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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ㅣ 원전대로 읽는 세계문학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영귀 옮김 / 새움 / 2025년 7월
평점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새움출판사 #김영귀옮김

‘변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은 카프카의 ‘변신’을 읽기 전후가 다르다.
이전에는 악한 존재를 처단하는 히어로로의 변신, 도술이나 마법을 부리는 자들의 변신이 자연스레 떠올랐다면,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난 뒤로는 인간이 벌레로 변하는 ‘변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이 소설이 주는 여운과 제목에서 나오는 임펙트는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유년시절에 동화책으로, 그리고 학창시절에는 간단한 지문으로 읽어보고 난 뒤에 전체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찾아 읽었으나 그 기억이 생생하지는 않고 막연하게 좀 충격적이라는 느낌만 남아 있다.
이번 새움출판사의 <변신>을 읽기 전 기대했던 이유도 과거에 이러한 느낌으로 남은 이 소설이 지금 40대인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고전소설이라지만(‘고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지루한 느낌과는 무관하게) 속도감과 흡입력이 좋기 때문에 술술 잘 읽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읽다 멈추게 된다.
멈추고 상상하고 ; 그레고리 잠자가 벌레로 변하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했을까? 본인이 생각한 말이 실제로 들린 소리는 우리가 알고있는 벌레소리에 가까웠을까?
그리고 멈추고 생각한다 ; 놀람, 측은함, 혐오감.. 인간에게 일련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 올 경우 어떠한 감정이 우선될까? 사람에 따라 지배적인 감정은 다를 수도 있을까?
‘벌레로 변해버린 스스로에 대한’ 주인공의 이해와 감정의 변화
‘벌레로 변해버린 가족이자 타인에 대한’ 주인공 가족들의 이해와 감정의 변화
를 비교해보면서 읽게 된다.
나에 대한 자기혐오와 자기위로, 타인에 대한 인식전환과 태세전환이 공존한다.
처음 카프카가 <변신>을 출판할 때 출판사에 보내는 편지에서 그레고르가 변신한 곤충 모습을 표지 그림에 그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딱정벌레, 갑충으로 상상되는 제법 큰 사이즈의 등이 딱딱한 insect의 모습은 마치 바퀴벌레와 비슷하게 떠올랐다. 그와 함께 해충에 대한 악감정과 두려움, 혐오감이 자꾸 튀어나오다가도, 주인공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다가 날벼락처럼 이런 벌레가 되어버리고 만 현실에 대해 측은지심과 의문감, 슬픔, 안타까움도 함께 공존하는 것은 제법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로 치명상을 입는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 읽어보았다. 사랑해왔고 부양해온 부모가 던진 물건에 맞은 사실 자체도 너무나 슬픈데, 아빠가 던진 물건이라는 것이 전혀 위협적이지 못한 과일이다. ‘빨갛고 맛있는 사과’라니. 아이러니하다.

그레고르 잠자에게 의존적이었던 가족들이 점차 독립적으로 변화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내 시각은 긍정적이라기 보다 시니컬하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독립적으로 변화한다.’에 동의하는 바이나 일부 장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의존적인 잠자의 부모를 비꼬는 듯하다. 마지막 단락에서 아들을 갓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새삼 딸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깨닫고 결혼시장에 내놓는(?) 것을 동시에 떠올리는 듯한 문구로 소설이 끝난다.

정말 이 가족은 주인공인 구성원을 잃은 거대한 슬픔과 위기를 발판삼아 갱생하게 될까. 아니면 그저 타인만도 못했던 주인공의 ‘문제’로 위기를 겪었지만 이겨내고 본연의 나태하고 무의미했던 삶으로 돌아가는 걸까.
삶이란 이처럼 허무하다.
인간은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적응하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벌레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직곽적이며 단순한 내용으로도 많은 생각과 의문을 던지는 소설; 카프카의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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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