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뭐랄까. 편지를 적고 있는 이들의 담담한 표현들에 비해, 읽는 이로 하여금 눈물 흘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의 편지는 대개 한 장에서, 길게는 두 장 남짓 되는 짤막한 형식이었다. 또한 편지를 쓰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고통스럽고 아픈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아픔을 말하더라도 과거에 그러했었다, 혹은 그래도 힘을 내겠다, 이제 괜찮다는 식의 표현들로 자신들의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죽은 이에게 닿을 수 없는 편지임에도 그들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고인과 함께 했던 나날들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들을 마음에 묻고 더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직 네 곁으로는 갈 수 없겠구나. 유리의 착한 마음씨를 느낄 때마다 아직은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리고 일 분이라도, 일 초라도 길게 네 몫까지 유리를 지켜봐 주고 싶으니까.

너는 훌륭한 ‘보물’을 엄마에게 남겨줬단다. 고맙구나.

노부에, 너도 내 보물이야.

 

소중한 사람을 영영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또, 그들을 아름답게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 바람이 불 때마다 그들을 떠올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배운 바가 있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올바른 방법이 그것이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해주고 그들이 했던 말, 그들의 생각, 살아가는 방식 등을 계속해서 되새기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어쩌면 죽은 이들은 자신이 살아생전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떠난 후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했다. 잃어본 사람만이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전보다 더욱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아비와 어미는 전보다 더 가까워지고 성실하게 일하며 사람과의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고 소박하지만 다정하고 행복하게 산단다.

널 아는 모든 사람이 너를 생각하며 용기를 얻어 살아간단다. 고마워.

 

책에는 모두 153개의 편지가 실려 있다. 153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것이다. 새삼스레 벅찼다. 153명의 소중한 기억과 사랑이 짧은 편지 한 장으로도 충분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이 앞으로 더욱 빛났으면 했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이니 분명히 그러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새삼스러운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있잖아, 엄마. 엄마는 무덤에 있기 불편할 거 아냐. 빨간 옷을 입고 바람처럼 다시 고베에 꽃을 보러 올 거잖아. 그러니 난 무덤에 가지 않을 거야. 바람이 불면 엄마라고 생각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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