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따진다면 굳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들이 많고, 이미 우리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나누어 세세히 정독했을 때 눈에 띄는 몇몇 내용들이 있어 소개해 보려 한다.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시간은 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상황에 따라 더디게 혹은 빠르게 느껴지는 법이다. 자신이 무언가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는 시간의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경우엔 시간이 무거운 추를 매단 듯 더디게 간다.

 

이 부분에서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조화의 시간’이었다. 나 또한 시간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화의 시간은 막연한 느낌을 하나의 어휘로 확정 시켜준 것 같았다. 나조차도 잊은 채로 온전히 그 시간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때의 집중은 우리를 생산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조화의 시간을 갖는 때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 만큼 가치 있는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증거일 것이다.

 

‘가진다’와 ‘된다’는 달라도 너무 다른 말이다. … 다시 말해 사람은 ‘되는’ 것은 가능하되,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 인간이란 무언가가 되는 운동을 계속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너무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의미를 혼동하며 사용해왔던 단어들도 있었다. 장래희망을 이야기할 때 말이다. ‘화가가 되고 싶다’와 ‘잡화점을 갖고 싶다’의 차이. 살아오며 지금껏 나는 단 한 번도 ‘가진다’와 ‘된다’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놀랍게도 이 두 단어는 굉장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현대사회에 와서 우리는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욕망을 지닌다. 반면, 내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대체로 귀찮아하며 중요시하지 않는다. 이런 사고방식은 어떤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 자체가 어떤 사람인가보다 어떤 집, 어떤 차를 소유하고 어떤 가방을 매며, 어떤 옷을 입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편으론 깊이 공감하며, 한편으론 씁쓸해지기도 한다.

 

아예 무언가를 미리 상상하지 않는다. 예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사실과 마주할 따름이다. 미리 생각할라치면 생각이 마구잡이로 샘솟는 탓에 이내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 그런 무게 있는 생각들을 가불하듯 미리 앞당겨 갖고 싶지 않다. 매순간 홀가분하게 사실과 마주하고 싶을 따름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인상 깊었던 마음가짐이었다. 나는 잔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은 편에 속하는데, 때문에 자주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걱정하고, 미래에 있을 일들에 대해 예상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이런 생각들은 시간을 갉아먹고, 미래의 어떤 가능성을 옭아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상상하여 걱정하는 일들은 대게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영양가 없는 생각들에 매진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