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CULTURA 2025.07 - Vol.133, 타이완 문화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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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7월호의 테마는 '타이완 문화'다. 대만, 타이완의 문화가 이렇게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대만을 방문한 적도 없고 또 관심을 갖고 그 문화나 나라의 특성을 찾아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제국주의에 의한 아픔을 안고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여전히 국가적 권력 다툼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정도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정도. 비슷한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어도 지리적, 문화적 영향 관계가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일정 부분 폐쇄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다면 타이완의 어느 정도 다양성의 여지를 내어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타이완의 일종의 문화적 깊다. 해양과 대륙, 남방과 북방, 외세와 자생, 정체와 유동, 민족주의와 다문화주의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교섭해 온 장소다. 따라서 타이완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언제나 하나의 고정된 실체를 지칭하는 일이 아니라, 그 복잡한 경계성과 유동성을 함께 아우르는 일이다.(52쪽)

그러다보니 타이완의 문화는, 양쪽의 서로 다른 특성이 한 나라 안에 공존할 수 있도록 각각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사회적으로 만들어낼 줄 알았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가 사용하는 언어, 그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문학, 그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음식 등을 통해 한 나라가 어떤 문화적 면모를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참 흥미롭다는 것을 이번 7월호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25년 전에는 타이베이 지하철을 타면 표준어로 된 안내 방송만 나왔는데 2년 전 마지막으로 타이베이를 갔을 때에는 민남어로 된 안내 방송이 나오던 것이 생각났다.(65쪽)
이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타이완 작가들이 역사와 장르를 매개로 문학 속에서 동시대적 타이완 감성을 발견하고 확장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타이완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말하려는 노력을 통해, 타이완인의 국가적 자의식과 문화적 주체성을 만들면서, 전 세계를 향해 독자성을 타이완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61쪽)
대만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만 아침 식사 문화와 관련해 놀라운 점은 아침 식사가 어느 장소에서든 허락된다는 것. 특히 식당 내에서 먹는 것뿐 아니라 포장을 한 뒤 회사나 학교 등 다양한 장소로 가지고 가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66쪽)

언어, 문학, 음식은 특히나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 매우 가까이 근접해 있는 영역들이다. 그러니 더욱 그 사람들의 문화적 특성을 확실히 알게 해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공공의 장소에서 언어의 사용이 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가 지향해 가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한 사회의 언어를 어떻게 장악하느냐에 따라 지배나 통제가 가능한 지점으로까지 확장시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들어 대만 작가의 소설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특이한 점 중 하나다. 7월호를 읽기 전부터 대만 작가들의 작품을 알고 있었는데, 솔직히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다만 익히 익숙한 나라의 문학이 아닌데 요즘들어 자주 눈에 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문학에 대한 정책의 결과로서 대만 문학이 세계적으로 확장되어 소개되고 있는 것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나라만의 고유한 특성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는가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인 것 같다.
각 나라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즐기는가에 따라 그 특징이 분명해지는 것 같다. 아침 식사에 진심인 문화가 그 나라의 어떤 특색있는 면을 만들어주게 되는지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완에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어디에서든 아침 식사를, 심지어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자연스레 아침식사를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침은 집에서 먹고 나와야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아침 식사가 가능한 식당도 흔치 않은 것과 비교해본다면, 분명 독특한 문화적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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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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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보면 알지. 이지은 그림책. 웅진주니어. 2025.
_호랑수박의 전설

