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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평점 :
김재원 작가의 [엄마의 얼굴]
'삶과 죽음'은 인간과 뗄 수 없는 화두입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를 찾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죽음의 유한성을 통해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소설과 드라마, 영화에서는 죽음을 소재로 엮은 이야기가 소비자들의 감성 버튼을 자극합니다.
이렇듯 삶과 죽음은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 있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죽음이 내 주변으로 특정되면 당혹스럽고 황망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첫째, 그 죽음이 당사자에게 가져올 고통과 아픔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둘째,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위로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김재원 작가의 [엄마의 얼굴]을 읽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과연 내가 어린 재원이에게 어떤 위로를 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 쉰을 넘긴 작가 김재원이 엄마에게 이 책을 바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를 조심스럽게 짐작해 볼 따름입니다.
열세 살의 어린 재원이는 '엄마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합니다. 엄마의 죽음 보다는 그 죽음이 가져올 불안정한 자신의 현실이 더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재원이는 이러한 모순 속에서 엄마의 죽음을 가슴 속에 묻게 됩니다. 제대로 슬퍼하지도 마음의 짐을 털어내지도 못한 채로 말입니다. 심지어 아내를 잃은 아버지와 엄마를 잃은 재원이가 힘겨운 현실을 살아내며 '엄마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저는 그날 운 기억이 없습니다. 아버지도 울고 목사님도 울고 이모들도 우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울 줄을 몰랐습니다. 그저 종잡을 수 없는 미안함이 슬픔을 삼켜버렸습니다.감기에 걸려 엄마 방에 들어가지 못한 일주일. 이틀 전, 엄마를 두고 시내에 놀러나간 일, 엄마를 배웅하는 시간에 꾸벅꾸벅 졸았던 아들. 그 한심한 미안함이 저에게 슬퍼할 자격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김재원 작가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기적이었던 어린 재원이의 행동을 반성하고 지금은 오히려 엄마에게 "자신을 두고 떠나야 했던 당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아니 이미 엄마를 이해했다"고 전하고 싶어합니다. 당신의 13년간의 보살핌이 쉰을 훌쩍 넘긴 자신을 이토록 굳건히 지탱해 주었으며, 그런 엄마의 깊고 큰 사랑에 응답하고 싶어합니다.
작가는 질문합니다 .
"사람에게 부모는 몇 년쯤 필요할까요?"
10여 년의 짧은 기간동안 받았던 어머니의 충만한 사랑을 기억하며 저자는 40여 년을 살아왔습니다.
아침마당의 진행자이자 KBS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말하고, 쓰고, 걷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키다리 아저씨'로 자사을 소개합니다.
한 나절의 태양빛이 세상의 모든 생명에 양분을 제공하듯 부모님의 사랑은 김재원 작가의 몸과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을 것입니다.
작가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재원이가 바르게 성장하고 자신의 현실을 이겨내며 성숙한 어른이 되기까지 어머니는 늘 재원이 옆에 계셨을 겁니다.
저자는 책에서 이를 가리켜 "마음의 길을 잃지 않는 힘"이라고 표현했는데,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부모님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부모님의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남보다 일찍 부모님과 헤어진 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 충만한 기억을 가지고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죠. 어쩌면 사랑은 완전무결한 것으로 줄거나 느는 것이 아니라 '충만함'으로 태어나 고스란히 전달되는 감정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고 간직하며 평생을 살아갑니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을 "천국에 계시는 엄마께 바칩니다." 고 밝혔는데, 그래서인지 엄마에게 들려 드리고 싶었던 그간의 밀린 이야기들을 수다스러운 아이처럼 빼곡히 적었습니다.
그는 개인과 사회, 다름과 닮음, 오해와 이해, 소통과 배려, 실수와 성장, 용기와 감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 속에서 누구나 고민하는 여러 가치와 기준에 대한 단상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마치 어머니께 당신의 아들이 이렇게 밝고 올곧게 성장했다고 말씀드리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사랑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충만한 사랑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그는 말(언어)의 중요성과 쓰임에 대해 강조합니다. 따뜻하고 정겨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주변인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관계 속에서 소통의 도구인 말의 중심이 '나'인지 아니면, '당신'인지에 따라 대화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또한 양날의 검처럼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의 양면성과 한계를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말은 철저히 듣는 사람의 반응과 해석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있으므로 상대에게 말을 할 때는 항상 수위조절에 신중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는 꼼꼼한 충고, 넘치는 사랑, 성공을 향한 욕망, 폭넓은 감정표현, 소리 없는 관찰, 염려와 질문, 호기심어린 재미, 정당한 명령처럼 아무리 좋은 의도를 지닌 일상의 말들조차 누군가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둡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언어가 백김치 같이 강하지 않고 도전적이지 않으며 시원하고 깨끗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합니다.
제 주변에도 슴슴한 말투를 쓰면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 줄 알며,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여전히 노력해야 닿을 수 있는 높은 경지지만, 인간관계의 기본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의 사용은 '나'라는 관점을 뛰어넘어 '우리'라는 출발선에서 시작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김재원 작가의 [엄마의 얼굴]을 읽고 나면 우리는 긍정적 에너지와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하나의 성숙한 인간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이 책을 통해 증명하고 자기 스스로가 살아있는 증거가 됨으로써 열세 살에 미처 하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애도를 대신합니다. 그리고 그 크신 사랑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그리움은 오래된 애도입니다."(5)
이제 그 애도는 하늘로 띄울 두꺼운 편지가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먼저 가신 어머님을 애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아들로서 그리고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으로서 김재원 작가의 어머님께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싶습니다.
김재원 작가의 [엄마의 얼굴]은 엄마를 잃은 열세 살 소년의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쉰 아홉 중년의 가장이 속깊은 고백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채워 넣은 삶에 대한 다양한 단상은 우리로하여금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단서가 되며 동시에 '엄마의 사랑'으로 만들어낸 기적임을 증명합니다.
이 책은 작가가 서두에 언급했듯이 부모님을 오래전 떠나보내고 미처 애도하지 못한 분들, 아픈 부모님을 돌보고 있는 분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가까이 모시지 못해 늘 미안한 분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도 살가운 말 한마디 못 건네는 분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 달먹는토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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