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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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모든 16세 학생들에게 선물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나온 불평이란 게 '이 책의 내용은 좀 구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서'라고 한다. 이미 성평등지수가 높은 이 나라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최근 인터넷에서 일선학교 성교육자료를 접했다. 초등용으로 기억하는 그 자료에는 여성의 바른 옷차림을 고르라는 식의 선택지가 있었다. 의도가 빤히 보이는 문제였다. 여성의 바른 옷차림이란 단정하고 외부에 어떤 자극도 주지 않아야 한다. 행여나 불상사가 생기면 행실을 바르게 하지 못한 여성의 탓이라는 익숙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런 교육을 거치면서 배운 성역할은 기성사회를 거치며 강화된다. 여성다움에 대한 교육은 남성다움에 대한 교육 역시 반영한다. 남성은 강해야 하고 참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물학적 성(sex)은 사회학적인 성(gender)이 된다.

 

저자는 페미니스트를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즘이 문제시하는 상황을 일상적으로 접한다. 여자든 남자든. 어떤 부분에서 우리는 성별로 인해 불평등을 느낀다. 여혐과 남혐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의 성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방식이다. 이런 해결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해결책이라는 것이 도리어 문제를 키우는 꼴이다.

 

성별로 인한 불평등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든 남자든. 이 책은 저자의 이야기다. 저자가 살면서 느꼈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녀의 불편함은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모두 나와 같지 않기에 내가 느낀 공감을 강요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공감 대신 자신의 이야기로 불평등에 관한 또다른 증언을 할 수도 있다.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이런 불평등은 왜 생겨났는지를 주장할 때, 직관 말고도 배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나는 페미니즘이 대단하고 심오한 것이라기보다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태도는 저절로 익혀지는 것도 있겠지만 배워서도 익혀야 한다. 판형도 작고 100페이지도 되지 않은 이 소책자는 페미니즘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잘 전달해준다.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바란다. 그리고 저자는 여자든 남자든,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페미니즘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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