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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 오브 본즈 - 호모 날레디, 인류 진화사를 뒤흔든 신인류의 발견과 다시 읽는 인류의 기원
리 버거.존 호크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알레 / 2025년 7월
평점 :
리 버거, 존 호크스의 [케이브 오브 본즈]
2013년 알려지지 않았던 인류가 세상을 뒤흔들었다.
고인류학자 리 버거와 그의 동료들이 오랜 탐사와 연구 끝에 [호모 날레디]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작은 뇌(450~550cc)를 가졌고, 동료의 죽음을 기릴 줄 알며, 불을 사용했고, 상징을 이해한 [호모 날레디]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라이징스타 동굴계'에서 발견됐다.
화석의 연대로 추정컨데 호모 날레디는 지금으로부터 33만5천년~23만6천년 경에 활동했던 호미닌(사람족)으로 호모속과 오스트랄로피테신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놀라운 점은 사피엔스와 활동시기를 공유한다는 점인데, 이제까지 고인류학계에서 알려진대로라면 사피엔스 출현 당시 어떤 호미닌도 존재하지 않았다는게 정설이다. 때문에 날레디의 발견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으며, 보고된 그들의 생활습관은 '복잡한 문화'가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인류진화를 '진보의 행진'으로 배워왔던 나에게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다. 연표 옆 빈칸에 조상 호미닌의 뇌 용량을 적어가며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했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역사는 세기의 발견으로 다시 쓰여지고 있었다.
인간을 규정하는 많은 요소들 중 '주관적의식'과 '지능'은 고등문화를 만들어내는 핵심인자라고 배웠다.
하지만 [호모 날레디]가 우리 앞에 나타난 지금, 인간은 무엇으로 규정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놓여있다.
얼마 전 물리학자인 울프럼의 '세포진동자' 에 관한 글을 읽으며, 인간의 진화가 이와 같은 원리로 진행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규칙은 각각의 세포가 이웃 세포들의 상태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즉, "각 세포의 상태는 앞 단계로부터 결정론적으로 정해지며, 그 결과로 나타나는 큰 이미지는 규칙적 행동과 불규칙적 행동이 섞여 있다."
이를 유전자 진화론으로 바꿔 얘기하면, "진화는 자연적 선택압으로 유전형질과 표현형질이 규칙적 혹은 불규칙적으로 뒤섞여 있다."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인간의 진화는 적응과 우연, 환경과 유전적 변이를 통해 규칙과 불규칙이 뒤섞인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를 진화의 결정판으로 생각하는 '인간중심주의'는 스스로를 우월하게 만들기 위한 오만한 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정의해왔던 요소가 우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포스트 날레디의 [인간의 정의]는 새롭게 내려져야 하지 않을까?
그 특별함이 사라진 인간은 곧 '인간을 초월하는 AI'와의 만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능과 복잡한 문화는 더이상 인간을 상징하는 표지가 아니며, AI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미개한 존재로 전락할 인간은 과거 환경을 오염시키고, 동물을 도살하던 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되지는 않을까?
리 버거의 [케이브 오브 본즈]는 고고학이나 인류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정당성 위에 어떤 윤리를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