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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 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유성운 지음 / 드루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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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서시작된진짜역사를찾아서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유성운 지음. 드루. 2025.
_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제목에 혹했다. 진짜, 우리 호랑이는 다 어디로 간 걸까, 궁금했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져주지 않았다면 내가 궁금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질문이 중요하구나, 또 한번 깨달았다. 이 책은 총 33가지의 꼭지에 따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물론, '역사'라는 주제에 맞춰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잠깐 멈칫한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역사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학창시절에도 역사는 암기가 잘 안 돼서 늘 점수가 낮은 과목이란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그 동안 역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의 책을 가끔 봤던 경험을 미루어 봤을 때, 기존의 역사서와 결이 다른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이 당연히, 교과서적인 기술로 쓰여져있을 리는 없으니까. 결론적으로, 이 책은 무척 흥미롭다. 뭔가 사람들이 어디에서 혹하고 또 관심을 갖게 되는지의 지점을 잘 알고 있는 저자의 글이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 책을 읽던 중 관심을 보이는 지인에게 자신있게 추천해줬다. 이 책, 무척 재밌다고. 책의 스케일에 놀라지 말고 읽어봐도 좋다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호랑이가 어디로 가느냐, 왜 발해는 멸망했느냐, 조선 시대 인구 중 노비는 왜 이리 많았느냐 등 딱 그 호기심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도 또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조곤조곤 옛날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처럼. 맞다! 딱 그 느낌이다. 너, 이런 얘기 들어봤어? 있잖아, 옛날에 말이야~, 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말로 시작하는 그런 옛날 옛적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 속에서도 늘 나의 생각을 멈추게 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런데 개간의 결과가 인간과 호랑이 입장에서는 전혀 달랐습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농지를 확보한 것이지만, 호랑이의 입장에서는 거주 공간을 빼앗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개간이 진행될수록 호랑이는 생활 공간이 사라졌고, 결국 주거지를 빼앗기고 도심으로 출몰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조선은 대대적인 호랑이 소탕에 나서게 됩니다.(19쪽)
아, 하고 안타까움에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또 인간의 문제였다니. 인간이 하는 일이 왜 매번 과거나 지금이나 이리도 비슷할까, 싶은 생각 말이다. 결국 이래서 호랑이를 죽이고, 또 임금께 바치고, 그러다 과한 의무에 백성들은 힘들어가기만 하고. 우리가 늘 알고 있던 그 수순을 그대로 밟아나갔던 과거의 이야기가,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됐던 의문을 분노로 바꾸기에 딱 알맞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발해는 왜 순식간에 멸망했을까요. 화산 폭발 멸망설에 부정적이었던 학계는 발해 권력층의 내분, 고구려계와 말갈계의 갈등, 외교적 고립 등을 들고 있습니다.(49쪽)
이 외에도 양반들은 노비를 이용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꼼수'를 썼습니다.(72쪽)
결국,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욕심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양산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이런 대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 문제가 있으니 사회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해도 그 의지가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또 결국은 한 나라의 멸망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런 이야기 속에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거구나, 하고 또 한번 깨달았다. 이런 과거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자꾸만 반복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좀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책 읽기 싫어해도 이 책은 흥미롭게 쓰여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나서 좀 반성하고 느껴보라고 하고 싶어졌다.
"인터미션" 부분을 읽으며 웃었다. 역시, 역사적 인물들이나 문학 작품 속 유명인의 만남을 상상해보는 건 무척 재밌구나. 이런 작업을 나도 한번 시도해봐야지, 싶기도 했다. 조선 왕세자들과 햄릿이 저승에서 만났다.
하여간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위 앞에서는 형제가 없군요.-햄릿(207쪽)
뼈 있는 말이구나 싶었다.
아버지를 뒤주 속에 가둔 그 할아버지를요. 돌아가실 때까지 극진히 봉양했죠._정조
일국의 왕자로서 당신은 자존심고 없단 말이오?_햄릿
나라의 존망과 백성들의 안위가 내 어깨에 달려있는데 개인의 원한과 자존심이라는 건 너무나 사치스러운 단어 같군요.(...) 어머니가 억울하게 페비가 되어 사약을 받았다며 주변을 싸쓸어버렸죠. 성함은 이유, 우리나라에서는 연산군이라고 더 알려진 분입니다.(...) 수백 년 동안 패륜아 취급을 받고 있다오._정조
듣고 보니 당신네 나라 사람들 참 못됐군. 당신들은 그런 나라에서 뭣하러 왕자 자리에 앉아 있었고?_햄릿(209쪽)
뭐, 이런 식이다. 참 못된 사람들이 내가 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도 모두 우리의 역사인 것을 말이다. 그런 면에서 객관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외부의 평가를 자꾸 방어적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해서는 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이 책은 재밌어, 하면서 읽기 시작해 또 다른 생각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야지 싶다가도,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 지점들이 자꾸 눈에 띄는 그런 책. 그러다보니 이 책의 각 부분을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으면 생각이 떠오르고, 또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 화가 나는 지점을 분석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그런 책. 암튼, 맘에 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