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 독자들이 선택한,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2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사실 이 책을 처음 서점에서 집어 들 때,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많이 팔리는 책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원채 길거나, 복잡하거나, 골치 아픈 책을 멀리하는 나인지라 대화체로 깔끔하게 들어차 있는 책의 안쪽을 한 번 펼쳐보고는 큰 고심 없이 구매했다.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어려운 단어 한 번 나오지 않았지만, 어려웠다. 책을 읽어나가며 계속해서 ‘생각’했다. 대부분의 책들은 독자들을 ‘읽는 이’로 만드는데 비해, 이 책은 ‘생각하는 이’로 만들어주었다. 나는 책을 읽는 몇 시간 동안 수십 번도 더 청년이 되었고, 철학자가 되었다. 현실에 좌절하고 헤매기도 하며 여전히 반항적인 청년이 되었다가도, 또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하는 철학자가 되기도 했다. 이미 세상을 깨친 듯이 여유로운 학자처럼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이를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하고 나니 비로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다.

 

그래. 아들러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일세.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말하자면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왜 이리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선택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들 또한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남에게 미움 받을 용기, 누군가를 진심으로 신뢰할 용기, 진정한 친구를 만들 용기, 또는 대가 없이 공동체에 공헌할 용기. 우리는 어쩌면 모두 ‘용기 있는 자’가 되기를 언제나 갈망하는 지도 모른다. ‘용기’란 모든 긍정적인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근원에 있는 것인 듯하다. 용기 있는 자는 사랑 할 줄 알고, 신뢰 할 줄 알고, 행복할 줄 알고, 감사할 줄도 안다. 나는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용기들 중에서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용기’에 대해 가장 강조하고 싶다. 이는 열등감과도 상통하는 내용인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자라면 이외의 다른 용기들 또한 이미 지니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 확신한다.

 

인간관계의 중심에 ‘경쟁’이 있으면 인간은 영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움받을 용기>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는 벌써 행복한 사람이 된 듯했다. 아니,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아들러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용기로써 변할 수 있으며 변화함으로써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용기 있는 이, ‘지금, 여기’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변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목표 같은 건 없어도 괜찮네.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사는 것, 그 자체가 춤일세.

인생 최대의 거짓말,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 것이라네.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고, 인생 전체에 흐릿한 빛을 비추면서 뭔가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 거지. 자네는 지금까지 ‘지금, 여기’를 외면하고 있지도 않은 과거와 미래에만 빛을 비춰왔어. 자신의 인생에 더없이 소중한 찰나에 엄청난 거짓말을 했던 거야.

 

정말 아들러의 이론은 더없이 평범한 것들이었다. 모두 알고 있지만 먼 이상이라고만 여겨왔던 것들을 이 책은 한 발자국씩 차분하게 설득해 나간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길잡이 별’ 같은 책이 될 것이 분명했다. 춤을 추며 나아가는 삶이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탐나는 인생이니, 우리 모두 아들러처럼 춤을 추듯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춤을 추고 있는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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