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면서 시작인 이야기’, 에디의 이야기는 그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신선한 이야기의 구조는 우리를 단숨에 책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중간 중간 삽입되어있는 에디 생의 생일날 에피소드들도 흥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책에서 의미 없이 쓰인 문장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주제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인연들은 단 하나도 무의미한 것이 없다. 스쳐지나간 인연도 언젠가는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감히 우리는 그 접점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는 과거의 인연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미래의 누군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임에 분명하다.

 

“우연한 행위란 없다는 것.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

파란 사내가 에디의 어깨에 팔을 얹자 따스하게 녹아드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파란사내가 말했다. “타인이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에요.” … “낭비된 인생이란 없어요. 우리가 낭비하는 시간이란 외롭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뿐이지요.”

 

이처럼 모든 인연이 연결되어 있다는 방식의 사유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허투루 보낼 인연은 없으며 모든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듯하다.

 

“희생. 자네는 희생했고 나 역시 희생했어. 우리 모두 희생을 한다네. 하지만 자네는 희생을 하고 나서 분노했지. 잃은 것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했어. 자네는 그걸 몰랐어. 희생이 삶의 일부라는 것. 그렇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 희생은 후회할 것이 아니라 열망을 가질 만한 것이라네. … ”

 

사실 대위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그저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가. 나는 도저히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나 또한 이미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희생을 실천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나의 몫을 크든 작든 포기하는 행위. 희생은 나누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생일 선물을 주는 것처럼 뿌듯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희생은 내 몫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비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건 아무도 분노를 안고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죽으면 영혼은 분노에서 벗어나지요. 하지만 이제 저세상으로 가려면 왜 분노를 느꼈는지, 왜 이제 분노를 느낄 필요가 없는지 이해해야 해요.”

그녀가 에디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아버지를 용서해야 해요.”

 

용서 또한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분노를 품고 사는 삶은 스스로를 궁지로 밀어 넣는 어리석은 짓이다. 에디 또한 진작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그처럼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방식만으로 아버지를 재단했으며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비록 죽은 뒤 진정으로 그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었지만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서 아버지를 원망해야만 했다.

저자는 죽은 뒤 에디가 자신의 삶을 다시금 밟아나가며, 자신과의 화해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을 모두 이해하는 과정을 차례로 들려주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첫째는 현재의 삶에서 혹여나 고통스럽거나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오더라도 꿋꿋하게 살아나가라는 것이다. 어떤 삶이라도 죽음은 곧 우리들의 인생을 촘촘히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둘째는 이미 책을 읽은 이상 에디의 삶을 교훈 삼아 지금의 삶 속에서 인연, 희생, 용서, 사랑, 화해를 실천하려 노력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행위들을 죽음 뒤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할 거야. 아담과 이브 이야기 말일세. 아담이 지상에서 맞은 첫 밤과 비슷할 걸? 그가 자려고 누웠을 때 말이지. 아담은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잠이 뭔지 몰랐으니까. 눈을 감고서 이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 했겠지? 한데 그게 아니었지. 다음날 깨보니 새로운 세상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에겐 또 다른 게 있었다네. 그는 어제를 갖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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