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 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유성운 지음 / 드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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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유성운 지음. 드루. 2025.
_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제목에 혹했다. 진짜, 우리 호랑이는 다 어디로 간 걸까, 궁금했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져주지 않았다면 내가 궁금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질문이 중요하구나, 또 한번 깨달았다. 이 책은 총 33가지의 꼭지에 따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물론, '역사'라는 주제에 맞춰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잠깐 멈칫한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역사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학창시절에도 역사는 암기가 잘 안 돼서 늘 점수가 낮은 과목이란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그 동안 역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의 책을 가끔 봤던 경험을 미루어 봤을 때, 기존의 역사서와 결이 다른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이 당연히, 교과서적인 기술로 쓰여져있을 리는 없으니까. 결론적으로, 이 책은 무척 흥미롭다. 뭔가 사람들이 어디에서 혹하고 또 관심을 갖게 되는지의 지점을 잘 알고 있는 저자의 글이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 책을 읽던 중 관심을 보이는 지인에게 자신있게 추천해줬다. 이 책, 무척 재밌다고. 책의 스케일에 놀라지 말고 읽어봐도 좋다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호랑이가 어디로 가느냐, 왜 발해는 멸망했느냐, 조선 시대 인구 중 노비는 왜 이리 많았느냐 등 딱 그 호기심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도 또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조곤조곤 옛날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처럼. 맞다! 딱 그 느낌이다. 너, 이런 얘기 들어봤어? 있잖아, 옛날에 말이야~, 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말로 시작하는 그런 옛날 옛적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 속에서도 늘 나의 생각을 멈추게 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런데 개간의 결과가 인간과 호랑이 입장에서는 전혀 달랐습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농지를 확보한 것이지만, 호랑이의 입장에서는 거주 공간을 빼앗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개간이 진행될수록 호랑이는 생활 공간이 사라졌고, 결국 주거지를 빼앗기고 도심으로 출몰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조선은 대대적인 호랑이 소탕에 나서게 됩니다.(19쪽)

아, 하고 안타까움에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또 인간의 문제였다니. 인간이 하는 일이 왜 매번 과거나 지금이나 이리도 비슷할까, 싶은 생각 말이다. 결국 이래서 호랑이를 죽이고, 또 임금께 바치고, 그러다 과한 의무에 백성들은 힘들어가기만 하고. 우리가 늘 알고 있던 그 수순을 그대로 밟아나갔던 과거의 이야기가,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됐던 의문을 분노로 바꾸기에 딱 알맞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발해는 왜 순식간에 멸망했을까요. 화산 폭발 멸망설에 부정적이었던 학계는 발해 권력층의 내분, 고구려계와 말갈계의 갈등, 외교적 고립 등을 들고 있습니다.(49쪽)
이 외에도 양반들은 노비를 이용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꼼수'를 썼습니다.(72쪽)

결국,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욕심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양산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이런 대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 문제가 있으니 사회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해도 그 의지가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또 결국은 한 나라의 멸망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런 이야기 속에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거구나, 하고 또 한번 깨달았다. 이런 과거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자꾸만 반복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좀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책 읽기 싫어해도 이 책은 흥미롭게 쓰여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나서 좀 반성하고 느껴보라고 하고 싶어졌다.

"인터미션" 부분을 읽으며 웃었다. 역시, 역사적 인물들이나 문학 작품 속 유명인의 만남을 상상해보는 건 무척 재밌구나. 이런 작업을 나도 한번 시도해봐야지, 싶기도 했다. 조선 왕세자들과 햄릿이 저승에서 만났다.

하여간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위 앞에서는 형제가 없군요.-햄릿(207쪽)

뼈 있는 말이구나 싶었다.

아버지를 뒤주 속에 가둔 그 할아버지를요. 돌아가실 때까지 극진히 봉양했죠._정조
일국의 왕자로서 당신은 자존심고 없단 말이오?_햄릿
나라의 존망과 백성들의 안위가 내 어깨에 달려있는데 개인의 원한과 자존심이라는 건 너무나 사치스러운 단어 같군요.(...) 어머니가 억울하게 페비가 되어 사약을 받았다며 주변을 싸쓸어버렸죠. 성함은 이유, 우리나라에서는 연산군이라고 더 알려진 분입니다.(...) 수백 년 동안 패륜아 취급을 받고 있다오._정조
듣고 보니 당신네 나라 사람들 참 못됐군. 당신들은 그런 나라에서 뭣하러 왕자 자리에 앉아 있었고?_햄릿(209쪽)

