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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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짧은 소설. 한겨레출판. 2025.

짧은 소설. 흥미로운 장르다. 우리가 보통은 소설을 길이에 따라 장편소설, 중편소설, 단편소설로 나누는데, 이 소설을 단편소설보다도 더 짧은 소설이란 뜻일 것이다. 실제로 소설이 진짜 짧았다. 근데 이 짧은 내용이 은근히 사람의 흥미와 재미를 끌어당기는 요소가 되는 듯하다. 장편소설은 긴 호흡으로 글을 읽어나가야해서 그 긴 호흡 속에 서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또 푹 빠져들었다 나올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다양한 관계와 사건, 그걸 통해 갖게되는 다채로운 생각들 속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반면 단편소설은 간결하고 핵심만을 간결하게 전달해서 오히려 더 강력한 후폭풍을 가져오기도 한다. 짧다고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파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장편소설보다 이야기를 곱씹으며 되돌아 다시 읽어야하는 수도 생긴다.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소설들을 그보다도 더 '짧은' 소설이었다. 짧은 건 빠르게 금방 읽을 수 있어 좋을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기도 하다. 마치 이야기를 하다 만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이다. 뭐지, 이거 뭐라는 거지,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하면서 혹여라도 내용 중 놓치고 넘어갔던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도 하게 된다. 어떻게해서든 소설의 의도와 의미를 다 알아내겠다는 집념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냥 단순히 짧게만 쓴 소설들이 아니라, 정말 그 단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야기 전달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느낌. 그만큼 몰입도가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지하게 각 잡고 이야기를 서술해나갔다면 그만큼 재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이 소설들의 묘미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쉽게 다 말해주는 것처럼, 속내를 다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면서, 그런 속내가 강렬하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엉뚱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작가의 말>은 진짜 작가의 말인지, 작가의 말을 빙자한 소설인지 헷갈리는 소설(?)이었다. 대부분의 책에서 작가의 말은 보통 제일 마지막에 부록처럼 나오는데, 이 책은 중간 부분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건 잘 모르겠다. 소설인지, 작가의 말인지. 분명 보통의 작가의 말과 비슷한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지만, 또 이런 소설을 썼다고 해서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이런 식인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진짜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고 있는 것인지 다 허구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글을 쓰는 주인공이라면 자꾸 작가의 모습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소설 속 서술자와 작가를 혼동하며 읽게되는 지점도 있었다. 소설책을 읽고 있지만 이렇게 알쏭달쏭해지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이런 게 재밌는 것이다.

짧아서 더 그런 것 같다. 이야기를 가만히 읽어 나가다 누군가 옆구리를 쿡, 찌르는 듯한 느낌의 소설들이 있었다. 앗, 하고 한순간 숨을 흡, 하고 멈추게 만드는 순간들 말이다.

이런 건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아뇨, 아무것도."(81쪽_'아뇨, 아무것도' 중)

"야! 주계병(조리병) 깨워!"
그렇게 전통과 현재는, 상상과 행위는 또 한번 타협하며 명맥을 유지했다. 튀김옷을 입고 노릇하게 튀겨진 채로.(155쪽_'타협' 중)

흔한 표현으로, 빵 터졌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웃기네, 하고 말이다. 이게 진짜 짧은 소설의 묘미구나 싶었다.

바로 우리의 정체성 말입니다. 우리는 날지 '못하는' 새들이 아니라 날지 '않는' 새들입니다. 창공을 누비는 자유를 반납하고 대지의 품에 안기기로 스스로 선택한 것이죠. 자유롭지만 공허한 하늘 대신 생명의 기운이 순환하는 흙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닭이 땅에 정착한 사연은 인간에게 노예처럼 사육당했기 때문입니다.(16쪽_'날지 않는 새들의 모임' 중)

아, 이런 게 우화구나, 생각했다. 정체성을 논하다니, 그 정체성이라는 것을 스스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그들의 입을 통해 인간들의 세상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구나, 싶었다. 어떤 삶을 선택한 것인가, 혹은 선택이 맞기는 한 것인가, 그런 모습을 저들이 이토록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 집단과 단체라는 것이 어떻게 그 나머지를 배척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되었다.

