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이란 근본적으로 무엇이고 치료할 수 있는 종류의 병인가,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사실 이 책은 이런 심오한 종류의 질문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불행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공중그네>는 그들을 믿기지 않을 만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깨달은 바가 있다면, 살아가는 동안 심오하게 느껴지는 모든 것들은 ‘무겁게 생각하는 습관’과도 같다는 것이었다. 진실만을 말하고, 진중하게만 생각하고자 하며, 최선의 선택만을 하는 것. 작가는 어쩌면 그 해결책으로 ‘이라부처럼 생각하기’를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는 동안 모든 것들에 대해 좀 더 가볍게 생각해보는 것.
“얏호~!” 이라부가 천진난만하게 스윙을 했다.
고헤이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예전에 번지점프 이벤트를 주최한 적이 있는데, 열이면 열, 좀처럼 뛰어내리질 못했다. “뛰어내려도 돼요?”라고 짜증이 날 만큼 되묻곤 했다. 이라부에게는 그런 면이 없다.
이 얼마나 결단력 있는 사람인가. 대개는 주저하게 마련이다.
이 얼마나 결단력 있는 사람인가. 나는 이 대목에서 작가가 이라부를 통해 해주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라부가 단순히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미리 겁먹지 않는 사람이다. 어찌 보면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을 굳게 믿는 사람이기도 하고,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이라부를 찾아온 사람들은 그를 보며 자신들도 모르는 새에 치유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는 몇 시간만큼은 이라부가 되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책을 다 읽어갈 무렵에는 치유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소설 속 이라부는 뚱뚱하고 별 볼 일 없는 어느 작은 병원의 돌팔이에 불과하지만 어느새 나는 그를 동경하게 된 느낌이었다. 누구에게라도 이라부처럼 살아가는 삶은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라부처럼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공중그네>를 통해 대리만족하며 치유 받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공중그네에서 결단력 있게 뛰어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많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