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스 불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1
니콜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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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대표주자를 떠올린다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단연 첫 번째로 꼽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나도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재미난 사실은
톨스토이에게는 주변묘사에 치중할 여유가 있었지만
반대로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그런 여유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는 심리 묘사가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그가 평소 눈칫밥을 먹던 밥상머리에서부터 배워나갔던 게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런 두 사람이 러시아 문학은 고골에서부터 출발한다! 라고 했던 말을 어디선가 보았다.
(솔직히 지금에 와선 그 출처를 찾아내기가 매우 힘들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꼭 명지할 것!) 

당연 다음 관심사는 고골이 될 수 밖에 없다.
그의 대표작인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와 <검찰관>은 진작에 다 읽어 해치웠고,
오직 <타라스 불바>만이 시중에는 아동도서로밖에 나와이 않아 아쉽던차였다.
그런데 이번에 고맙게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가장 최신판으로써 세상에 다시 선을 보이게 됐다. 

냉큼 집어서 들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지.
더욱이 이 책의 주인공들은 <고요한 돈 강>에 나오던 그 위대한 까짜크인들이 아닌가?
늘 생각하기로, 그들의 게걸스런 소음은 나의 성향과 맞다.
"좋아! 럼주를 가득 싣고, 돛을 올려라! 출항이다!"
하하, 그들의 유쾌함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첫 장에서부터 불바의 유쾌함은 사람 코웃음 치게 만든다.
(이런 유쾌함이 톨스토이의 <하지무라드>에는 나오질 않아 어찌나 아쉬웠던지...) 
'역시 빼들기 잘했단 말이야...'

이후에는 고골의 묘사의 힘으로 나아가는데,
톨스토이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훨씬 유려하고, 풍부한 단어들도 치장되어 있다.
세삼 놀랐다.
묘사를 떠올리는 일에 늘 어려움을 겪던 편인데
이 책에선 그런 막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작가의 묘사력이 뛰어나다.
넘치는 듯 양이 많아 보이지만
일면 필요한 얘기만 했던 부분이 더 많다는 얘기기도 하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주장한 진정한 러시아인의
일면도 고골의 글에서는 보인다(특히 검찰관, 코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까자크는 러시아에 있어선 소수민족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종교와 국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그들의 불행의 시작점이기도 하지만...)
그 점을 떼놓고 보더라도
자신의 아들들과 엮이는 운명의 장난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변모하는 불바의 심리 역시 굉장히 잘 묘사되어 있다.

결국 종장에 가선 까자크인들의 흥망성쇠가
그리고 이 책이 써진 하나의 주제가 드디어 드러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힘은 힘을 이긴다."

작가가 진취적인 까자크들을 앞세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유효할 것이다.

분량도 얼마되지 않는다.
 까자크의 돈 키호테를 여러분도 만나보시라!

 


p.s. 어느 날부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종이 재질이 변했다. 
       불과 몇 년 전의 책을 집어드는데 어떤 건 이미 변색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이 책의 경우 실제 분량이 200페이지 정도인데, 책값은 저렴한 축에 들지 않는다.
       본인들이 내뱉은 '이건 오래두고 봐야 할 새로운 문학전집이란 말입니다!' 라는 말에
       스스로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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