이러니 이 소설들이 흥미로울 수밖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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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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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양다솔 지음. 한겨레출판. 2025.
_나를 활자로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금방

작가의 편지에 답장을 쓰고 싶어졌다. 나도 저 '까불이 글방'에 들어가 매주 글을 쓰고 싶어졌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용기가 났다. 꼭 잘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그저 나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 나 자신에게는 더 솔직하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후하게 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뭐가 됐든 비슷하겠지만,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이전과 다른 무언가를 이룬, 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작가 그 근처의 뭔가 비스무레한 어떤 무엇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깨달은 사실은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묻지 않았고, 아직 쓰이지 않았을 뿐이다.(...) 모두 그저 자신에 대해 쓰면 된다. 누구도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 쓰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8쪽)

각 글마다 작가는 '이 주의 글감'을 알려주었다. 이 글감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나도 이 책의 글감들을 가지고 글을 써보면 되겠구나, 싶었다. 예를 들면,

이 주의 글감: 내가 좋아하는 거짓말(234쪽)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거짓말에 대해 쓰라고요? 어떻게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하는 거짓말을 쓸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이건 거짓말입니다. 저는 자주 쓰는 거짓말이 있거든요. 좋아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거짓말을 하면 그냥 그 다음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합니다. 그래서 자주 하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것에 별 게 아닐 것 같습니다. 자주 쓰고 또 그렇게 쓰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아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거짓말은, '괜찮다'입니다. 사람들이 자주 물어요, 괜찮냐고. 그럼 당연하다는 듯 괜찮다고 대답합니다. 이건 어린 시절 How are you? 라고 물으면 I'm Fine, thank you. And you? 라고 물어야한다고 배웠던 공식처럼, 마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툭 하고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말의 조합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게 되는 '괜찮다'는 대답이, 실은 안 그럴 때도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는 거죠. 그래서 거짓말인 겁니다. 그리고 이 거짓말은 티가 많이 납니다. 질문하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거짓말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묻고 또 묻고, 대답하고 또 대답합니다. 이게 참 재미있는 지점인 것이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쓰다보면 자연스레, 작가에게 각 글감마다의 답장을 적어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 이게 또 쓰다보니 써지는구나, 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생각보다 좀, 재밌구나.

언제나 할 말이 있는 사람의, 늘 말이 많은 사람의,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귀를 막고 도망가는 사람의, 아주 적절한 취미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신에 대한 책을 한 권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슬렁슬렁 산책처럼 쓰기 시작한 글이 생각보다 긴 산책이 되어버려서 완성되고 마는 책이요.(227쪽)

어린 시절,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자주 이렇게 답했던 적이 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갖고 싶다고. 이 책을 읽으며 이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작가가 보낸 10년의 시간만큼이면, 이란 생각.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며 웃었다.

이 책은 한 번에 후루룩 일어나지 말고, 한 꼭지씩 읽고, 또 그 꼭지의 글감으로 글을 쓰면서 천천히 읽어나가면 좋을 책이었다.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는 것만도 좋지만, 제목에서처럼,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과감하게, 작가가 제시해주는 글감의 글을 하나씩 차곡차곡 써나가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방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면 이렇게 간접적으로 참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해보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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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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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의힌트 #한겨레출판 #한겨례문학상수상작 #30주년앤솔러지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한겨레엔. 2025.

한겨레문학상 30주년! 우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선, 30년 동안 30편의 작품이 차곡차곡 쌓였다는 뜻일 테니, 그것만으로도 감동이다. 물론 30이란 숫자를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일 년, 또 일 년을 하고 또 해오다보니 30에 와닿은 것일 것이다. 그게 더 값진 결과이지 않을까. 꾸준함이란 것, 멈추지 않고 계속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보게 된다.

"<30>이라는 책 읽어 봤어? 무슨 문학상 후보라는데?"(14쪽)
그것이 일명 '잠도 탱크'라고 불리는 30호 탱크였다.(38쪽)
결국엔 남자보다 구속이 30은 떨어지게 돼 있단 말이야. 30킬로미터 퍼 아워, 그게 얼마나 큰 차인지 알지?(89쪽)
어찌 됐든 새로운 30년이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372쪽)

