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에게 도 여행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첫째는 바람이 선선하고, 햇볕이 좋은 날 유럽의 외곽 도시들을 걷는 한가로움. 둘째는 일본의 어느 아담한 잡화점에서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소박함. 셋째는 지중해 해변을 맨발로 걷는 자유로움. 이렇듯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모습은 어쩐지 소박하고 한가로우며, 자유로운 종류의 것들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도 어쩌면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의 자유로움에 대해 갈망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대단한 집순이다. 집에서 먼 곳으로 놀러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매우 귀찮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혼자 하는’ 여행이란, 나답지 않게 자꾸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몇 시간 동안 혼자 여행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몇 번이나 상상했는지 모르겠다. 상투적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상상만으로도 나는 설레고, 두근거렸다.

 

모든 인생은 혼자 떠난 여행이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기도 하고 목적지가 바뀌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자신의 행복을 좇아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혼자 행복할 수 있어야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혼자 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나 또한 점점 궁금해졌다.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정말 여행을 혼자 떠나면 나를 찾을 수 있는 걸까. 나는 대체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수동적인 편이다. 특별히 나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과 원만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지향한다. 이런 면에 있어서 특별히 문제가 있다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나는 혼자 있을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 동행자에게 면밀하게 관찰을 당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이 억제될 수도 있다. 또 우리는 동행자의 질문과 언급에 맞추어 우리 자신을 조정하는 일에 바쁠 수도 있고, 너무 정상으로 보이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호기심을 억누를 수도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나야말로 진정 혼자만의 여행이 필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에게는 ‘용기’만이 필요한 듯싶다. 타지에서 한가롭게 거닐며, 거리의 자그마한 잡화점에 들리고, 해변의 모래를 맨발로 맞이할 용기만 있다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거창하고 고급스러운 여행이 아니더라도 진정한 ‘나’와 함께 마주보고 여행할 수 있는 날을 한시라도 빨리 만들어야겠다.

 

여행할 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행 자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