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신혜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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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한창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 봄만 되면 화원에 매주 찾아가 우리 집으로 데려올 아이들을 고르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데려오고 싶은 아이들은 무척 많았고, 하지만 그 많은 아이들을 모두 데려올 수 없는 현실은 안타까웠고. 그러다 저자의 책 <이웃집 식물상담소>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제 더 이상 식물들을 화분에 키우며 괴롭히지 않겠다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식물을 좁은 화분에 가두어 성장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그런 마음을 먹게 만들어 주었던 저자를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에서 다시 만났다.

식물학자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졌을 때의 만족감은 얼마나 클까 싶었다. 식물에 흠뻑 빠졌을 때, 하루종일 식물만 바라보며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런 식물을 진짜 원없이 실컷 바라보며, 식물에 대한 계속 알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롭고도 가슴 떨리는 일일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확실해졌다. 좋아하는 것을 한다고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에서도 괴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우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게 되는 순간이 무척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저자의 식물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식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알아가게 되는 것이 단지 식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만이 아닌 것 같아 안심이 됐다. 역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렇구나, 싶어 나도 닮고 싶어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은 대체로 자연이었던 적이 많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래, 역시 자연의 모습은 인간이 다 알지 못하는 신비하고도 놀라운 세계이며, 그런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아내기 위한 연구자, 과학자들의 노력 또한 대단하고 존경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이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식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식물을 만나러 가는 길은 용기가 필요하고, 어렵고 위험한 순간도 많지만 나는 식물 덕분에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236쪽)

저자는 여행이라고도 표현했다. 끊임없이 다양한 곳을 찾아 다니며 사랑하는 식물을 만나러 가는 여행. 귀찮고 힘들다고 식물을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 식물이 생장하기 위한 환경과 온도, 기후와 지역은 분명하니까.

난초가 사라져 내가 낙담하고 있었을 때 친구는 혹시 난초가 먹히는 걸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철망을 씌우거나 울타리를 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그건 자연 속에서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숲속에 철망과 울타리가 있다면 얼마나 이상한 풍경이겠는가.(166쪽)

그리고, 자연은 그저 자연일 뿐, 인간의 인위적인 욕심으로 자연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고 구획하면 안 된다는 것. 관찰하고 연구하겠다는 욕심으로 자연을 개인의 소유로 만들어 보호하려는 것은 오히려 그 식물을 가두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생각은 여전하구나, 싶었다. 관찰의 대상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우나,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역시나 자연의 일인 것이다. 그런 자연의 일에 초연해질 수 있는 것 또한 식물학자가 가져야 할 마음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식물학자가 아닌 우리도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이겠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식물, 나무, 꽃, 열매, 그리고 그 식물이나 곰팡이, 그 외의 자연 안의 생명들이 자라나는 이야기를 알게 된 것보다, 식물을 대하며 가지게 되는 식물학자로서의 마음과 생각, 3년의 연구 기간 동안 저자가 얼마나 깊은 지혜를 얻게 되었는가를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 더 좋았다. 이건 어쩌면 자연이, 식물이 알려주는 교훈이며 가치이지 않을까. 한층 자연에 더 가깝게 와 있을 때 실컷 그리고 제대로 알려주려 했던, 자연의 가르침이지 않을까. 그리고 저자는 그 안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는 이 이후 또 어떤 이야기를 마음에 품게 될 지가 궁금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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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의 국정 노트 - DJ 친필 메모로 읽는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박찬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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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의국정노트 #박찬수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우선, 김대중 대통령의 대단함에 감탄하게 된다. 5년 간 27권의 노트라니. 1년에 5권 이상의 노트를 채워야만 가능한 숫자다. 빼곡하게 채워 쓰고 또 지우고 쓰면서, 메모를 쓰는 시간 그 이상의 생각을 거듭했을 것이다. 절대 단편적인 사고와 판단으로는 도저히 작성된 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러니, 이 메모를 채워나가며 김대중 대통령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얼마나 꼼꼼하게 챙기고 따지며 판단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또, 이 정도의 메모를 직접, 그것도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판단에 기대어 작성해나간 글이 아니다. 이 얘기는 매사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고 어떤 맥락과 과정을 거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할 지를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했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나라 운영을 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다. 누군가의 생각이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흉내만 내려하지 않고, 밀고 나가야 하는 지점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부분들에 대해 강력한 주장과 힘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 지를, 꼼꼼하게 따지고 챙겨 나갔다는 것이다.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어떤 부분을 챙기고 또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준비했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남북 관계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단하고도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그런 과정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철저히 챙기고 또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단단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대단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이런 여타의 과정에서 불편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왜 없었을까. 하지만 그런 모든 과정을 어쩌면, 단 하나의 이유로 포기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바로, 대통령이라는 이유.

