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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치유하는 33가지 지혜 ㅣ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치유 여정
김영선 지음 / 생활성서사 / 2021년 10월
평점 :
가톨릭 신자분들이 구약성경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벌을 내리시는 무서운 하느님? 율법? 지루한 이야기?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이것저것 많은 성경?
생활성서사에서 출간한 “관계를 치유하는 33가지 지혜”를 읽으시면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김영선 수녀님이 쓰신 책으로,
<구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치유 여정 시리즈>의
세 번째 도서이자 시리즈 완결편입니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자기자신, 사람, 사회 또는 공동체, 자연, 하느님과의 관계를 만나고 묵상할 수 있는 책입니다.
수녀님께서는 인물에 대한 설명, 시대적 배경을 상세하게 소개해주시기 때문에
구약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의 첫 주제는 “자기자신”입니다.
저는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먼저 짚어주시는 수녀님의 통찰에 놀랐습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부터 바르게 세우는 것,
그를 위해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고 생각하도록 돕는 글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묵상주제를 안겨줍니다.
저는 첫 인물‘사울’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열등감을 꼬집으셨던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24쪽.
사울은 자신에게 없는 것에 주목하느라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보지 못했고, 그 소중한 것들을 제대로 살아 내지 못하였습니다.
열등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는 여러 sns를 통해서 하루에도 여러 번 타인의 삶의 한 부분을 만납니다.
저는 책 계정을 주로 팔로우하면서
저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사람들, 책을 협찬받아 읽는 사람들을
무척 부러워하였습니다.
수녀님께서 들려주시는 첫 이야기를 읽으며,
책 자체를 좋아하고,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던
저의 고유한 모습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돌렸습니다.
타인과의 비교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충만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주제 <사람>에서는 “욥”을 조명합니다.
의로운 사람 욥은 어느 날 갑자기 건강과 가족, 가진 모든 것을 잃습니다.
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욥은 하느님께 직접 여쭙고, 항변하고,
그분 앞에서 자신을 변호하고자 합니다.
끝까지 하느님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며, 하느님께서 대답하실 때까지 기다립니다.(90쪽 발췌)
저는 욥이 보여준 기다림의 힘은 하느님을 향한 신뢰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 앞에 쉽게 포기하고, 하느님을 떠보려는 마음은 거두고
믿고 기다리는 신앙이 필요합니다.
사회 또는 공동체, 자연에 이어 책의 마지막 주제는 <하느님>입니다.
270쪽.
어제의 하느님이 아니라 오늘의 하느님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어제 내가 만든 하느님의 형상이 아니라 참하느님 앞에 다시 서기 위하여 거듭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셨나 봅니다.
저도 매일 산 위에 새로 오르고 싶습니다. 하느님도, 너도, 우리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볼 수 있도록,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단 하루도 어제 본 구름이 그 자리에 뜨지 않습니다.
어제의 햇살과 오늘의 햇살은 다릅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이 다르고,
풍경을 이루는 나뭇잎 또한 시간을 품고, 계절을 머금으며 매일 새로이 달라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어진 매일을 새롭게 보는 눈을 잃었습니다.
하느님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의 하느님과 오늘의 하느님, 10년 전의 하느님을 박제하여
나의 좁은 마음에 가두어 모시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 산 위에 홀로 오르신 예수님처럼
거듭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루카복음의 기도처럼 “주님, 제가, 우리가, 다시 볼 수 있길” 희망합니다.
깊어지는 가을,
김영선 수녀님께서 초대하시는 33가지 지혜의 길을 걸으며
나와 이웃,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