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사계절 1318 문고 152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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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이금이 장편소설. 사계절출판사. 2026.

어떤 삶이든 슬픔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을까. 슬픔을 밑바탕에 두고 그 다음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 해방 전후의 사할린 역시 슬픔을 전제하지 않고는 그 이야기를 온전히 다 할 수 없고, 그런 슬픔의 삶과 시간 그 사이, 즉 틈새에 사랑이 비집고 들어와 슬픔을 단순한 슬픔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슬픔으로 만들어준다. 이것이 우리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우리 역사의 무게이고 그 역사 속 사람들의 삶의 무게인 것이다.
사할린. 그동안 대략적인 이야기로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그들의 삶이 어떤 굴곡 속에 놓여있었는지를 자세히 알아보려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이 어떤 끝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한평생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와 역사의 문제 안에 놓여 개인의 삶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짚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단옥의 삶을 통해, 그들에게 어떤 삶만이 허락될 수 있었는지, 어떤 삶을 살도록 강요받았던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왜 강제로 어느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지, 국적이라는 것을 얻지 못하고 무국적자로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왜 그토록 자신의 뿌리, 고향의 공간으로 가고자 하는 것인지, 의아하면서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행기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을 한평생 갈 수 없었다는, '억류'라는 단어 안에서 이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할 수많은 이야기 속에는, 지금 우리가 감히 함부로 이렇고 저렇다고 판단하여 결론내리면 안 되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숨어 있는 이야기를 우리는 기꺼이 끄집어내어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자세인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꺼삐딴 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당시를 살아내야만 했던 이들에게 있어서 일본, 소련, 미국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의 운명과 정세의 변화에 대책없이 무방비상태로 놓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지, 솔직히 짐작도 쉽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이인국 박사와 단옥의 삶이 같은 방식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자신의 삶을 개인적으로 감당하며 되는 상황이 될 수 없었다는 것, 세상과 세계의 움직임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일정 부분 혹은 그 이상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 당시의 상황을 자신의 자유 의지로 판단 혹은 선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잘못이나 문제가 전부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바로, 역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로서 접근해 살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가 어떻게 지금의 우리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몫, 우린 우리의 삶을 살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안 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역사는 기억해야 하고 또 그 기억이 바탕이 되어 그 다음의 삶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살아내고자 한다면, 우리의 삶을 더 잘 살아내려고 노력 중이라면, 지금의 이 모든 삶의 이야기를 잘 확인하고 아는 것이 시작인 것이다. 이들의 삶이 곧 우리 삶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가만히 단옥의 삶을 머릿속으로 되짚어보게 된다. 만약 단옥이 그런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이처럼 살아낼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길고도 고단한, 굴곡 많은 삶을 잘 살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가족이 있어서, 친구가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또, 이 모든 순간에 대한 진심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해야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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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우리의 비밀 과외 오늘의 청소년 문학 47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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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우리의비밀과외 #이민항 #다른출판사 #서평 #책추천

1941, 우리의 비밀 과외. 이민항 소설. 다른출판사. 2026.
_말이 금지된 시대의 시인과 소녀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지 않을까. 아마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우리의 시인이 바로 윤동주. 윤동주를 빼놓고 우리의 시인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시인이 윤동주일 것이다. 그 시대를 지나오지 않았어도 그 시대를 살았을, 우리의 말과 우리의 시를 사랑했던 시인 윤동주. 그런 시인이 대한 이야기라면 무조건 솔깃하게 된다. 아마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시대를 살았고 또 살아가고 또 살아갈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생각일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윤동주가 주인공은 아니다. 그런 시대 시인을 만났던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소녀가 사랑했던 우리 말과 우리 시에 대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윤동주 시인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시인의 삶과 정서, 가치관과 정신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시인의 영향이 당시 어린 소녀에게도 얼마나 크게 다가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 지금의 우리가 시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밀려오는 감정이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소녀에게도 어떤 느낌으로 시인이 다가왔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리고 그런 시인의 시를 만날 수도 있었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 소설이 더 인상적인 이유는, 시인의 시가 이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말과 생각, 그리고 그런 시인이 사랑했던 시. 그 시 속에 담겨있는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시인의 말과 행동을 통해, 소녀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드러나고 있으므로, 더욱 시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또 그런 시인의 시를 더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시가 단순히 사람의 머릿속 생각만 가지고 책상 앞에서 탄생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시인이 가졌을 시에 대한 태도와 한 순간 한 순간의 삶과 시간이 쌓여 자연스레 시가 되었을 테니, 그런 시간을 따라가보고 짐작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시를 만나는 순간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시로 들여다보는 경험은 또 다른 문학을 접하는 즐거움이 됐다. 시 따로 소설 따로가 아니라 시와 소설이 어우러지면 두 장르가 갖고 있는 맛을 한껏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두 장르를 접목시켜 독자들에게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구나 싶었고, 이 느낌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도록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소설 속 시인이 시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 시를 어떻게 쓰면 좋은지, 주변을 어떻게 관찰하고 느낌을 표현하면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적용시켜 함께 시를 써보는 활동으로 이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시 창작 수업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그 과정을 따라가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에 한 발짝 가깝게 갈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이를테면, '빗대어 표현하는 법'의 이야기를 따라해보도록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기분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이 시대를, 그리고 시인을 떠올리면 안타깝고 슬픈 감정이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 감정을 늘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겪었던 과거와 역사 안에서 지금 우리의 삶이 영위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었고 또 그 이야기를 우리가 계속 함으로써 지금의 우리 삶도 가능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이 이야기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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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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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호랑이 #네주시노 #열린책들 #출력물서평단 #서평

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26.

