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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박상영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라는 4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가벼운 소설이고 '퀴어'라는 문제를 신세대의 감각으로 다룬 소설인가 여기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을 읽으면서 긴장되기 시작했다.
온 세상으로부터 온통 마음이 짓밟히고, 상처받고, 아파하면서 누군가는 "단 한번이라도 내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살아가는 것, 그 살아감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특히 나를 낳고, 기르고, 어두운 곳에 방치해 둔 엄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가족이라는 존재가 오히려 더 큰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가슴아팠다.
사실 퀴어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잘 알지도 못하는 영역이었기에 이해하기 어렵고, 오독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왜 작가가 대도시의 사랑이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이해가 된다. 그만큼 외로운 사랑이라는 뜻이리라.
엄마는 아예 잔디밭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을 보는 그녀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어쩌면 내 앞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저 사람도, 45킬로그램에 쉰아홉살의 그녀도 나와 비슷한 마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로 말미암아 인생이 예상처럼, 차트의 숫자처럼 차곡차곡 정리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가장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핏줄이 연결된 것처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존재가, 실은 커다란 미지의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인생의 어떤 시점에는 포기해야 하는 때가 온다는 것을.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생각을 멈추고, 고작 지고 뜨는 태양 따위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소 짓는 그녀를 그저 바라보는 일.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일.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일뿐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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