뭐, 이런 식이다. 참 못된 사람들이 내가 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도 모두 우리의 역사인 것을 말이다. 그런 면에서 객관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외부의 평가를 자꾸 방어적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해서는 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이 책은 재밌어, 하면서 읽기 시작해 또 다른 생각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야지 싶다가도,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 지점들이 자꾸 눈에 띄는 그런 책. 그러다보니 이 책의 각 부분을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으면 생각이 떠오르고, 또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 화가 나는 지점을 분석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그런 책. 암튼, 맘에 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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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리고 치유 - 슬픔을 건너는 매일 명상
M. W. 히크먼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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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리고 치유. M.W.히크먼/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2025(2판)
_슬픔을 건너는 매일 명상

이 책은 제목보다 부제에 더 신경을 써서 살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상실 그리고 치유>이지만, 이 책을 1년 동안 하루에 하나씩 읽어나간다고 해도 치유가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한방에 치유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슬픔이란, 특히 상실로 인해 만들어진 슬픔은 그 잃어버림의 대상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는 이상, 쉽게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매일 상실을 겪은 첫날처럼 슬퍼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이런 치유를 위한 노력을 매일의 명상을 통해 해보자는, 마음의 다독임과 격려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빠르게 후루룩 읽어나가는 것보다는,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이미 1월 1일의 시작에서 12월 31일의 마지막까지를 적어주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쓰고 있는데, 그 일기를 쓰며 이 문장들을 매일 필사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처럼 각 구절에 대한 짧은 나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문장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보단, 그 문장들을 통해 나의 마음과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할 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도, 걷고자 하는 바람을 잃지 마라. 매일 나는 평안의 상태로 설어 들어가고, 모든 병에서 걸어 나온다. 나는 가장 좋은 생각 속으로 걸어 들어갔으며, 사람이 걸어 나오지 못할 만큼 힘겨운 생각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쇠렌 키르케고르)
_걷기를 할 때 우리는 슬픔과 절망에서 걸어 나오는 움직임을 실천하는 것이다.
_집에 아무도 없다. 나는 산책하러 갔다!(176쪽)

이 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내내 슬픔에서 나오지 못하고 슬픔에 장악당하고 있다면,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걷기! 과격한 움직임이나 운동이 아니어도, 걷기와 같은 작은 행동 만으로도 충분히 슬픔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힘과 방법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는 거다. 우리가 하려는 것이 완벽하게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으로부터 조금씩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라면, 걷기가 단연 최고.

자, 온 세상이 우리의 집이며, 우리는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울 수 있다.(M.W.히크먼)
_우리는 낯선 사람의 아픔에는 기꺼이 공감하려고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서 공감을 얻는 것은 내켜 하지 않는다.
_나 자신에게 울어도 좋다는 허락을 하려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말이다!(215쪽)

우는 것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것 같다. 울면 안 된다는 캐롤도 있는 것처럼,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는 것,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에 여전히 우린 눈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어디에서든 누구와 있든 감정이 흔들리고 슬픔이 몰려올 때는, 울어도 된다. 어디서든, 울 수 있는 것이다.

인간도 다른 존재와 떨어져서는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루이스 토머스)
_살아 있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연결되어 있다.
_나는 모든 생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282쪽)

그러니, 죽은 사람과도 유기적으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으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 연결이 혹여라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해도 믿고, 혼다라는 생각에 벗어날 수 있어야겠다.

소중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었다. 한 장 한 장 그냥 지나쳐 넘기다보면 또 금방 무슨 내용이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머릿속에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확인이 어려울 것 같다. 이러니 따로 잘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는 마음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매일 쌓아올리면, 오히려 그만큼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덧-
명상책이다. 2015년에 1판이 나왔고, 2025년에 2판이 출간됐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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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푸른 돌
은모든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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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푸른돌 #은모든 #은모든장편소설 #안온북스 #서평단 #서평 #책추천

세 개의 푸른 돌. 은모든 장편소설. 안온북스. 2025.

루미, 현, 반희. 이 세 아이들의 성장에는 과연 어떤 굴곡이 있었던 걸까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에 묵직한 돌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세 개의 푸른 돌, 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사람들에게 이런 돌의 무게를 전해주기 위해 말이다.