이 책을 읽으며 이 모든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대통령이라는 건, 남달 위에 군림하고 또 자신의 권위와 권력만을 앞장세우는, 그런 의미의 대통령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라를 대표하고 또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나아가게 될 것인가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의무를 가득 안은 채, 어떻게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바람직한 태도와 모습일 수 있을까에 대해 국민들의 눈치를 볼 줄 아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는 뜻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의 눈치를 볼 줄 아는 대통령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든 국민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기 싫었을 것이고, 자신의 책임지고 있는 5년의 기간이 이 나라의 운명이 기우는 기간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발전될 수 있는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제단하며 철저하게 관리해나갔던 것이지 않을까.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기록이 나올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한 나라의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는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미가 크다는 느낌이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최고의 대통령이었고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알아야한다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역대 대통령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포용하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바탕으로 미래 나라의 경제와 전망을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갖출 수 있어야겠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진심의 태도, 책임을 다 하기 위한 자기 관리와 노력은 필수. 그리고, 국민을 향해 고개 숙이고 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흔들림 없는 마음까지.

생각 많아지게 하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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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게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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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했다.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게 맞겠지. 혹시 나만 그런가. 하지만 나만 그래도 할 수 없다. 코가 찡해지고 심장이 들썩했으니까.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꽉 차오르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허전하고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슬프고 서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벅차오르는 감정인 것이다.

아무리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여도, 생명이 있고 유한한 존재는 언젠가는 그 끝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영원히일 수는 없으니까. 붙잡고 싶다고 붙잡아지는 것도 아니고, 싫다고 발버둥쳐도 정해진 한계는 다가오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그 끝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나야 할까. 어쩌면 이 그림책이 더 마음을 들썩이게 하면서도 꽉 채울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지막을 대하는 자세에 있지 않았나 싶다. 분명 사랑을 듬뿍 주고 또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함께 해온 존재다.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며, 늘 손을 놓지 않고 매 순간 정성을 다한 존재다. 그런 존재를 향한 마음이란 어떤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를 손 놓아주고 보내줘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 어떤 마음으로 떠나보낼 것인가.

안녕.
잘 가.

뻔한 인삿말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 더 간명하면서도 진심인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더 긴 말이 필요 없어 보인다. 하고 싶은 말 가득, 알려주고 싶은 마음 잔뜩이지만, 이런저런 구구절절의 사연을 모두 입밖에 내놓을 필요도 없다. 이미, 그 마음은 지금껏 존재와 함께 하면서 다 전달되었을 테니까.

다 자라면 달만큼 커져.

그 마음이 전달되었으니 이렇게 커다랗고 환한 빛의, 달만큼 커진 별이 됐을 테니까 말이다. 이미 마지막 순간에 전하고 싶은 마음은 그 동안 함께 한 모든 순간에 잘 자라나는 별의 모습으로 확인이 되었다. 조금의 서운함이나 소홀함 없이 매 순간 마음을 다했던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떠날 순간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니, 그 순간을 슬퍼하기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떠난 이후에도 늘 함께 한다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별을 키우며 아이도 함께 컸다. 누가 누굴 키웠다가 무색할 정도로 함께 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통과해 서로 성장하며 커나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성장하며 몸을 키운 것 그 이상으로 마음이 풍성해졌을 것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강하고 단단하게 지탱할 줄 아는 힘을 갖춘,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더 밝은 빛을 만들어낼 줄 아는, 그런 별과 같은 힘을 쌓아온 것이다. 서로가 곁을 지키지 않아도 의연하게 혼자서도 충분히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곳에서도 서로의 마음이 가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서로를 키운 것이다. 그렇게 키워낸 힘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벅찬 마음으로, 별을 하늘로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별아, 우리 집에 온 첫날 기억나?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한테 와 줘서 고마워.

환한 빛을 선사해 준 고마운 존재에게, 과연 나는 어떤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 좋을까, 어떤 마음으로 떠나보내면 좋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벅차고 소중한 마음을 어떻게 전하고 또 어떻게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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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실 할아버지와 분실물 보관소
이영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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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함부로 청소기를 돌리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뭉실 할아버지와 멍뭉이가 위험해지면 안 되니까. 소파나 침대 밑 구석의 먼지를 굳이 깨끗하게 치우려고 애쓰지 말아야겠다. 적당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눈 감아둬도 괜찮을 듯.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선물처럼 추억의 행복을 문득 발견하게 될 테니까. 그런 행복한 순간을 기다리며, 지금은 잠시 이대로여도 좋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게 되는 그림책이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행복하고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한순간에 선물받을 수 있다니, 그림책 한 권이 책 한 권 그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이야기다. 한 번 읽고 난 후에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르던 이야기를 새롭게 읽는 기분으로 또 읽고싶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알고 읽어도 이 기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뭉실 할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꾸 읽으면서도 또 읽고 싶어지는 책, 그게 바로 <뭉실 할아버지와 분실물 보관소>다.