뭐라고 말해야할까. 일차적인 감정으로 모든 설명을 한다면 한도끝도 없이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말들을 모으고 모아 쏟아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한도끝도없이 이 불쾌하고도 기분 나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토해내듯 말해도 개운해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말들까지 모두 총동원하여 소리를 질러서 개운해지지 않을 불편하면서도 언짢아지는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할지.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목조목 따져 어디에 물어야할지 감도 안 올 정도이다. 이런 기분을 쉽게 거둘 수 없을 정도, 오히려 고통스러울 정도다.
부당한 힘에 의해 어쩌지 못했던 공포를, 그럼에도 이렇게 꾹꾹 눌러 펼쳐 서술할 수 있는 힘으로 바꾸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람으로서 이 모든 것을 이토록 하나하나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힘을 갖고 있지 않고는 도저히 쉽게 해낼 수 없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이 이야기를 풀어냈을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어느 한 순간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한 암울한 시간을 보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것이고, 또한 그런 시간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마음이 담보되어야만 글로 형성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가 쉽게 읽힐 수가 없는 것이. 도저히 내 마음대로 훅훅 이 이야기를 읽어내면서도 안 될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책으로 엮여있는 한 권을 받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덩어리'를 앞에 둔 느낌이었다. 출력물로 된 이야기를 턱, 올려놓고 묵직하게 전해지는 물성의 느낌 또한 이 책이 전하고 있는 무게감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 장 한 장의 소중히 넘기게 되고 또한 무겁고도 묵직하게 넘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표면적 이유라고나 할까. 이 종이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무게에서 벗어나려 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무게감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오히려 독자인 나보다도 더 객관화된 기록을 향한 놀라울 정도로의 다방면에서의 분석과 설명을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정교하고도 날카롭게 이와 관련한 모든 관련 사항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글로서 남겨두겠다는, 어쩌면 일반적인 사회의 잣대가 법으로 다할 수 없는 처벌을 이런 글을 통해 그 남은 것 하나까지도 모두 처벌해 주겠다는 마음의 발동인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고 감정을 완전 배제한 것도 아닌 딱 필요한 만큼의 집요함으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이런 불편함과 불쾌함을 모르고 산다고 이 사회에 이런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우린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이야기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고개를 돌려 피하려하지 말고 인상을 쓰더라도 고개 똑바로 들고 직시해야 한다는 것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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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열네 살 사계절 1318 문고 151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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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망할열네살 #김혜정 #사계절 #사뿐사뿐 #서평

이 망할 열네 살. 김혜정 장편소설. 사계절. 2026.

이 책의 제목을 끝까지 말할 때보다, '이 망할~'하고 말할 때가 더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냐는 지인의 물음에 '이 망할~'까지만 이야기했는데도, 아~ 하고 알아듣고 함께 웃었다. 마치 예전에도 '오백 년째~'까지만 이야기해도 모두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근데 ' 이 망할~'을 발음할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난다. 아무래도 이 친구들의 열네 살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이지 않을까 싶다. 누가 이 말을 들으면 이 친구들의 중1 시절이 참 아름다웠나보다 싶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말 그대로 우당탕탕의 시기를 겪어온 것이 사실일 이 친구들의 1년의 생활. 그 생활을 감히 내가 함부로 미화해도 될까 싶기도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그리고 지금 이와 비슷한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내내 보고있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친구들이 무척 기특하다. 그래서 '이 망할~' 하고 말하며 이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진다. 만약 나도 쓰생님이었다면 기꺼이 햄버거 쿠폰을 쏠 것 같다. 어찌 이 아이들을 칭찬해주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또 망쳤어. 또 바보짓을 했어."
은빈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잘 지내는 게."
은빈은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했다. 나도 그런데 은빈도 그랬구나. 어쩌면 우리는 다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와 잘 지내는 게, 친구와 잘 지내는 게, 세상과 잘 지내는 게 다 어렵기만 하다.(189쪽)

열네 살에게 무척 어려울 것 같다. 한참 오랜 시간을 산 나도, 이 나이에도 '나, 친구, 세상'과 잘 지내는 게 이토록 어려운데 말이다. 물론 어려움의 내용과 결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본질은 비슷할 것 같다. 결국 '잘 지내'고 싶은 마음. 하민이가 생각했던 것처럼 누구나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고 심각한 오해이다. 욕심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부정당해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과 내가 추구하는 삶으로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그래서 우린 나 말고도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하민아, 근데 ㅁㅊ이 뭘까?"
진이 물었고 나는 떠오르는 걸 말했다.
"미친? 멍청?"
둘 다 별로였다.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냥 모르고 싶었다.
"멋친은 아니겠지?"
"멋친이란 말이 있어?"
"음, 멋진 친구? 내가 만들어 봤어."
진의 농담에 난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진은 사실 꽤 웃기다. 진은 내게 ㅁㅊ이 맞긴 하다.(178쪽)

