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국가의사생활
이응준 저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한국소설은 잘 보게 되지 않는다.
이번 <국가의사생활>이라는 책은 주제도 주제고, 요새 이책이 많이 눈에 띄어서 좋은 기회에 읽게 되었다.
심상치 않은 표지라던가, 제목 조차에서도 어떤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의 그 뉘앙스가 절대 만만한
책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흡수통일 이후 5년, 2016년 서울, 이곳은 지옥이다! 라는 문구 또한 읽기 전부터
의미없는 긴장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충분했다.
어느 한남자의 죽음으로 인한 장례식 장면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누가보아도 그리 평범하지 않은
장례식이다. 2016년 4월 오후, 맑은 날씨 아래서 이남의 기독교신자들인 노파들과 젊은 목사, 그리고 평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보통 조직폭력배와는 다른모습의, 눈매가 날카로우며, 마르고 단단한 체구의 보통 이상으로 보이는
이북 출신의 조폭 '대동강' 단원들이 한자리에 있다. 그들은 5년전에 통일로 하여금 지금 이렇게 한자리에 서있을 수
있다. 대동강 단원 중 한사람이었던, '림병모'가 이남의 형사와의 다툼 끝에 형사의 앙갚음으로 죽음을 맞이 했고,
죽은 그가 남모르게 기독교 신자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장례식만은 그를 위해 기독교 방식으로 치뤄주고 있던
것이다. 그 자리에 의아하게 등장한 '리강'은 대동강 조직의 2인자로써 사업차 평양을갔다오고 난 후라, 자신의
부하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이리저리 그의 죽음을 알아 보고 다니게 된다.
리강은 사실 북한에서 소위 고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신분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독립군이었고, 그 또한 누구나
우러러 보는 높은 직급의 군인이었다. 통일이 되지 않았다면 그는 계속해서 주위의 존경과 찬사를 받으며 넉넉하고
편안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반대로, 통일전의 북한에서는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던 돈도 빽도 없던 '조명도'는 오히려 통일 후 자유롭게, 악으로
깡으로 대동강의 3인자까지 올라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리강과는 반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틈틈히 대동강의
1인자 자리까지 노리는 위태위태하고 위험한 인물이었다. 그둘을 중심으로, 1인자인 '오남철'과 대동강 단원들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건물 '광복빌딩'에서 몰래 그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 건물 위층들은 남남북녀라는 말을 증명하듯, 남한쪽 고위간부들이 자주 찾는, 북한아가씨들로 이루어진 '은좌'
라는 술집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하에는 북한사람이든, 남한 사람이든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비밀리에
죽임을 당하고,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기는 참혹한 광경이 벌어지는 대동강단원들의 아지트였던 것이다.
결국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몰랐던 '조명도'의 크나큰 배신으로 인해, 숨겨져있던 여러가지 비밀까지 폭로되면서
대동강은 물론, 나라 전체까지도 위험에 휩싸일 수 있는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책속에 등장한 통일 후의 북한 사람들은 결국 깡패가 되거나, 마약을 빼돌리거나, 노숙자가 되거나, 여자는
몸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한다. 통일 전의 남한 사람들은 통일만 되면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장담하다시피
말했지만 결국 정말 통일이 되고 난 후에는 오히려 북한사람들을 귀찬아하고, 모른척하며 무관심하게 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통일, 그것도 남한에서 북한을 흡수하는, 이른바 평화통일이 된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선뜻 어느 누구도 100% 맞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산가족 문제라던지, 대한민국의 발전가능성을 놓고 볼때,
많은 장점이 있겠지만 그만큼 부수적으로 따르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동반한 단점들도 어느정도 많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책속에서 등장하기도 했던, 서독과 동독의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열악하고 뒤떨어져있는 우리나라는 통일 후의 그 수많은 뒷감당들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수많은 단점들과 불안한 요소들을 끼고서라도 통일이 되야 하는 이유는 한가지이다.
바로 우리는 원래 한가족이었고, 한민족이었고, 한나라였고, 말그대로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보다 중요한
다른 것들이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고 마음이 아플뿐이다. '통일'이라는
주제로 이런 극단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고,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쉽게 읽고 넘겨버릴 픽션따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그야말로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이야기, <국가의사생활>이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봤을때에는 한국소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책을 계기로 다른
여러 한국 소설들도 찾아서 읽어보고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