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해 전국무장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6
이케가미 료타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에는 일본 전국시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삼국지를 접하며 자란 대다수의 남성들은 (비슷한) 세계관의 확장에 늘 목말라하던 차에 전국시대를 만나 환희의 노래를 부르곤 한다. 가뭄에 내린 단비처럼, 그렇게 달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아쉬웠던 건 이 세계관이 바르게 확장될 여지가 그간에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삼국지 대부분이 소설 연의였던 것처럼 사실에 입각해 씌여진 역사서 즉, '정사'에 비견될 책의 존재가 전무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AK라는 독특한 출판사에서 관련 책이 나와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이 책에선 전국시대의 병사들이 어떤 식으로 소집되고 싸움에 임했으며, 어떤 무기를 썼고, 무엇을 먹었는 지 주전부리식 정보들이 수도 없이 나열되어 있어, 그간의 간지러운 부분을 사정없이 긁어 준다. 특히 분국법과 세금 징수법 등에 대한 부분은 전국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큰 틀을 제공해준다(그 전까지 이 부분은 피터듀스의 '일본의 봉건제'란 책에 전적으로 의지해 왔는데, 이 책은 역사개설서를 가장한 거의 수필형식에 가까워 한계가 뚜렷했다). 목차에 보이는 단락이 한페이지 분량에 소개가 되어 있고, 오른편에는 도표화 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그간에는 관련 정보들을 인터넷 블로거들이 번역하여 올린 자료에 의거해왔는데 이들 포스팅 대부분은 인물프로필이나 자극적인 사건에 국한되어 있다. 평소 이들의 글을 열심히 일독하였는데도, 이 책에 언급된 군사 전문 양성 학교가 있다는 얘기는 매우 생소하다. 한마디로 체계적이지 못한 정보의 흐름을 이 책이 단단히 잡아준다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우선 오타가 심심찮게 눈에 뜬다(사이토 도산을 다른 곳에선 도잔으로 표기한 경우도 있고). 생소한 낱말들에 대한 주석처리가 좀더 행해졌어야 옳았다. 단락이 많은 건 좋은데 그래서 세세하게 다루지 못한 것은 포맷의 한계다. 특히 전국시대 초기의 역사가 각 지역별로 정리돼 있는 것은 환장할 정도로 멋진 노릇이나, 중기와 후기는 어느 책들처럼 일부 가문에 너무 국한시켜 할애한 것이 아쉽다(우리도 이제 모리나 시마즈 가문의 존폐에 대해 좀더 세세하게 알아도 되지 않을까? 이들 두 가문의 흥망은 메이지유신으로까지 이어지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관련 취미종사자?에게 바이블이 될만하다.  어두컴컴한 인터넷 속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 눈이 퀭하도록 헤매이지 말고, 그냥 이 책 한 권을 사서 읽으라. 그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처방이다.  

 p.s: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네 컨텐츠의 세계관이 확장되기 위해선 이런 식으로 정보가 잘 정리된 책들이 필요하다. 작가가 나폴레옹에 대해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라. 당장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우리에겐 어떤 선택권이 놓여 있는가? 기껏해봐야 나폴레옹 평전과 나폴레옹을 다룬 소설이 전부다. 이런 책들은 작가에게 창의적인 묘사를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왜냐하면 이미 누군가의 창작품일 뿐이니까. 이제 제발 '연의'는 그만.... 창작의 저변확대를 위해선 주전부리식 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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