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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의 탄생 - 자본주의적 연애제도
베스 베일리 지음, 백준걸 옮김 / 앨피 / 2015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연애와 결혼에 관한 숱한 상식들이 알고보면 대부분 미국에서 전해진 문화적 규범과 체계라는 점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읽었다. '데이트'라는 용어와 그 용어가 의미하는 행동 규범과 패턴들은 너무나 절대적이고 놀랍게도 지극히 '상식적인' 힘으로 나에게도 연애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해왔다. 물론 이 '데이트'라는 연애 규범이 만들어진 배경, 의미, 이데올로기 등과는 하등 상관없이 말이다.
이 책은 1930년대~60년대까지 미국사회에서 형성된 <데이트라는 관습>을 발생과 경제적 의미, 규범과 시스템, 국민문화의 형성 등등의 주제와 연관지어 다루고 있다. 원래 지극히 사적인 연애가 어떻게 공적인 시스템과 연계되고, 이것이 사회문화규범을 형성하며, 그 내부의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결국 데이트의 탄생에서 종말까지가 연구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남성과 여성의 확고한 분리, 즉 남녀를 절대적인 성별 역할로 나누고 그 속에서 남성의 절대적 우위 권력을 강조하면서 미국 백인 중산층 문화를 공고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던 데이트 문화는 1960년대 미국사회의 격변, 성혁명, 페미니즘 운동의 유행 등의 요인과 함께 변화를 겪고,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책의 표제와 같이 데이트는 미국 자본주의의 연애제도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데이트라는 행위를 전혀 자본주의적 연애제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쩌면 인류가 생긴 이래로 남녀간의 연애과정에 항상 존재했었던 것처럼(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상당히 낭만적인 연애 과정의 일부라고만 생각해온 나 자신에게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방식과 사고방식에 조차 결합되어 있었던 자본주의적 모든 방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한 책이다. 데이트라는 주제를 둘러싼 숱한 측면을 상당히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이를 매개로 청년문화의 속성이나 특징에 대해서도 연관지어 생각해볼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물론 사랑과 연애, 결혼문화와 관련된 젠더의식을 연구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한국사회에 데이트라는 문화가 '전파'된 과정은 분명 미국문화의 수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을 터이니 이 또한 재미있는 연구 주제가 될 것 같다.
이 책의 기본 태도는, 데이트의 탄생이 미국 사회 및 문화에 일어난 대격변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논점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통신,운송,경제 시스템의 구축, 교육의 확대, 도시화 및 산업화 등이 가져온 국민문화 체제의 발전이다. 비록 이 문화가 미국 시민 전체를 다 망라할 수는 없겠지만, 교육의 민주화와 여가 및 가처분소득의 증가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을 국민문화 안으로 끌어들였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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