이런 식이다. 각 작가들의 짧은 소설들 속에 '30'이 들어가 있다. 재밌다. 이런 요소를 기꺼이 소설 속에 끼워넣는 그 잠깐의 재미가 있다. 뭔가 표지 그림과 같은, 이쪽과 저쪽이 가는 끈으로 연결되어 이어져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양쪽의 종이컵, 그 종이컵 사이를 이어주는 끈, 그 끈을 통해 이쪽과 저쪽의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어쩌면 이번 앤솔러지 <서른 번의 힌트>의 주요 테마이지 않을까 싶었다. 30년을 쌓아 올린 각 문학상 작품들과 작가들이, 다시 그 소설에서 이어진 작은 소설을 통해 서로 이어지고 연결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연결이 자연스레 그동안 이 작품들과 함께했던 독자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는 것. 소통이란 것이 결국은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 지속성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 책에 담긴 스무 편의 소설들을 읽으며, 기존의 소설들을 다시 더듬어보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솔직히 고백하면 기존의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모두 읽어본 것은 아니다. 띄엄띄엄 읽었던 소설을 속에서 알아챌 수 있던 이야기도 있었고 그렇지 못했던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작품들이 기존의 작품들을 모티프로 썼다 해도 혹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 작품들만으로도 이미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고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지점에서는 그것대로의 반가움과 묘미가 있었고, 그렇지 못했던 작품들에서는 기존의 작품을 상상해보며 어떤 요소가 어떻게 작용해 지금의 이야기가 나왔을지를 생각해보는 재미가 분명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울 것 같은 기존의 수상작들을 다시 거꾸로 찾아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이 책을 펴내면서 알게모르게 숨겨놓았던 의도가 이것이지 않을까도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의도가 나에게는 적중했다. 어떤 이야기 끝에 지금의 이 책 속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을까의 궁금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조만간 몇 편의 이야기를 찾아 읽어보는 수고를 하게 되겠구나, 혼자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그리고, 이런 문장들을 찾아내게 됐다.

영수는 유아차가 천천히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진 속에 담겨 있던 것들을 떠올렸다. 감사와 애정과 호의 같은 것들을. 그리고 어쩌면 그런 것들이 미움이나 원망 같은 것들보다 더 단단하고 견고하며 완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은 그러기를 바랐다.(182쪽)
죄가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불행 따위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하철 노조의 파업, 억울한 판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 변두리 국가에서 일어나는 전쟁, 북극의 온도 변화...... 제 생활에만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저는 바뀔 겁니다. 진짜로요.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가질 겁니다.(253쪽)

어쩌면 이런 문장들 때문에 이 이야기들을 계속 읽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이야기들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해주려는 것, 그 메시지를 확인해나가는 과정. 이것이 어쩌면 작품들을 찾아 읽어나가야만하는 과정이기도 하면서 또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반드시 마주해야하는 숙제같은 것이기도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작품의 결이 내내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속속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다. 결이 닮아있다는 느낌, 혹은 비슷한 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이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통해 전달된 듯한 느낌. 때론 이 책의 이야기들이 모두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는 것 같다는 착하고 들었다. 다르면서도 닮았다는 것이 주는, 낯선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혼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읽어나갔던 이야기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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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3 팥빙수 눈사람 펑펑 3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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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눈사람펑펑 #동화 #나은동화 #보람그림 #창비 #서평단 #서평 #어린이책추천

팥빙수 눈사람 펑펑3. 나은 동화/보람 그림. 창비. 2025.

어김없이 우리의 펑펑과 스피노가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앗! 스피노가 떠나나? 어디로? 왜? 펑펑과 스피노가 함께 보여주는 이야기여야 더 의미있고 재밌는데, 이렇게 갑자기 스피노가 떠나버리면 안 되는데 말이다. 아, 우리 스피노에게 무슨 일이 있길래 이런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를 만드는 것일까. <팥빙수 눈사람 펑펑3>을 읽기 시작하면서 긴장이 됐다. 펑펑과 스피노가 처음 만나게 됐던 이야기부터 그 동안 둘이 함께 해온 이야기들이 잠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펑펑과 스티노가 헤어지게 된다면 너무 서운하고 쓸쓸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스피노가 이러는 걸까, 궁금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싫어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거짓말을 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 아이들에게도 당부하곤 한다. 다른 건 다 봐줄 수 있어도 거짓말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오히려 잘못도 진실되게 다 이야기한다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뭐든 다 용서될 수 있다고, 그러니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웨만해서는 속이려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잘못된 경우라도 그 잘못에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이 경험이 나중에도 또 그 다음에도 아이들이 진실된 태도와 자세를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가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며, 그 말을 모두 있는 그대로 믿어준다는 것은 무척 소중한 것이니까. 그러니 유주와 수민이, 그리고 스피노가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건 그만큼 소중한 일이다. 아마 앞으로 이 아이들은 어떤 경우라도 숨기기보다는 인정하고 진실되게 대할 줄 아는 어른으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휴우,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 소중한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만 물어보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알고 싶지만 잘 모르는 마음들이 있다. 이럴 때 펑펑의 안경이 필요하다. 직접 말해주지 않는 진짜 마음과 모습을 펑펑의 안경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답고 멋진 말과 행동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니까. 혜진이가 선생님의 말과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 해솔이가 엄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래서 선생님과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건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 마음을 내 마음처럼 들여다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진심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마음들이 너무 많다. 물론 들여다본다고만 해서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을 이해해주겠다는, 그 마음을 잘 헤아져보겠다는 선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펑펑의 안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 아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진짜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알겠다는 노력의 마음이 포함돼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펑펑의 안경점을 찾는 이들은 모두, 그런 노력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런 노력의 마음으로 안경을 통해 들여다보기 때문에 펑펑이 전해주는 안경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스스로 찾고 해결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안경으로 볼 줄 안다는 것이 모든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안경은 그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확인시켜주기 위한 작은 매개체에 불과한 것이고, 진짜는 문제의 질문을 안고 그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손님들에게 있는 것이다. 결국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펑펑과 스피노인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손님들이 제대로 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진정한 조력자, 교육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침반을 손에 들고 길을 찾아 나서는 이들에게 어떤 길로 발을 내딛어야 하는지를 소개해주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붇돋워주는 역할. 펑펑과 스피노에게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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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 모집! 상상 사무국
브래드 몬태규 지음, 크리스티 몬태규 그림, 김지은 옮김 / 창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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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 모집! 상상 사무국. 브래드 몬태규 글그림/크리스티 몬태규 그림/김지은 옮김. 창비. 2025

