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전문화되고 복잡, 다양해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한 분야에 몰입하는, 대신 정작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에 무관심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상식’이라는 것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우리네 실상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이리 각박한데 여유롭게 교양서적들을 들춰보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들의 불평에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 책만은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정독이 아니라 통독이라도 좋으니, 한 번 쯤 들춰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지적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선 가장 기본적인 교양들을 넓고 얕게 풀어놓은 가벼운 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삶에 치인 우리에겐 어쩌면 시작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쩐지 이 정도라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기도 했다.

 

영원회귀에 따르면 이 순간은 무한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이 순간의 길이는 삶의 반복만큼 무한대로 길어진다. 반면 인생은 100년이라는 유한한 시간일 뿐이다. … 만약 지금 이 순간이 힘겹고 고통스럽다면, 그 고통은 영원할 것이다. 반대로 지금 이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이 행복은 영원할 것이다. 니체는 우리에게 현명해질 것을 요구한다.

 

여러 파트 중에서도 철학은 가장 어렵게 읽히면서도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선했던 내용을 뽑자면 난 니체의 영원회귀를 들고 싶다. 영원회귀는 위에 나타나있듯이 한 사람의 평생이 무한히 같은 양상으로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다소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이 이론은 나에게 삶을 인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나의 삶은 한정적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무한히 반복되기에 영원한 것이다. 내가 지금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행복해야할 가장 확실한 이유이다.

 

A가 점잖게 말을 잇는다. “장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말이야, 머리를 써야 한다네. 눈을 감고 고도로 정신을 집중해서 말들의 다음 움직임을 논리적으로 예측해야 하지. 자네는 머리를 쓰지 않는 게 문제네.” … B가 말한다.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먼.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얻을 수 없는 게 있다네. 삶의 경험은 생각만으로는 얻을 수 없지. 진짜로 장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작정 많이 해보는 것뿐이라네. 수많은 실수를 통해 우리는 장기판을 장악하는 법을 알게 되지.” … C는 둘에게 걸어와 소리쳤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네! 너희, 장기를 말로 하냐? 그냥 하지마!” 그러고는 장기판을 뒤엎어버렸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비록 각 파트 별로 나뉘어져 있지만 하나의 중심 개념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읽는 중에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것, 안심하고 생각의 나래를 펴고,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그 중심 개념이 바로 위에서 등장한 A, B, C,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이다. 저자는 중간 중간 등장하는 어렵고 심오한 개념들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와 예시를 자주 사용한다. 이 점이 나의 흥미를 상당부분 자극했다.

어찌 됐든,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결코 제목만큼 겸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상황에 따라 진정 필요한 것은 좁고 깊은 지식보다 넓고 얕은 지식일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상투적이지만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라는 문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세렝게티에 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도 사자와의 대면에 대비해서 이 책을 읽어 두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