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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 페미니즘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애초에 아무 문제도 없는 식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여성의 권익을 이야기할라 치면, 무언가 심사가 뒤틀린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쩍 페미니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혐오 정서에 기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다수의 네티즌들은 제각각의 의견을 접하거나 피력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다면 허망하다. 페미니즘에 호의적인 이들에게 언어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비판적인 이들에게도 )
서점에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책들이 부쩍 많아졌다. 뭔가 알아보고 싶은 이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듯 하다. 그 중에서 분홍 표지의 이 책은 눈에 잘 들어온다. 페이지도 400페이지 가까이 된다. 에세이를 묶어 펴냈기에 이 책을 입문서로 추천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글감이 대부분 미국 대중문화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헝거게임>과 같이 내가 이미 접했던 일부 영화를 제외하고는 글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문화연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게 페미니즘 입문서를 추천해 준다면 이 책은 조금 뒤에 언급할 것 같다.
저자에겐 여성 외에도 흑인의 정체성으로 마주하는 세계가 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은 성차별만큼 뿌리가 깊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차별적 태도와 언행들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저자는 대중문화의 모습을 빌려서 보여준다. 아마도 미국에서 이 책은 물 흐르듯 읽힐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글의 맥락이 풍부하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추천사에서 정희진 씨가 언급한 것처럼 '이런 책이 무수히 쏟아지길 기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일상의 모습에서 페미니즘적인 문제제기가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