유년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소설 시작 전, 작가는 이 책의 이야기를 이들에게 전한다고 밝혔다. 이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그리고 다 읽고난 후 알았다. 이 세 아이들은 유년을 빼앗겼구나. 빼앗긴 유년을 다시 찾지 못하고 묵묵히 헤매기를 선택했구나.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헤매다, 세 아이가 서로의 유년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구나.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쉬고 웃을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 소설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책을 잘 못 읽는 것도 아닌데 유독 이 소설 읽기가 더디고 힘들게 느껴졌다. 뭔가 딱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꾸 마음을 붙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개운하지 않는 뒷맛, 뭔가 씁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일들, 괜찮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꾸역꾸역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 듯한, 뿌연 안개 속같은 느낌도 들었다. 뭐 하나라도 쉽게 해결되는 지점은 찾기 어렵고, 내내 해답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듯했다. 속 시원하게 이렇게 혹은 저렇게 답을 내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마저 난감하기만 했다.
가족이란 그런 존재인가 싶기도 했다. 분명 치명적인 상처를 안긴 것이 사실이고, 부담과 짐으로 내내 안고 견디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기도 한 관계. 그러니 특히 어린 시절, 유년시절, 학창 시절, 그러니까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런 존재와 관계를 감당하기가 벅찰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 아이들은 그런 시기를 일정 부분 이상 감당해야만 했고, 특히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매 순간이 힘들고 지치고, 또 어디다 대놓고 이야기하고 하소연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아픈 상처들이었기 때문에 더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아이들은 그 와중에 서로를 알아채고, 알아봐주고, 또 아는 척하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딱히 엄청 친했던,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는가 하면, 또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뭔가 마음 깊은 곳에서 늘 이들이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러니, 신경이 쓰이니, 아는 척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는 척을 하다보니 점점 그들의 삶에 다가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거다.

현은 대화 상대가 필요하면 언제든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말했지만 취기에 던진 말을 덥석 붙잡는 것은 뻔뻔한 일 같았다. 그러나 한 주가 다 지나가도록 달리 아빠에 관해 얘기해볼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루미는 그 주 토요일 낮 퇴근길에 현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101쪽)

기댄다는 것이 별것일까. 그저 나의 속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 그게 기대는 것이지. 누군가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에게 얘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서로가 서루에게 기댈 곳이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이런 기댈 곳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견딜 수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싶다.

표지의 그림을 한참 보게 된다. 수영장, 햇빛의 반짝임으로 물의 움직임이 그대로 바닥에 비춰난다. 그 위에 유유히 떠서 수영하는 한 사람이 있다. 수영을 잘 하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물에 가라앉지 않고 잘 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성공이지 않을까. 어쩌면 이 아이는 루미이지 않을까. 결국, 수영에 성공!

몸에 꼭 맞는 이 얕은 탕 안에서는 불안하지 않았다. 일말의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루미는 그 점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입안에 든 것을 꼭꼭 씹어 삼키듯 음미했다.(277쪽)

한옥 숙소의 욕조에서 느꼈던 그 감각으로 그 동안의 두려움을 조금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건 꼭 그곳의 욕조였기에 가능했다기 보단, 그 공간에 현과 반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들과 함께 있음으로 더 이상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동안의 몸의 힘과 긴장을 조금 줄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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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5.07 - Vol.133, 타이완 문화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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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월간문화전문지 #잡지 #도서출판작가 #타이완문화 #서평단 #서평 #책추천

쿨투라 7월호의 테마는 '타이완 문화'다. 대만, 타이완의 문화가 이렇게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대만을 방문한 적도 없고 또 관심을 갖고 그 문화나 나라의 특성을 찾아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제국주의에 의한 아픔을 안고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여전히 국가적 권력 다툼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정도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정도. 비슷한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어도 지리적, 문화적 영향 관계가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일정 부분 폐쇄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다면 타이완의 어느 정도 다양성의 여지를 내어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타이완의 일종의 문화적 깊다. 해양과 대륙, 남방과 북방, 외세와 자생, 정체와 유동, 민족주의와 다문화주의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교섭해 온 장소다. 따라서 타이완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언제나 하나의 고정된 실체를 지칭하는 일이 아니라, 그 복잡한 경계성과 유동성을 함께 아우르는 일이다.(52쪽)

그러다보니 타이완의 문화는, 양쪽의 서로 다른 특성이 한 나라 안에 공존할 수 있도록 각각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사회적으로 만들어낼 줄 알았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가 사용하는 언어, 그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문학, 그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음식 등을 통해 한 나라가 어떤 문화적 면모를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참 흥미롭다는 것을 이번 7월호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25년 전에는 타이베이 지하철을 타면 표준어로 된 안내 방송만 나왔는데 2년 전 마지막으로 타이베이를 갔을 때에는 민남어로 된 안내 방송이 나오던 것이 생각났다.(65쪽)
이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타이완 작가들이 역사와 장르를 매개로 문학 속에서 동시대적 타이완 감성을 발견하고 확장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타이완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말하려는 노력을 통해, 타이완인의 국가적 자의식과 문화적 주체성을 만들면서, 전 세계를 향해 독자성을 타이완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61쪽)
대만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만 아침 식사 문화와 관련해 놀라운 점은 아침 식사가 어느 장소에서든 허락된다는 것. 특히 식당 내에서 먹는 것뿐 아니라 포장을 한 뒤 회사나 학교 등 다양한 장소로 가지고 가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66쪽)

