끝내 들어서지 못했다는 사실도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일기도서관'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지만, 일기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담임선생님의 모습은 상당히 현실적인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