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보고 책장의 구석에 박아둘 책은 확실히 아니다. 오히려 책상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두고 계속해서 열어봐야 할 책이다. 심도 있는 두꺼운 책이기보다는 쉽게 읽히는 가벼운 책에 가깝기에 더욱 애정이 간다. 책은 구겨지지 않게, 펜 자국이 남지 않게, 최대한 새 책처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나의 편견을 완벽히 부숴준 장본인. 책의 다음 장을 넘길 때마다 설렌다.

 

당신은 어떤 페이지를 누군가에게 보여 주어야 할 수도, 책을 여행 트렁크 안에 넣고 가야 할 수도, 준비물이 필요할 수도, 어둠 속에서 책을 펼쳐야 할 수도 있지요. … 그냥은 하기 힘든 말을 하고, 당신은 몰랐지만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혹은 약해졌던 마음의 체력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준비되었다면 다음 페이지를 펼쳐 볼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이 책을 보고 책다운 책이 아니라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지도 않고, 철학적이거나 심오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도 않다. 글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그림책에 가깝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스스로 느끼고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장치들로써 기능한다. 책에 실려 있는 패러디 아트들은 우리가 스스로 원작을 찾아보도록 은근히 유도하고 있고, 짧게 실려 있는 글들은 우리를 스스로 길게 사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수백 페이지가 넘는 두껍고 무거운, 때로는 행복을 강요하는 이상론들, 현실적이지 못한 조언들,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단어들과 철학적 사고들을 주입하는 문장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런 것들을 ‘진짜 책’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1cm art>는 독자들이 저자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특히 'special art part'를 따로 두어 독자들이 언제든 일상 속에서 책을 다시 펼쳐보게끔 유도하고 있다. 책을 읽는 행위가 정적이고 수동적인 종류의 무엇이 아닌,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행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선하고 창의적이었다.

나 또한 그 동안 ‘책’은 ‘묵묵히’읽는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책읽기’를 일상과 동떨어진, 시간을 따로 내야하기에 다소 성가신 행위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1cm art>는 구매하는 순간부터 읽기 전, 읽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어릴 적 동화책을 집어든 것과 같은 설렘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랜만에 ‘호기심’과 함께한 독서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아무래도 ‘진짜 책’과 ‘가짜 책’을 가르는 기준은 일상을 살아가며 계속해서 그 책과 함께할 수 있는가. 즉, ‘지속성’에 있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1cm art>는 지속가능한, 소장가치 있는 책이 되는 것이다.

아, 그리고 여느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나는 발견했다. 내가 여러 번 언급했던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그러니 매일 아침 설레도 좋다.

빨간 숫자인 날도, 빨간 동그라미 친 날도 아닌

평범한 어느 날의 수요일도

나만의 작지만 즐거운 기념일이 될 수 있으니-

시끄러운 클럽 음악 아닌

내 목소리를 듣는 차분한 금요일,

소수의 소중한 사람만이 모인 생일,

따뜻한 찌개와 가족이 있는 크리스마스,

원 없이 뒹굴거린 주말-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별일 없는 조용한 날들로부터

또한 온전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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