언어, 문학, 음식은 특히나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 매우 가까이 근접해 있는 영역들이다. 그러니 더욱 그 사람들의 문화적 특성을 확실히 알게 해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공공의 장소에서 언어의 사용이 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가 지향해 가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한 사회의 언어를 어떻게 장악하느냐에 따라 지배나 통제가 가능한 지점으로까지 확장시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들어 대만 작가의 소설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특이한 점 중 하나다. 7월호를 읽기 전부터 대만 작가들의 작품을 알고 있었는데, 솔직히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다만 익히 익숙한 나라의 문학이 아닌데 요즘들어 자주 눈에 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문학에 대한 정책의 결과로서 대만 문학이 세계적으로 확장되어 소개되고 있는 것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나라만의 고유한 특성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는가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인 것 같다.
각 나라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즐기는가에 따라 그 특징이 분명해지는 것 같다. 아침 식사에 진심인 문화가 그 나라의 어떤 특색있는 면을 만들어주게 되는지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완에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어디에서든 아침 식사를, 심지어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자연스레 아침식사를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침은 집에서 먹고 나와야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아침 식사가 가능한 식당도 흔치 않은 것과 비교해본다면, 분명 독특한 문화적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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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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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보면 알지. 이지은 그림책. 웅진주니어. 2025.
_호랑수박의 전설

어! 어? 어!! 어?? 뭐지? 그래서 호랑수박이 진짜였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눈 호랑이가 팥 할멈에게 먹혔다는 건가, 아닌가. 혹시 호랑이가 자꾸 수박을 서리해가니까 팥 할멈이 혼꾸멍내주려고 일부러 놀려준 건가. 이제 호랑이는 수박 안 먹겠다는 말에 할멈은 궁금해하지도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그래라' 했다. 그러니, 이 모든 상황을 할멈은 예상했으며, 어쩌면 의도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나 안 맞나, 내내 이리저리 앞뒤 이야기를 끼워맞춰보지만, 확실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문득, 이 답을 꼭 찾아야하나 싶기도 했다. 안 찾아도, 사실이 아니어도 그저 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야기에만 집중을 해 보자, 하니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없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이끌려 수박을 외치며 수박만을 찾아 다니는 동물들. 이들에게 수박을 찾아 헤매도록 한 이는 누구였을까. 팥 할멈일 가능성이 높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가 있다. 수박이 먹고싶어졌고, 수박을 찾았고, 그래서 그 수박을 먹는 순간 호랑이가 수박으로 변신! 이 모든 과정에서 눈 호랑이, 즉 호랑수박을 구하고 또 먹은 게 모두 팥 할멈이었다. 이건 모든 걸 다 알고, 기다리고 있있다는 것 말고는 설명되지가 않는다. 게다가 수박 농사를 짓고 계시니, 수박을 미끼로 꼬시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지. 팥 할멈의 어떤 엉뚱한 의도가 담겨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아가는 그림책이 다시 나와야겠다는 생각도 살짝 했다.
분명 눈 호랑이가 찾아낼 수 있도록 수박을 툭 던져놓고, 그런 수박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무시하고 먹게 되는 과정이, 여느 호러영화의 이야기와 무척 닮아 있었다. 동물들이 수박, 수박, 하며 무엇에 홀린 듯 수박을 찾아 숲을 헤매고 다니는 장면도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일까 숲을 물들이고 있는 초록한 색감까지,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하게 느껴졌다. 뭔가 저 숲속에서 뭐라도 툭 튀어나와 이 동물들에게 해코지한다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호랑수박, 눈 호랑이가 간절하게 왜 그러냐고 하는데도, 초점없는 눈으로 "먹어 보면 알지." 하는 할머니와 저 멀리서 들리는 "와사삭"하는 소리까지. 더운 여름을 한순간 서늘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반전이다! <그날 밤 이야기>에서 각 등장인물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할머니도 이상했고 눈 호랑이도 뭔가 알 수 없는 꿈을 꾸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저 여전히 뭔가 께름직하다. 할머니를 의심하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세상 순진한 표정으로 그런 일 없다 이야기하고, 다른 동물들도 뭔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눈 호랑이가 말한다.

난 아무한테도 수박 꿈 얘기 한 적 없는데.

그런데 눈 호랑이를 찾아와 꿈 얘기를 묻고 있다. 대체 이 모든 것을 알고 또 파헤치고 묻고 다니는 이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제일 마지막 작가는 그 힌트를 준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다시 이 책을 앞뒤로 훑으며 드디어 그 정체를 찾았다!

반전에 반전, 이야기 안에 또 이야기, 하나에 마음 놓고 있다가는 다른 이야기를 놓치게되는, 그래서 꼼꼼하게 집중해 읽어나가며 추리와 상상을 동원하게 만드는 이야기. 바로 그런 이야기가 이 <<먹어 보면 알지>>였다.
한 마디로, 재밌다. 흥미롭고 늘 그랬듯, 눈 호랑이나 팥 할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역시, 이지은 작가의 그림책답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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