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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 중독 사회 -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
안도 슌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3월
평점 :
이솝 우화에서 바람과 해 중 누가 지나가는 사람이 외투를 벗길 수 있는지 내기를 하는 이야기를 아십니까?
바람이 거세게 불자 사람은 외투를 더 입었고 해는 따뜻하게 비춰 사람을 스스로 벗게 해서 내기에서 이기게 되었습니다.
“정의감을 내세운 공격은 바람, 공감과 배려는 해다.”
책 ‘정의감 중독 사회’에서는 위와 같은 말로 분노를 설명합니다.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 이는 책의 표지에 쓰인 말입니다.
저자 안도 슌스케가 책 ‘정의감 중독 사회’를 통해 우리에게 설명하고자 한 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P.8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대가를 치를 테니까.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킨 연예인이 일정 시간이 흐르면 다시 방송으로 복귀하고, 옳지 않은 언행을 저지른 정치인은 계속 자리를 보전합니다. 즉, 요령만 부리는 사람이 이득을 봅니다.
울트라맨, 배트맨, 아이언맨처럼 정의의 수호자들은 악당들을 처벌합니다. 그런 시대물이 언제나 큰 인기가 있는 것은 이 사회에 정의가 필요하기에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매사를 정의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간섭을 하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P.15
정의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화가 나 있다. 상대방에게 정의를 강요하면서 상냥하게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정의라는 명목 아래 추궁당하면 추궁하는 사람 쪽에 정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추궁당하는 쪽은 반론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저자께서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정의가 어느 샌가 나를 감시하는 것, 나에게 화내는 것, 그래서 거리를 두고 싶은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P.54
모든 사람이 늘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살기란 어렵다.
별로 나쁜 짓 안 하고 착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무단횡단을 하거나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우다가 꽁초를 길바닥에 버린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잘못임을 알면서도 불편하고 번거로워 편의대로 행동하는 것이지만, 사실 뭐가 맞고 틀린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P.67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유명한 호텔 체인 리츠칼튼의 창업자 세자르 리츠로부터 유래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말은 그 당시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이 진짜 왕과 귀족들이었기에 붙여진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말이 퍼져서 서비스업 종사자가 당연히 지녀야 할 마음가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고 손님도 서비스 종사자들을 존중하면 문제가 될 일은 없지만, 현실에서는 ‘손님은 신이니까 철저하게 비위를 맞추고 대접해라, 무슨 일을 당해도 참아라’라는 맥락으로 오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통적 가치가 사라진 세상에서 돈이 절대적인 가치로 부상하면서 돈을 내면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다는 비뚤어진 풍조가 생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는 마치 ‘트롤리 딜레마’처럼 각자가 믿는 정의는 관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바뀐다고 합니다. 트롤리 딜레마란 통제 불능의 기차가 오른쪽으로 돌진하고 있는데 그대로 두면 철로에 있는 다섯 명이 사고를 당하지만, 변환기를 조작하면 기차는 한 명의 작업자가 일하고 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될 때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만약 다섯 명이 흉악범이라면 변환기를 조작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P.75
‘중독’이란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 말일까?
중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의미는 ‘체내에 독성을 가진 물질이 일정량 이상 들어와서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의미는 ‘그것이 없거나 부족하면 못 견디는 병적인 상태’라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의존이라고 합니다.
정의를 첫 번째 의미로 해석한다면 급성 정의감 중독이고 두 번째 의미로 해석한다면 정의를 내세워 타인과 세상을 심판하는 것이 일종의 정체성이 되어 내면화된 상태를 뜻한다고 합니다. 즉, 만성 정의감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P.82
현대 사회는 많은 것들이 불확실한 시대다. 무엇이 정답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만성적으로 불안한 사람이 많다.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고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면 사람은 큰 불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알기 쉬운 해답을 찾기 원하는데, 어떤 절대적인 신념을 가지는 순간, 혼란이 사라지고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급성 정의감 중독 역시 정의의 중독성이 강하기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러한 독성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어떤 심리적 특성이 있는지 알려줍니다.
1. 동조압력에 약하다.
2. 내가 틀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3.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이 세 가지 심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급성 정의감 중독에 빠진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정의감 중독인지 아닌지를 알려주고 만약 중독이라면 급성 정의감 중독인지 만성 정의감 중독인지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한, 정의감의 다섯 가지 유형을 알 수 있는 셀프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유형을 알 수 있고 그 유형에 맞는 대응법도 알려줍니다.
저는 이 책을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과 자신의 정의감 유형을 알고 고쳐나가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읽고,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