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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 - 어느 책 중독자의 수다
존 백스터 지음, 서민아 옮김 / 동녘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외국의 책벌레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연 관심이 미쳤다. 그래서 빼들은 책이 바로 요 것이다. 무엇보다 사냥꾼이란 말이 재미있다. 수집가, 장서가라는 얌전한 표현도 있을 텐데, 굳이 책 제목을 이렇게 도발적으로 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아하, 일면 수긍이 갔다. 희귀서적 앞에 선 책 사냥꾼들의 눈빛은 마치 토끼를 바라보는 사냥꾼(그가 한 일주일 굶었다고 치자)의 눈빛처럼 광기가 서려있다. 그들은 원하는 책을 구하기 위해 해외원정도 마다하지 않으며, 친구 등처먹는 일을 예사로 안다. 뭐,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아무래도 책 사냥꾼에게 법의 가치는 별 의미 없어 보인다.
이 책의 저자 존 백스터 역시 책 수집이 자신의 존재 의의라며 호들갑을 떨 정도로 대단한 책 사냥꾼이다. 덕분에 이 책에는 책 수집에 관한 저자의 노하우와 일화가 다양하게 실렸고, 수집 할 만한 희귀서적에 대한 정보도 상세하게 다뤄지고 있다. 꽤나 역마살이 낀 운명이신지, 배경도 런던, 파리, LA, 호주 등 거의 모든 대륙에 걸쳐 이어진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SF소설들에 관한 이야기다(저자 자신이 SF소설가이기도 하다). SF라는 장르의 탄생 직후, 그 계보도를 잇고 있는 소설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러브크레프트의 문장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비판이나 괴팍했던 그의 성질머리에 대한 에피소드 등등, 국내에선 좀처럼 접하기 힘든 내용들이 실려있다. SF 팬이라면 이 책에 실린 책 목록(부록으로 정리돼 있다)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할 듯싶다.
다만, 저자의 개인사가 너무 장황하다는 점은 불만이다. 사실 책의 제목을 '책에 얽힌 존 백스터의 사적인 이야기들'이라고 지었어야 마땅했다(그랬다면 이 책을 집어들지도 않았겠지만). 글은 맛깔나서 좋은데, 접미사로 떡진(한마디로 길다리 긴 문장들) 번역 역시 문제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저자가 소개한 소설들을 국내에선 더이상 구할 수 없다는 점일 게다. 대부분이 90년대 국내 번역된 뒤로 절판 혹은 품절인 상태. 헌책방 검색 사이트에서 해당 책을 검색해보면 나 이외에 이 책을 찾는 이가 천 명이 넘는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만다. 그러니 그림의 떡이라도 먹음직스러우면 그만, 이라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나는 괜시리 책을 다 읽고 시름시름 앓았다. 어이구... 모르는 게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