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렸었다. 디자인과를 희망하던 고등학교 3년 내내 입시미술을 했었다. 4b 연필과 흰 도화지만 있으면 되는 데생을 했었다. 하루에 꼬박 4시간 씩 오로지 실기 시험만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던 그 시절. 그때는 정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지 몰랐었다. 그렇게 대학 실기 시험이 끝나고 원하던 디자인과에 입학한 후 과제 때문에 그리는 그림이 아니면 연필을 잡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왜이렇게 내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는지, 아무런 생각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그때 그시절이 왜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운 것인지 도무지 알 수 가없다. 그리고 내 자신조차 이런 내 마음을 알지못하고 있는 상황에 그때처럼 그러한 열정으로, 지금은 손이 굳어 그때처럼 잘 그릴 수 없다는 사실에 사소한 그림조차도 그릴 수가 없다. 이렇게 답답하고 조금은 서글픈 마음으로 집어든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은 지금 내 상황을 나 대신 답변해줄 책이었다. 말 그대로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달까. 다른 드로잉이나 데생, 그림책들처럼 그림만 있다던가, 글만 있다던가 하는 짜임이 아니라, 충분한 글과 충분한 설명, 그리고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드는 여러 그림들로 만들어진 드로잉 에세이었다. 아직 사실 다시 바로 연필을 잡을 엄두는 안나지만,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은 통해 머지 않은 시간에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그날을 기대하며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언제나 함께해야지^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