빵 터졌다. 책을 읽다가 실제로 웃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 지점에서 진짜로 웃어버렸다. 아, 이 친구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아이들은 이미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어렵다고 말만 하지 실제로는 어떻게 하는 게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인지 이미 벌써 알고 있는 고수. 분명 고수의 느낌이 났다.
아마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그 방법으로 나와 친구와 또 세상과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막상 문제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그 문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급해 정작 자신이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걸음만 뒤로 나와 그 상황을 바라보면 분명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난 후 깨닫는다. 어떻게 해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 친구들이 지금 딱 그렇다. 분명 어려운 문제 상황에 놓여 있었으나 자신들이 갖고 있는 힘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해냈다. 그렇게 열네 살을 보내고 난 이후, 열다섯 살을 맞으며 겉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이 아이들은 모두 알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는게 잘 지내는 것인지를.

이제 앞으로 ㅁㅊ은 '멋친'이라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의 멋진 친구들에게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이 망할~' 하면서 함께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분 좋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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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서는 법 - 사실과 믿음 사이, 삶은 어디에 있는가
차병직 지음 / 김영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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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는법 #차병직 #김영사 #서평 #책추천

경계에 서는 법. 차병직 지음. 김영사. 2026.
_사실과 믿음 사이, 삶은 어디에 있는가

경계, 선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안에서 무수히 만나게 되고 또 때론 중요하게 또 다른 부분에서는 사소하게 그 선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을 분명히 인지하며 생각해야하는 순간이 있는 반면, 때론 선의 구분이 모호하여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인지의 차이이기만할 뿐, 우리 사회는 무수히 많은 선을 그어놓고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분명히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노력이 곧 자신의 목소리와 힘,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고 대표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의 일정부분을 나 또한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런 믿음을 공고히하며 지금껏 버텨왔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위의 생각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단상일지 모르나, 이 책을 읽고 남은 솔직한 생각의 여운이다. 이 책의 제목이 생각을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되었다. 글 속에 담긴 법과 사회, 지금의 현실과 사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두, 그 선을 분명히하려는 것인가 혹은 그 선을 조금은 지우려는 노력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그 선의 잘못을 명확히 하고 제대로 선을 그어야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결국 법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결국 결론을 내려야하는 숙제,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을 수 있겠으나, 그 정답을 추구하기 위해 정답이 아니어도 답을 내려야하는 의무. 그리고 그 모든 공정하면 좋으나 여전히 공정보다는 예우나 관례 등이 상당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지분 내에서 그 누구도 쉽사리 바꾸거나 고치려는 시도를 관철시킬 수 없는 분위기. 과연 이런 속에서 감히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싶은, 회의적인 마음도 들었다.
단순히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며 목격했던 수많은 사건과 상황들을 되짚어보면 응당 고개가 끄덕여지고 또 고개를 절로 내저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무척 짧은 시간 내 놀라운 파란을 경험하고 이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난아가고자 하는가를 직접 경험했던 지금은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로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경계는 사물 사이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와 존재 사이에 놓여 있다. 존재는 그 자체의 표상적 정체성을 외피와 윤곽으로 드러내며 공간과 경계선을 긋는 가운데 세상의 인식 대상이 된다.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움직이며 타자와의 사이에 놓은 유무형의 무수한 경계와 부딪힌다. 삶 자체가 경계를 구분하는 일이기도 하다. 경계를 확인한 다음, 그것을 지킬지 넘을지 결정한다. 경계를 모르고 남나들기도 하지만, 아예 무시하고 침범하는 경우도 많다.(318쪽)

책 속 저자의 생각들 속에는 우리에게 던지는 많은 질문이 담겨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례로 우리 삶과 법을 함께 논의의 대상으로 두며 우리가 과연 나아가는 삶 안에 법은 어떤 답을 안겨주어야 할 것이며, 우리 삶의 답을 통해 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내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언젠가 법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법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드 것의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무기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과연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런 힘의 진짜 실체가 무엇인지를 직접 알아보고 싶었고, 내가 모르는 영역 속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움직여나가는 것인지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물론 실행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 갈증은 남아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나에게 꼭 필요한 지점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예전 읽은 책 속에서 누군가는 헌법을 공부하며 법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기도 했으니 해볼만은 할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삶이란, 그 자체가 질문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질문이다. 살아가는 행위가 삶이 무엇인가 묻는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질문해대는 형국인데, 대답은 누가 하는가? 마치 대답 없는 질문처럼 보이는 것이 삶이다. 인간의 역사란 삶에 대한 질문의 역사다./그런 줄 알았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삶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질문과 동시에 대답이었다. 삶이 대답을 거부한 적은 없다.(98쪽)

결국 답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어딘가에 매달려 지금의 경게에서 어느 쪽으로 넘어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 또한 우리가 내리는 답 안에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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