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른번의힌트 #한겨레출판 #한겨례문학상수상작 #30주년앤솔러지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한겨레엔. 2025.

한겨레문학상 30주년! 우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선, 30년 동안 30편의 작품이 차곡차곡 쌓였다는 뜻일 테니, 그것만으로도 감동이다. 물론 30이란 숫자를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일 년, 또 일 년을 하고 또 해오다보니 30에 와닿은 것일 것이다. 그게 더 값진 결과이지 않을까. 꾸준함이란 것, 멈추지 않고 계속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보게 된다.

"<30>이라는 책 읽어 봤어? 무슨 문학상 후보라는데?"(14쪽)
그것이 일명 '잠도 탱크'라고 불리는 30호 탱크였다.(38쪽)
결국엔 남자보다 구속이 30은 떨어지게 돼 있단 말이야. 30킬로미터 퍼 아워, 그게 얼마나 큰 차인지 알지?(89쪽)
어찌 됐든 새로운 30년이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372쪽)

이런 식이다. 각 작가들의 짧은 소설들 속에 '30'이 들어가 있다. 재밌다. 이런 요소를 기꺼이 소설 속에 끼워넣는 그 잠깐의 재미가 있다. 뭔가 표지 그림과 같은, 이쪽과 저쪽이 가는 끈으로 연결되어 이어져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양쪽의 종이컵, 그 종이컵 사이를 이어주는 끈, 그 끈을 통해 이쪽과 저쪽의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어쩌면 이번 앤솔러지 <서른 번의 힌트>의 주요 테마이지 않을까 싶었다. 30년을 쌓아 올린 각 문학상 작품들과 작가들이, 다시 그 소설에서 이어진 작은 소설을 통해 서로 이어지고 연결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연결이 자연스레 그동안 이 작품들과 함께했던 독자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는 것. 소통이란 것이 결국은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 지속성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 책에 담긴 스무 편의 소설들을 읽으며, 기존의 소설들을 다시 더듬어보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솔직히 고백하면 기존의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모두 읽어본 것은 아니다. 띄엄띄엄 읽었던 소설을 속에서 알아챌 수 있던 이야기도 있었고 그렇지 못했던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작품들이 기존의 작품들을 모티프로 썼다 해도 혹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 작품들만으로도 이미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고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지점에서는 그것대로의 반가움과 묘미가 있었고, 그렇지 못했던 작품들에서는 기존의 작품을 상상해보며 어떤 요소가 어떻게 작용해 지금의 이야기가 나왔을지를 생각해보는 재미가 분명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울 것 같은 기존의 수상작들을 다시 거꾸로 찾아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이 책을 펴내면서 알게모르게 숨겨놓았던 의도가 이것이지 않을까도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의도가 나에게는 적중했다. 어떤 이야기 끝에 지금의 이 책 속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을까의 궁금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조만간 몇 편의 이야기를 찾아 읽어보는 수고를 하게 되겠구나, 혼자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그리고, 이런 문장들을 찾아내게 됐다.

영수는 유아차가 천천히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진 속에 담겨 있던 것들을 떠올렸다. 감사와 애정과 호의 같은 것들을. 그리고 어쩌면 그런 것들이 미움이나 원망 같은 것들보다 더 단단하고 견고하며 완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은 그러기를 바랐다.(182쪽)
죄가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불행 따위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하철 노조의 파업, 억울한 판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 변두리 국가에서 일어나는 전쟁, 북극의 온도 변화...... 제 생활에만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저는 바뀔 겁니다. 진짜로요.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가질 겁니다.(253쪽)

어쩌면 이런 문장들 때문에 이 이야기들을 계속 읽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이야기들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해주려는 것, 그 메시지를 확인해나가는 과정. 이것이 어쩌면 작품들을 찾아 읽어나가야만하는 과정이기도 하면서 또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반드시 마주해야하는 숙제같은 것이기도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작품의 결이 내내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속속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다. 결이 닮아있다는 느낌, 혹은 비슷한 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이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통해 전달된 듯한 느낌. 때론 이 책의 이야기들이 모두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는 것 같다는 착하고 들었다. 다르면서도 닮았다는 것이 주는, 낯선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혼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읽어나갔던 이야기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