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할 열네 살 사계절 1318 문고 151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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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열네 살. 김혜정 장편소설. 사계절. 2026.

이 책의 제목을 끝까지 말할 때보다, '이 망할~'하고 말할 때가 더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냐는 지인의 물음에 '이 망할~'까지만 이야기했는데도, 아~ 하고 알아듣고 함께 웃었다. 마치 예전에도 '오백 년째~'까지만 이야기해도 모두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근데 ' 이 망할~'을 발음할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난다. 아무래도 이 친구들의 열네 살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이지 않을까 싶다. 누가 이 말을 들으면 이 친구들의 중1 시절이 참 아름다웠나보다 싶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말 그대로 우당탕탕의 시기를 겪어온 것이 사실일 이 친구들의 1년의 생활. 그 생활을 감히 내가 함부로 미화해도 될까 싶기도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그리고 지금 이와 비슷한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내내 보고있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친구들이 무척 기특하다. 그래서 '이 망할~' 하고 말하며 이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진다. 만약 나도 쓰생님이었다면 기꺼이 햄버거 쿠폰을 쏠 것 같다. 어찌 이 아이들을 칭찬해주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또 망쳤어. 또 바보짓을 했어."
은빈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잘 지내는 게."
은빈은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했다. 나도 그런데 은빈도 그랬구나. 어쩌면 우리는 다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와 잘 지내는 게, 친구와 잘 지내는 게, 세상과 잘 지내는 게 다 어렵기만 하다.(189쪽)

열네 살에게 무척 어려울 것 같다. 한참 오랜 시간을 산 나도, 이 나이에도 '나, 친구, 세상'과 잘 지내는 게 이토록 어려운데 말이다. 물론 어려움의 내용과 결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본질은 비슷할 것 같다. 결국 '잘 지내'고 싶은 마음. 하민이가 생각했던 것처럼 누구나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고 심각한 오해이다. 욕심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부정당해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과 내가 추구하는 삶으로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그래서 우린 나 말고도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하민아, 근데 ㅁㅊ이 뭘까?"
진이 물었고 나는 떠오르는 걸 말했다.
"미친? 멍청?"
둘 다 별로였다.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냥 모르고 싶었다.
"멋친은 아니겠지?"
"멋친이란 말이 있어?"
"음, 멋진 친구? 내가 만들어 봤어."
진의 농담에 난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진은 사실 꽤 웃기다. 진은 내게 ㅁㅊ이 맞긴 하다.(178쪽)

빵 터졌다. 책을 읽다가 실제로 웃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 지점에서 진짜로 웃어버렸다. 아, 이 친구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아이들은 이미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어렵다고 말만 하지 실제로는 어떻게 하는 게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인지 이미 벌써 알고 있는 고수. 분명 고수의 느낌이 났다.
아마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그 방법으로 나와 친구와 또 세상과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막상 문제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그 문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급해 정작 자신이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걸음만 뒤로 나와 그 상황을 바라보면 분명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난 후 깨닫는다. 어떻게 해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 친구들이 지금 딱 그렇다. 분명 어려운 문제 상황에 놓여 있었으나 자신들이 갖고 있는 힘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해냈다. 그렇게 열네 살을 보내고 난 이후, 열다섯 살을 맞으며 겉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이 아이들은 모두 알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는게 잘 지내는 것인지를.

이제 앞으로 ㅁㅊ은 '멋친'이라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의 멋진 친구들에게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이 망할~' 하면서 함께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분 좋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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