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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100
김지완 지음, 김지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표지만 보고는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 책인 것 같아서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읽고 덮는 순간 무엇인가 마음에 먹먹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분량도 적고 어린이 문학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또한 이 책은 순식간에 읽히지만 한 번 읽기보다는 여러번 읽으면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하게 해주는 어린이 문학책이다.
문학동네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출판사로 여러 분야의 책들을 출간하고 전통이 있는 출판사이다. 그러나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문학이라는 분야가 더욱 특화된 느낌이다.
도서의 제목은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돼]라는 표지 제목과 재밌는 표지그림만 보고도 흥미가 생겼는데 이 제목의 글만 있는 것이 아닌 여러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이었다.
한 이야기가 10장정도의 분량이라 초등저학년부터 중고학년까지 두루두루 읽을 수 있고 읽는 독자의 학년에 따라 느껴지는 바도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작인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돼]를 비롯하여 6가지 단편들이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요즘은 비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독서의 필요성이 배경지식습득이라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문학이 가지는 감수성과 순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은 어른이 읽어도 너무 생각할 것이 많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드는 책이다. 어쩌면 작가님이 이렇게 어린이들 마음에 들어와서 쓰셨는지.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나는 대표작인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돼]도 좋았지만 [우리가 티티새라면]과 [점박이우산귀신]이 더 기억에 남고 마음에 와닿았다.
티티새는 우주가 다니는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반려로봇인데 각자 반 친구들이 가지고 있다. 우주는 그중 새 반려로봇을 받았는데 티티새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말 살아있는 반려동물처럼 대하는 순수한 친구이다. 우주가 옴니가 나서 혀로 자꾸 건들이니 피도 나고 아프기도 했다. 옴니는 과잉치라고 하며 치과에 가면 그냥 뽑아주는데 우주는 이런 옴니를 웬지 뽑고 싶어 하지 않았다. 우주네 반에 양은석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우주는 이친구를 좋아한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상해서 양은석은 우주를 쌀쌀맞게 대하지만 본심은 그렇지 않다. 그런 은석이가 전학을 가게되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는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지만 사람과 사람, 성별에 상관없이 좋아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다소 무거운 주제를 티티새를 매개체로 해서 아이의 눈높이로 이야기하여 아름다운 동화가 되었다. 나는 이 단편을 읽고 나니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은 것처럼 청량한 마음이 들었다.
또하나의 단편은 [점방이우산귀신]이야기이다. 이 책속 주인공 정소정. 소정이는 엄마가 돌아가신 아이다. 엄마가 많이 아프셨을 때에도 친구와 놀고 싶어서 엄마가 계신 병원에 가기를 거절 한 적도 있고,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다른 장례식장에 온 또래 친구와 놀다가 그 친구의 할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이런 복합적인 죄책감을 갖고 있는 소정이에게 점박이우산귀신이 나타나 소정의 무거운 마음을 풀어주는 이야기이다. 우리사회가 가지는 일반적인 관념들이 어른이나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엄마가 아프면 그 아이는 항상 슬퍼야하고 웃을 수 없고 아픈 엄마곁에서 있어야하는 건지. 그 또래의 아이처럼 일상을 누리는 걸 엄마에게 죄를 짓는 것처럼 생각해야하는 건지. 분명 엄마가 돌아가신 건 소정이에게 너무나 중요하고 너무나 큰 슬픔이지만 그 슬픔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고 자신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돌아가신 엄마에게 절대로 미안한 일이 아님을 알려준다. 이런 양가감정은 어린아이라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를 심사평에서 읽을 수 있는데 내가 단편집을 읽으며 느낀 점과 비슷하여서 공감이 되었다. 어린이 문학이라고 해서 가볍게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성인문학 못지 않은 문학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정말 작가분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오래지켜보고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분이라는 게 느껴져서 만나보진 못했지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