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찾다
문재상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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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단숨에 읽은 책도 오랜만입니다.

"걷기"나 "순례"에 관한 책은 이전에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걷는동안 떠오른 여러 단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주제가 자칫 심오해지기 쉬운데요,

이 책은 단순합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대로 인정하여 그대로 두고,

고민했던 과정과 결과를 미화하지 않습니다.

그런 단순함과 담백함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한 매력이기도 합니다.

구체적 여행 계획없이 40일동안 전국을 도는 것,

돈은 가져가지 않고, 생기더라도 쓰지 않는 것,

얻어먹고 얻어자기.

무엇보다

신학생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길을 떠납니다.

이 책에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신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 문장을 만날 때면 독자인 저 역시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며 여유를 되찾습니다.

일상을 살며 저는 얼마나 많은 순간,

의식하지 못한 채 몸에 힘을 주며 살아가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신부님의 글을 읽을 땐

"왜 걱정하지? 주님께서 도와주실텐데"하면서

정작 저의 하루는 전전긍긍으로 채우고 있었습니다.

걱정쟁이, 별 걸 다 걱정하는 소심쟁이인 저에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숱한 걱정들로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이날, 바로 오늘을 충만하게 살 것과

어제는 오늘을 걱정하고, 오늘은 내일을 걱정하는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을 일깨우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책의 중반에 노숙자들 사이에서 하루를 보냈던 날의 일기가 가장 와닿았습니다.

노숙자의 이웃이 된다는 것은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으셨다는 고백 앞에

저도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나와 타인, 좀 더 솔직하게

'나'와 '내가 아닌 사람'을 구분지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나와 잘 통하는 사람은 한껏 껴안지만 다르면 쉽게 거리를 둡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며

싫은 것도 한 번은, 싫은 사람도 한 번쯤은 바라보고, 생각하며

기도드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웃과 하느님을 만나는 길 위에 올랐습니다.

하늘이 제법 높아지고 바람도 선선해진 요즘,

걷기에 참 좋은 나날입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축복의 화살기도를 바치며

기쁘게 살아가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새날처럼 반길 수 있는 힘을 얻었으니

좀 더 사랑하는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저도 길에서 길을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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