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지식너머 출판, 유선경 지음, 14,000원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 일은 진짜일까,
그것은 왜 그럴까...
어느 날 문득, 궁금한 것들이 있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모르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
세상에 대한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인문, 역사, 문학, 예술, 과학 등을 넘나드는 지적 여행.
책, '문득, 묻다'.
오늘은 두 번째 출판된 책을 들고 왔다.
첫 번째 '문득, 묻다' 이야기책을 워낙 재밌게 본 터라, 두 번째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기대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역시나 두 번째 책에도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다.
지은이, 유선경. 상상과 공상, 망상. 그리고 책 읽기와 글쓰기. 역시나 작가님 다운 소개가 묻어난다.
총 두 개의 챕터로 이뤄져 있는데, 첫 번째 챕터는 사람 위주로, 두 번째 챕터는 사람이 아닌 '사실'과 '호기심' 위주로 쓰여져 있다. 짤막 짤막하게 이루어진 각각의 글들과 충분히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는 소재 위주여서 책 읽는 내내 무언가 머리 속에 채워지는 느낌이 가득하다. 특히 타이틀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허를 찔리는듯한 느낌이라, 재밌다.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고대에 광선총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걸.
'보물섬을 발견하면 주인은 누구일까?'나, '누가 온달을 바보로 만들었을까?',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는 누구일까?' 등등, 제목을 읽으면 궁금해지는 내용들도 있다. ㅋㅋ 과연 누구일까?
챕터 2에도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는 제목들이 많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부터 시작해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등등. 아 ~ 빨리 읽어보고 싶다. ㅎㅎ
낯선 사람아, 우리가 서로 지나쳐갈 때
나에게 말을 걸고 싶다면
말을 걸지 못할 까닭이 있을까
또한 내가 너에게
말을 걸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월트 휘트먼, <너에게>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에 대한 이야기.
어린 왕자로 인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 이 작가는 2차 세계대전에 공군으로 자원입대하여 고도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 사고 혹은 격추로 추락하여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죽음은 정확하게 사고인지 격추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2009년 놀라운 증언이 나왔다. 전 독일 공군 조종사 호르스트 리페 루트가 자신이 바로 생텍쥐페리가 탄 정찰기를 격추시킨 장본인이라고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여든여덟의 리베르 트는 눈물을 흘리며 그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였으며, 생텍쥐페리가 조종하는 비행기임을 알았다면 결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을 거라며 고백했다고 한다. 마흔넷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오로지 평화에 대한 열망으로 공군에 자원했다가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생텍쥐페리. 그의 죽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을지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첫 번째 책과는 달리 이렇게 그 사람에 대한 번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 사람에 대한 설명을 더하는 형식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렇게 무언가 더 알 수 있는 이야기가 덧붙여 있다. 워낙 많이 듣고, 많이 이야기했던 생텍쥐페리의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바로 '뱀파이어는 누구일까?'이다. 요즘 워낙 많이 회자되고, 문화 전반적으로 많은 소재거리가 되어 다방면에서 볼 수 있는 뱀파이어 이야기. 이 책에서는 뱀파이어의 모델은 귀족신분에 뛰어난 미남, 낭만주의를 대표했던 영국의 천재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잘생긴 얼굴에 세련된 패션감각을 가진 젊은 귀족. 한쪽 다리가 불편했지만 강인하고 열정적인 남자였는데, 그리서 독립전쟁에 참전했다가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단 한 번만 용기를 내서
당신을 보기 위해 눈을 들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하늘 아래
내 눈은 다른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
- 조지 고든 바이런, <어떤 사람에게> 중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썼던 잘생긴 귀족 청년이 어쩌다 음산하기 짝이 없는 뱀파이어의 모델이 되었을까? 그 해답도 바로 나와 있다. 지인들과 함께 무서운 이야기를 돌아가며 했다가, '누가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쓸까?'하는 내기를 했던거다. 그 결과로 세상에 나온 무서운 이야기가 메리 셜리가 발표한 '프랑켄슈타인과' 존 폴리도리가 발표한 '뱀파이어'라고 한다. '뱀파이어'가 출판되었을 때 독자들은 주인공 뱀파이어 클래런스의 창백하지만 우아한 모습에서 바이런을 쉽게 떠올렸다고. 소설을 쓴 폴리도리가 바이런의 주치의이기도 했지만 바이런을 둘러싸고 떠도는 갖가지 소문의 영향이 더 컸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죽어서도 교회의 반대로 36년동안이나 묘지에 묻히지 못한 비운의 음악가 피콜로 파가니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파가니니가 영향을 끼친 19세기의 예술가들은 리스트와 쇼팽, 슈만 그리고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와 들라크루아 등등 쟁쟁한 예술가들이었다고 한다니, 파가니니가 인간의 영혼을 뒤흔드는 마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였다는 사실은 분명한 듯.
다음 이야기는 '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일까?'. 앞의 소재에서 무언가 이어지는 느낌. 나는 책도, 영화도, 심지어 뮤지컬도 보질 않았지만, 숱한 영화나 게임이나 만화의 소재거리로 사전지식이 없는 이런 나도 알만큼 아직도 등장하고 있는 유명한 '캐릭터'임은 분명한 일인듯 싶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탄생시킨 박사의 이름이다. 정확하게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생명의 원리가 어디서 발생하지에 대해 연구를 하다 해부실과 도살장에서 사체를 조합해 인간을 창조하는데 성공하는데, 수고와 정성을 들여 빚어낸 인간이 너무 끔찍한 괴물이라 버리고 도망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단지 흉측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고 무책임하게 버린 이 괴물은 흉측한 자신의 외모 때문에 착한 일을 해도 오해받는 운명에 괴로워하고, 외로워하고, 사랑에 목말라하는 또 다른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보다보니, 원작이나 영화도 한번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된 괴물 시리즈인건가. 이번엔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누구일까?라는 이야기다.
