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기계 -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하는 인지심리학자의 11가지 질문
정수근 지음 / 심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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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박사의 [마음을 담은 기계]

완독 후,

정수근 박사가 이 책의 제목을 [마음을 담은 기계]로 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덮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구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던 인간이 광막한 우주에서 유일하게 인간을 이해해줄 것만 같았던 외계 생명체를 기다리다 지치기라도 한 것처럼
결국 자신을 빼닮은 존재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공감한다.
인간의 자기지향능력을 모방하고,
인간이 수행하는 많은 활동 분야에서 이미 인간 수준에 준하거나 인간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속도가 점차 가속화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하는 기준은 갈수록 모호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 책의 제목, [마음을 담은 기계]가 의미하는 것은 오늘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인공지능 환경에서 오로지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을 빗댄 우려 섞인 은유이거나, 인간에 버금가는 또 다른 존재의 출현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940년대 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던 인공지능은 최근 들어 급속한 성장세와 함께 인간의 모든 생활에 침습하고 있다. 가령 스마트폰과 PC, 인터넷, 가전기기, 자동차 등 우리 일상을 둘러싼 거의 모든 환경에서 조용히 그리고 매우 효과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서서히 중독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뇌와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아이들의 마음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AI시대가 시사하는 여러 질문에 함께 답을 찾아가자고 제안한다.

인간의 뇌를 모방하여 만든 인공지능의 작동원리는 제한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로직을 지니며, 이로써 인간의 진화 과정에 대한 추론이 가능해졌다. 인간 뇌를 닮은 인공신경망을 다양한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생물학적 한계에 갖혀 있던 뇌과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장족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 심리상담 서비스나 가상현실을 통한 심리치료 등은 인공지능이 심리학 분야에 적극 활용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공지능의 메커니즘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나 과제에 따라 제한적인 모습을 띤다는 한계가 있지만, 인공지능을 학습하고 훈련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정보처리 기전을 깊이 이해하고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데서 의미를 갖는다.

반면,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문제점도 존재하는데, AI가 만능도구처럼 인식되면서 필요한 답변을 신속히 제공받는 것에 익숙해진 인간이 더이상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물론 단순한 업무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복잡한 사고가 요구되는 활동에서 과도하게 인공지능에 의존할 경우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부작용은 어린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데, 이는 아이들이 성장환경에서 지속적으로 AI를 접하면서 인공지능을 친근한 존재로 인식하고 사람처럼 생각하게 되면서 인간끼리 맺는 사회적 관계와 존재감을 인공지능에게서 느끼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렇게 될 경우 아이들이 인공지능이 가진 편향과 고정관념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에 성장과정에서 옳바른 개념을 형성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반말이나 무례한 행동으로 원활한 상호작용을 했던 경험은 아이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으로 우리 모두가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가져야할 이유이다. 따라서 저자는 사용자에게 인공지능이 만능이 아니며,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가 통계적 확률에 따른 출력이고, 언제라도 오류와 편향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후반부에서 '마음'을 다룬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작가 정수근의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기도 하고 어쩌면 그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더 집중해서 읽었다.

정수근 박사의 "인공지능에게도 마음이 있는가?" 라는 질문은 곧 다가올 '특이점'과도 관련이 있고 인간의 고유 영역에 대한 울타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질문을 마주하고 나는 흥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구도를 생각하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의 독특한 시선이 등장한다.
그는 "인공지능은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갖게 될까?" 라는 질문에 "마음을 느끼는 주체도 인간이고, 다른 존재에게 마음을 부여하는 것도 인간이다."라고 답변한다. 즉, 인공지능 자체의 능력보다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평가에 따라 마음이 투영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선택권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음을 시사한다.

이어서 그는 인공지능이 결국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인간과 미묘한 불일치도 존재하지 않을 때가 온다는 가정하에, "인공지능이 진짜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졌는가" 혹은 "언젠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처럼 답을 알기 어려운 질문에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마음을 투영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는 세상을 현시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을 더 인간같이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실태를 생각하면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편리함에 중독되는 것은 반드시 치러야할 댓가를 수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배웠다. 더불어 앞에서 저자가 언급했던 인공지능 의존성에 따른 부작용이 단순히 정보 영역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 정서적 영역으로까지 확대된다면, 인간이 인공지능에 완전히 예속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수근 박사는 인공지능의 개발방향과 허용범위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의 리터러시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차가운 기계다. 그것이 특정 분야의 인공지능이든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좀 더 확장된 형태든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연산능력과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정보를 연결하고 조합하는 능력은 마치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아는 존재 혹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로 오인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가 책에서 언급했듯이 인간과 인공지능 각각의 특장점이 그 존재 자체의 우열을 의미할 수는 없다. AI는 인간이 만든 도구로서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고 확장시키는 역할로서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인간은 양질의 데이터 생산자로서 자신의 인지기능을 끊임없이 갈고닦으며, 건강한 AI환경을 만드는데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편 현재 우리의 AI환경은 개발과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신기술을 광고/홍보하며 그것에 대한 소비를 촉진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것이 주는 편리함에 취해 있느라 자신의 모습을 또렷이 바라볼 기회가 없었던 듯하다.

정수근 박사는 인간의 마음인 "월드 모델"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것이 가진 유연한 대처 능력과 과제수행 능력이 미래를 예측하는 근간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바로 지금이 우리가 새롭게 경험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인간 고유의 융통성을 발휘할 때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작가가 인공지능을 가리켜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표현한 이유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하며 이 글을 마친다.

**본 리뷰는 출판사 푸른숲(심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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