집 안에서 물건을 참 많이 잃어버린다. 집 안이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무리 찾고 또 찾으려해도 찾아지지 않는다. 결국 포기하고 넘어간다. 언젠가 찾아지겠지, 집 안 어딘가에 있겠지, 설마 없어지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그러다 잊는다.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잊고 한참을 지내게 된다. 그렇게 기억에서도 서서히 잊는다. 신기하지. 찾아지지 않을 때는 아쉽고 속상해서 한참을 끙끙거리지만, 잊고 나면 필요없는 물건이 되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꼭 필요한 물건이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없으면 없는대로 또 살아지니까.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혹은 반드시 해야할 일만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니니까. 물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꼭 필요해서만 갖는 것이 아니라 갖고 싶어서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힘이 되고 사랑이 되니까 품고 있고 싶어지는 것들. 그것이 이런 물건이고 이런 물건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다. 물건에는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의 기운이 배어 있다고 한다.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것이어도 오래 사용하다보면 그 사람의 체취를 담고 있는 물건이 된다. 그런 물건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 법. 그리고 그런 물건은 또한 쉽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늘 곁을 맴돌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 물건은 관심이 소홀해지더라도 여전히 체취를 담고 어느 곳에선가 다시 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발견되면, 다시 원래의 힘을 발휘하고 사랑을 나누어주고 행복한 기분을 선사해준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툭툭 터지기 시작하는 벚꽃잎처럼 벙그러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이 분실물 보관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펼쳐 꺼내보고 싶어진다. 그러려면 한참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있어야겠지. 엉덩이가 좀 아플테니 푹신한 방석도 준비하고 말이다. 그렇게 꺼내보는 추억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아무래도 이사는 계획하지 말아야겠다.

덧-
주의사항에 '금토일 통행금지'가 있다. 우아~ 한참 웃었다. 이런 깨알같은 요소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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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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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과초콜릿경성에오다 #박현수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식민지 시대에 대한 감이 사실, 잘 없다. 역사 시간에 배운 이야기대로라면 일제의 강압, 폭력 등에 조선인은 핍박받고 힘들게 살기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며 향유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를 이렇다 저렇다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은 버리지 않고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사람 사는 것은 매한가지, 힘든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느끼고 바라고 즐기려는 것은 어느 때에는 가능했을 것이니까. 너무 역사책에서의 암울했던 당시의 현실만을 생각하니 이런 디저트의 세상이 당시에 펼쳐졌을 것이라고는 쉽게 상상이 되질 않으니, 그런 생각을 살짝 접어두고 디저트의 세계에만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커피다. 요즘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디저트. '끽다부'라는 말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커피를 접했을 때를 생각하면 당시의 사람들이 커피를 생각했던 것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슨 맛인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마시니 따라 마시는 것으로 시작. 이렇게 맛없고 쓴 물을 왜 먹을까, 싶으면서도 자꾸만 찾게 되면서 커피에 서서히 중독되는 듯한 과정. 이제는 커피를 마시겠다는 목적만이 아니라 그런 커피를 어떤 분위기의 장소에서 마실 것인가를 고르고 찾게 되는 경지까지. 단순히 커피는 커피라는 식품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분위기를 느끼는 등 음식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다방이든 제과든 카페든, 결국 사람이 모이고 함께 어우러지기 위한 장소를 찾는 것, 거기에 커피의 맛과 향까지 알아가고 시작하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호떡의 '호'가 오랑캐였다. 중국의 대표 음식 후빙. 그런 중국 음식이 우리의 호떡이 될 때 오랑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포함되어 있었다니. 어린 시절 시장 따라가 손에 하나씩 쥐어주던, 줄줄 흐르던 뜨거운 설탕물을 연신 핥아 먹으며 조금이라도 흘리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호호 불려 먹었던 추억의 음식인데, 이런 역사는 또 생각해보지 못했다. 팥이 들었을 호떡도 상상이 잘 안 간다. 배고파서 호떡집에 들어가 먹었다는 말도 상상이 잘 안 간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호떡과 크기며 형태가 달랐겠구나 싶다. 삽화 그림을 봐도 그래 보이기도 하고. 하나 먹으면 배가 볼록해질 정도로 포만감이 있었던 것이 호떡인가보다 싶다. 어쩌면 지금의 형태보다는 떡이나 빵, 혹은 빈대떡과 더 비슷했으려나. 하지만 그 속을 채워 사람들의 시선과 입맛을 잡아끌었다는 것만은 지금과 비슷한 것 같다. 집가 가기 전 들러 먹고 싶어지는 뜨끈하고도 달큰한 맛의 호떡. 비 오는 날 밤, 생각나는 맛이다.
초콜릿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초콜릿의 달콤함은 단순한 설탕의 달콤한 그 이상을 선사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달콤함은 연인의 감정과 닮아 있으니 더 거부할 수 없다. 지금은 당연히 초콜릿 과자의 형태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당시에는 음료로 보다 더 이용되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차의 형태로 이용되었다는 문화는 커피를 소비하던 당시의 문화와 비슷한 맥락이겠구나 싶다.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지고, 그런 공간을 찾아 차를 향유하는. 그때 커피도, 초콜릿 음료도 함께 했겠구나 싶다.

당시의 문화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또 즐기며, 많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떤 식으로 펼쳐졌는가는 시대적 이해를 돕는 유용한 정보이다. 특히 당시 사람들에게 무엇이 인기였고 어떤 것을 주로 향유했는가는 지금의 우리의 향유 문화와 비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문화가 무척 다양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즐거움과 풍류가 분명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눈이 반짝여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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