상상 사무국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상상 요원이 필요하다고!
편지를 받은 이상, 망설이지 말고 상상 요원으로 상상 사무국에 합류해야한다. 늦지 않도록, 너무 늦어 폭발해버리기 전에, 상상 사무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빨리 서둘러야 한다.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세상 밖으로, 내 안의 이야기들을 펼쳐야한다.

괜히 몸이 들썩여지는 것 같았다. 스파키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감추고 있던 내 안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꾹꾹 눌러담기만 했을 뿐 그것을 어떻게 펼쳐야할 지 알지 못했던, 그래서 혼자만 알고 있고 또 감추려고 했던 것들을 이젠 내보여야할 것만 같았다.
용기가 없었던 게 맞다. 선뜻 드러내기 부끄럽고 또 드러낼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다 상상 사무국에 사라진다면 그런 소중한 꿈과 상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된다. 꿈꿀 수 없다면, 상상할 수 없다면 이보다 더 슬플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큰일이 나기 전, 용기를 내야하는 것이다.

행동을 한다는 건 그 행동에 뒤따르는 그만큼의 많은 것들을 감수할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다. 감수해야 하는 것이 책임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관심, 혹은 자신의 삶과 인생, 그리고 정체성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중요한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이 또 다른 상상과 꿈을 가져오고, 그 상상을 또 다시 행동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우리는 진짜 '나'가 된다. 그러니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또 무척 소중하고 반드시 꼭 이루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만약, 상상 사무국의 상상 요원이 된다면, 우선 신입 상상 요원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뒤 만물 도서관을 찾아가 맨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꽂혀있는 모든 책을 훑어보고 싶다. 그리고 길 잃은 생각들을 잘 정리해 길을 찾아주고, 낙서 부서에 가서 마음껏 낙서도 해보고 싶다. 상상 사무국의 여러 곳을 둘러본 뒤에는 제일 마지막에, 꼭꼭 숨어라 이야기 동굴에 가서 브렌다와 그 꼭꼭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이 언제 다시 밖으로 터져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 조만간 그 이야기들이 모두 빛을 볼 수 있도록, 동굴이 다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꿈꾸고, 행동하세요!"

어쩌면 너무 뻔한 이야기도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이런 뻔하고 당연한 것들이 무척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꼭 해내기가 참 어렵기도 하다.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꿈, 상상, 그리고 그런 상상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데에는 여전히 미숙한 듯하다. 때론 이런 꿈이란 것을 언제까지 품고 있어도 되나,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용기를 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어른이 된 나에게도 충분히 상상 요원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듯하기도 했고.
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거나 혹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 상상 사무국에 눈앞에 나타나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아직도 그리고 지금까지 내내 쭉, 상상 사무국의 우리 곁에 있어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어느 순간 어른이 되면서, 사회의 시선에 의해 자르고 오려붙이면서 더 이상 어릴 때의 상상으로 꿈꾸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헌데 이 그림책은 그러지 말라고, 지금도 충분히 상상 요원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나도 오늘부터, 상상 요원이 되어야겠다, 마음 먹게 된다. 더 늦기 전에.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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