두 명의 교황을 배출하고 많은 콘도티에리를 배출한 오르시니 가문. 도시국가로 이루어진 중세 이탈리아에서 전쟁 전문가인 콘도티에리는 실직적인 통치자나 다름 없었다고 하는데, 오르시니 가문은 종교와 정치 관련된 인물을 대거 배출하면서 로마뿐 아니라 이탈리아를 통틀어 최고의 명문가로 올라섰었다고 한다. 한동안 잊혀졌던 이 가문이 20세기에 들어서 다시 화제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로마에서 7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보마르초에 조성했던 정원 때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이곳에 왔다가 '정원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모골이 송연해지고 섬뜩한 기운을 어쩔 수 없었다. 누구든 이 정원에서 길을 잃기라도 한다면 심장이 멈추고 말 것이다.'라고 소감을 남길 정도로 남다른 별장이 바로 이 정원을 이야기 한 것. 보기에도 잔인한 장면을 재연한 괴물 조각상이 6백여 개에 기기묘묘한 작은 집 한 채. 그리고 어두침침한 숲 속에 조성이 된 위치까지.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미녀와 야수'의 배경지가 딱 연상이 된다.
이 괴물정원에서 모티브를 얻은 야수가 바로 '미녀와 야수'의 야수 캐릭터 되시겠다. 오르시니 후작이 세상을 떠난 후 오랫동안 방치되어 전쟁에 훼손되기까지 한 이 정원은 뜻있는 사람들이 복구해 예전 모습을 되찾았고 지금은 '미녀와 야수' 덕분에 관광지로 유명해졌다고.
다음 이야기.
화투의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정말 소소한데, 정말 궁금한 이야기다. ㅎㅎㅎ
화투는 전해진 대로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이다. 일본 고유의 놀이는 아니고, 16세기경 포르투갈 상인들이 즐기던 '카르타'라는 카드놀이가 전신. 일본인들은 이 카르타를 본떠 마흔여덟 점의 '우키요에'를 그린 다음 두꺼운 종이에 찍어냈는데 이것이 '하나 후다'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 하나 후다를 한자 그대로 읽으면 '화찰', 즉 '꽃패'라는 뜻이고 이것이 우리나라에 건너와 '화투'가 되었다.
이 화투를 보면 거의가 꽃과 나무, 화초가 소재인데 유일하게 사람이 등장하는 패가 바로 오광 중 하나인 '비'이다. 유일하게 사람이 등장하고 또 가장 난해한 것이 일본에서는 11월, 우리나라에서는 12월을 상징 한다면서 한여름에나 어울릴 법한 비와 버드나무가 배경인 것부터가 앞뒤가 맞질 않는다. 그리고 웬 남자 한 명이 우산을 들고 버드나무 아래 서 있는데, 한때 이 남자가 이토 히로부미라는 차마 웃지 못할 풍문이 떠돈 적도 있었다고. 다행히도(?) 이 남자는 바로 일본의 전설 '오노의 전설'이라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자라고 한다.
이렇게 첫 번째 챕터에서는 '인물' 위주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 내용이 아주 흥미롭다. 소설의 주인공부터 화투 비광의 주인공이 누구인지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케 하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
보물섬을 발견하면 주인은 누구일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앞바다 깊은 곳에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보물선만 묻혀 있지는 않다고 한다. 백여 년 전 일본과 청, 일본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싸움을 해대는 통에 많은 상선과 군함이 격침을 받아 침몰되었다고 하는데, 여러 척의 보물선이 발굴 명단에 올라가 있다고 하니, 발굴하기만 하면 그야말로 로또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지 않을까 추측된다. 하지만, 이 보물들을 발견하고 다 내 걸로 하고 싶어도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한다. ㅠㅠ 문화재로 판명되면 보물은 국가 귀속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신고자에게는 가치평가액의 10퍼센트, 최대 1억원까지만 포상을 한다고. 이 액수를 보면 도굴꾼에게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액수지 싶다. 여기에 또 한가지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사실이, 국제해양법에 '전함을 주권 면제'라는 사실. 난파선이 전함일 경우 어느 나라의 영해에 있는 모국의 소유라는 것. 그러니, 우리나라의 해역에서 발견이 된다고 해도 다른 나라 전함이면 우리나라 것이라는 것도 만무하다고.
그리고 두 번째 챕터. 우리가 흔히들 혹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포스팅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희망할 법한 이야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이다.
우리가 믿고 싶은 순수한 진실 중에 하나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변하려고 노력하는 로젠탈 효과에 대해 설명하는걸로 답을 낸다. 둘이 함께라면 뭐가 두려울까. 그리고 나의 갈라테이아는 무엇일까.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과 호기심 가득한 이야기들을 쉽고 재밌게 풀어나가는 이 책, 문득, 묻다라는 책은 세상에 던지는 '왜'라는 질문들을 다루고 있는 에세이이자 지식을 전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