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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ㅣ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평점 :
박현도.곽민수.강인욱.정요근.허준의 [역사를 보다2]
개인적으로 이 책을 [융합 역사서]라고 부르고 싶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역사가 갖는 본질적인 의미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연도별로 사건을 정리하는 선형적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시대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자유로운 토론 형식으로 소개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반도, 중동, 이집트, 유라시아의 역사와 유물 그리고 문화를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찾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총 여섯 테마로 구성되며, 각 테마는 다시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지는데,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결정적 장면들
2. 풀릴듯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의 정체
3. 세계사를 구성한 것들의 중요성
4. 다양한 기원을 추적한다는 것
5.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6. 참을 수 없는 역사적 궁금증의 가벼움
각 테마의 독특함도 무척 흥미롭지만 소개되는 에피소드가 단지 하나의 사건을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된 여러 사건을 함께 조명한다는 데서 그 어느 역사서도
주지 못했던 이종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령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소개하며 동시에 '제1차 유대-로마전쟁'을 언급하는데, 이 두 사건은 각각의 나라가 뼈아픈 과거를 어떤 자세로 받아들였으며, 과연 우리는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할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이는 역사적 사건 자체가 갖는 '선과 악' 혹은 '좋고 나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후대가 이 사건을 옳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기준을 그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우리의 삶'에는 여전히 무한한 선택(가능성)이 존재함을 인식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는 '성물(聖物)' 이야기였는데, 고고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성스러운 유물'을 종교인으로 하여금 철저히 신뢰하게 만든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며 우리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와 함께 '믿는 사람들은 어떤식으로 믿고 있는가'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점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종교적 폐쇄성이나 무오류성, 불가침성 조차도 역사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박현도>박사님의 말씀이었다.
이는 뒷부분에서 소개되는 이누이트 족의 '아내 빌려주기' 풍습에서 이를 바라보는 <곽민수> 박사님의 관점과도 일치하는데, 고립된 지역에서 유전병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으로 발생한 문화적 현상을 단순히 일반적인 상식이나 직관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며, 특정 문화 현상에 관련해 상하좌우 모든 걸 최대한 자세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다시 말하면,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유연한 기준이 없다면 '다름'을 '틀림'으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 사건은 고유의 맥락을 갖고 있기 마련이고 중요한 건 '틀림'의 증거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그 맥락을 파악하고 인물(사건)들의 의지와 의도가 무엇이었냐를 이해함으로써 그것이 갖는 의미를 찾는 것이라는 말이다. 1만개 조각 중 한 개의 직소퍼즐을 들고 고민하기 보다는 좀 더 멀찍이 서서 '우리들의 문화'라는 큰 관점에서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것이 무척 중요해 보였다.
중학교 때 줄줄이 외웠던 세계 4대 문명을 기억한다. 세계를 가로지르는 다섯 개의 강줄기 주변에서 우리의 문명이 발달해 왔다. 당시에는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관심도 없었는데 어째서 그렇게 열심히였는지....
그렇다면 과연 '문명'의 기준은 무엇인가?
<강인욱>박사님의 답변에는 큰 감동이 있었다.
"아파트 평수가 크다고 무조건 부자인가? 무조건 큰 기념물이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각자 서로 다른 자연환경에서 얼마나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며 그 환경과 조화를 이뤄 번성했는가 이겠지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기록되지 않은 혹은 주류가 아닌 기록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접하는 역사의 대부분은 승자의 기록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칫 역사에 대해 '정통'과 '이단'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을 갖게 하는데 우리 삶의 다양한 군상은 이처럼 디지털적이라기 보다는 아날로그적 스펙트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정치적으로 조작된 근거없는 역사도 있을 것이고, 주목받을 만한 가치도 없는 소시민의 일상도 있을 것이다. 나와는 달라 둘 중 하나는 잘못돼 보이는 모습도 존재하며, 극단적인 편가르기와 계층화로 인종차별이나 인종학살 같은 치욕스런 과거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의 상호작용이 역사를 이루고 우리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음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문명'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의 결과물이며, 끊임없이 투쟁해온 치열한 삶의 열매다. 그런 의미에서 문명의 발원지는 비단 다섯 개의 강줄기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곳곳에 산재하며, 비록 역사서에 기록되지 못한 작은 사건(사람) 역시 당당히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따로 결론부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역사의 뒤편,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유연하고 통합적이며, 겸허한 역사관을 갖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의미를 찾고 역사가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얘기하는듯 하다.
[역사를 보다2]는 부담없는 짧막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흥미와 교훈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역사서다.
<강인욱>박사님의 말씀을 조금 변형하자면,
"이야기의 길이는 그 깊이를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건 이야기를 통해 얼마나 많은 교훈을 얻었는가이다."
(각각의 챕터가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사유의 깊이와 기회가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진위여부 보다 더 중요한 건 맥락이다. 진짜도 가짜도 모두 역사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맥락 속에서 사건(사람)이 지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좀 더 진보적인 문명을 구축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딱딱한 역사서를 읽기 꺼려지는 분들께 강력추천하며, 역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분들이라도 짧막하게 구성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감히 단언해 본다.
**출판사 믹스커피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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