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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랜드 - 신경심리학자 폴 브록스의 임상 기록
폴 브록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7월
평점 :
소설을 즐겨읽는 나에게 전혀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뇌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사일런트 랜드>는 그래서 더욱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전부터 르네 마그리트를 정말 사랑하는 1人으로써 그에 관련된 책이라면 무조건 손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사일런트 랜드>의 표지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끌렸던 것 같다. 도대체 뇌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비밀들이 숨어있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사고나 질병, 정신적 충격 등으로 생각지 못했던 뇌손상으로 인하여 각각의 삶들이 180도 바뀌어 버린 여러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 중에서는 이제까지 살아왔던 삶이 모두 송두리째 뒤섞여버려 말 그대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이라던지, 20년의 기억이 사라져버린 사람, 또는 자신의 몸이 모두 투명하게 보인다던가, 자신의 몸을 가만 나두지 못하고 계속해서 상처를 내는 '절단기호증' 등등이 그 예이다. 한사람이 어떠한 다른 한사람을 판단하게 될때,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정의를 내리는 것일까? 내가 나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과연 무엇을 통해 전달되어 느낄 수 있는 것일까? 팔다리나,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과는 달리, '나'라는 존재가 뇌에 손상이 생겨 더이상 이제까지 해오던 것들을 할 수 없고, 더이상 내가 나라는 것과 자아나 정체성 조차 불투명해진다면 더 이상 내가 아닐걸까? 이러한 것들은 누구든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정의내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평소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오싹할 정도 로 무서운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뇌와 자아, 의식, 정신, 마음, 그리고 신체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그것은 아직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러한 뇌손상에 관한 문제를 다양한 시점과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이 이 <사일런트 랜드>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뇌에 관한 서적들과는 달리 다시금 도전해보고 싶은 스타일의 책이라 다음번 읽었을때는 지금보다 더많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