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
윌리엄 데이비스 킹 지음, 김갑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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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반기 책세상 독서단으로 활동하게 되어 서평을 남깁니다

 

이 책의 원제는 Collecting of Nothing이다. 부제는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수집하는 광적인 인물에 관한 자서전의 표지 안에는 저자의 사진이 있다. 저자의 뒤로 납작하게 펴놓은 시리얼상자 박스가 셀 수 없이 많다. 이 사진만 봐도 엄청난 수집광이란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 상상을 넘어서 있었다. 그가 모으는 목록은 소위 가치있는 것들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쓸모 없는 것들에 집착을 한다. 두 장에 걸쳐 저자가 모은 참치통조림 라벨의 목록이 있다. 생수브랜드 라벨이 다섯 장에 빼곡하다. 범상치 않은 저자의 수집벽은 멀리서 보면 괴짜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가까이 있는 이들에겐 불편이 될 수도 있다.

 

수집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과거로부터의 대상물들이 현재에 수집되어 미래를 위해 보전된다. (p.66)

내 컬렉션은 나를, 나만을 반영한다. (p.202)

 

저자의 수집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수집의 행위는 시간축을 연결하는 일련의 행위가 된다. 뿐만 아니라 수집은 그 사람을 반영한다. 자서전에다가 자신의 수집벽에 관해 주절주절 써놓는다면 누가 반길 것인가.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강하게 이끌릴 수도 있다. 가령 책을 수집하는 내용을 쓴다면 적어도 장서가들의 눈을 잠시나마 머무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참치통조림 라벨이나 생수브랜드 라벨에 홀린듯이 관심을 보일까. 잠깐만 생각해봐도 이런 대목은 자서전에서 덜어내도 좋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저자인 윌리엄 데이비스 킹의 삶에서 위의 쓸모 없는 것들은 오롯이 자기 자신을 표현해주고 있다.

 

진지하게 읽자면 이 자서전은 한없이 복잡하고 산만하다. 저자의 인생곡선을 어림잡으려고 해도 잘 그려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 대목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정제되지 않고 방향성도 뚜렷하지 않는 저자의 이력서. 모든 인생이 목적을 성취해내는 삶이 아니고 결론을 향해 진행되는 드라마는 더더욱 아니다. 삶은 자꾸 삐걱거리고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부조리극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이러한 삶의 모습들이 자서전에서는 대개 정제되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흡사 위인전 같은 각색이 이뤄지기도 한다. 독자로서는 위인전 스타일이 더 읽기 쉽고 무언가 남는 느낌이 든다. 아쉽게도 이 책을 읽고서 남는 것이 있느냐고 한다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겠다. 심지어 저자 또한 자신의 수집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내 방대한 '컬렉션'은 나에게 부풀려진 자아감각을 선사했고, 나는 그 부풀림의 중심에 공기와도 같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자리 잡고 있음을 인식해야 했다. 바로 그것이 내가 가진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들. (p.358)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수집하면서 자아를 부풀렸다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대목은 잔잔한 울림이 있다.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온 수집벽은 부족한 자아감각을 보충해주는 것이었고, 이제는 떨쳐 버리지 못하지만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자신의 삶은 수집과 함께였고 그것이 즐거움이자 커다란 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즐거움에 묻혀 살거나 짐을 내려놓기 마련이지만 이 둘을 함께 가지고 가는 저자의 모습은 위인의 모습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잇고자 하는 현재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너무 많은, 아무 것도 아닌 쓸모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수집왕의 삶은 매끄러운 결말이 없을 것 같다. 이런 저자의 삶에 찬성과 반대, 지지와 비판은 자유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나 또한 기겁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선호를 떠나서, 그의 삶이 매끄럽지 않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다른가.

 

이 모든 것을 어떤 식으로 끝낼 것인가? 나는 이 문장의 울림이 싫다. 최근 나는 나 자신을 수용하려는 마음을 그리고 이제 결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서 가면을 벗어던졌다.(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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