어! 어? 어!! 어?? 뭐지? 그래서 호랑수박이 진짜였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눈 호랑이가 팥 할멈에게 먹혔다는 건가, 아닌가. 혹시 호랑이가 자꾸 수박을 서리해가니까 팥 할멈이 혼꾸멍내주려고 일부러 놀려준 건가. 이제 호랑이는 수박 안 먹겠다는 말에 할멈은 궁금해하지도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그래라' 했다. 그러니, 이 모든 상황을 할멈은 예상했으며, 어쩌면 의도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나 안 맞나, 내내 이리저리 앞뒤 이야기를 끼워맞춰보지만, 확실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문득, 이 답을 꼭 찾아야하나 싶기도 했다. 안 찾아도, 사실이 아니어도 그저 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야기에만 집중을 해 보자, 하니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없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이끌려 수박을 외치며 수박만을 찾아 다니는 동물들. 이들에게 수박을 찾아 헤매도록 한 이는 누구였을까. 팥 할멈일 가능성이 높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가 있다. 수박이 먹고싶어졌고, 수박을 찾았고, 그래서 그 수박을 먹는 순간 호랑이가 수박으로 변신! 이 모든 과정에서 눈 호랑이, 즉 호랑수박을 구하고 또 먹은 게 모두 팥 할멈이었다. 이건 모든 걸 다 알고, 기다리고 있있다는 것 말고는 설명되지가 않는다. 게다가 수박 농사를 짓고 계시니, 수박을 미끼로 꼬시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지. 팥 할멈의 어떤 엉뚱한 의도가 담겨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아가는 그림책이 다시 나와야겠다는 생각도 살짝 했다.
분명 눈 호랑이가 찾아낼 수 있도록 수박을 툭 던져놓고, 그런 수박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무시하고 먹게 되는 과정이, 여느 호러영화의 이야기와 무척 닮아 있었다. 동물들이 수박, 수박, 하며 무엇에 홀린 듯 수박을 찾아 숲을 헤매고 다니는 장면도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일까 숲을 물들이고 있는 초록한 색감까지,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하게 느껴졌다. 뭔가 저 숲속에서 뭐라도 툭 튀어나와 이 동물들에게 해코지한다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호랑수박, 눈 호랑이가 간절하게 왜 그러냐고 하는데도, 초점없는 눈으로 "먹어 보면 알지." 하는 할머니와 저 멀리서 들리는 "와사삭"하는 소리까지. 더운 여름을 한순간 서늘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반전이다! <그날 밤 이야기>에서 각 등장인물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할머니도 이상했고 눈 호랑이도 뭔가 알 수 없는 꿈을 꾸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저 여전히 뭔가 께름직하다. 할머니를 의심하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세상 순진한 표정으로 그런 일 없다 이야기하고, 다른 동물들도 뭔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눈 호랑이가 말한다.

난 아무한테도 수박 꿈 얘기 한 적 없는데.

그런데 눈 호랑이를 찾아와 꿈 얘기를 묻고 있다. 대체 이 모든 것을 알고 또 파헤치고 묻고 다니는 이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제일 마지막 작가는 그 힌트를 준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다시 이 책을 앞뒤로 훑으며 드디어 그 정체를 찾았다!

반전에 반전, 이야기 안에 또 이야기, 하나에 마음 놓고 있다가는 다른 이야기를 놓치게되는, 그래서 꼼꼼하게 집중해 읽어나가며 추리와 상상을 동원하게 만드는 이야기. 바로 그런 이야기가 이 <<먹어 보면 알지>>였다.
한 마디로, 재밌다. 흥미롭고 늘 그랬듯, 눈 호랑이나 팥 할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역시, 이지은 작가의 그림책답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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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좋은걸 - 킬리옥의 행복한 고민
안 브루이야르 지음, 김자연 옮김 / dodo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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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좋은걸. 안 브루이야르 글그림/김자연 옮김. 도도. 2025.
_킬리옥의 행복한 고민

우선, 킬리옥의 고민에 대한 답이 안 나와있어 좋았다. 킬리옥의 고민은 어느 쪽의 답을 내리더라도 모두 좋은 선택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내 기준으로서의 판단이다. 킬리옥이 지금 이대로 변화하지 않아도 좋고, 지금보다 더 좋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변해도 좋다. 어떤 선택이 되었든 그 선택은 킬리옥이 '행복'할 수 있는 결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의 부제가 킬리옥의 '행복'한 고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흔히 고민이라고 하면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어떻게 해서든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그 고민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게 되곤 한다. 하지만 지금 킬리옥에게는 이렇게 고민하는 것마저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킬리옥이 변화를 결정해도, 변화하지 않는 걸 결정해도, 혹은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고민만해도, 이 모든 것이 다 '행복'의 모습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치게 킬리옥에게는 소중한, 행복한 삶인 것이다.
킬리옥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매 순간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며, 자신에게 가장 충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나가는 것. 아니, 이런 누군가에 의해 이끌리듯 살아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속도대로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매 순간을 그저 보내고 있는 것. 이거 자체가 킬리옥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니, 아침부터 밤까지,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내 이 고민에 온통 신경을 쏟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 던져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것 자체가 이미 삶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킬리옥에게 있어서 고민은 곧 삶 혹은 일상의 다른 표현일 뿐일 것이다.

"있지, 사실은 바꾸고 싶은 게 맞는지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은 이대로가 더 좋은 것 같아."
"지금 이대로도 아주 좋지."
킬리옥의 말에 미스테르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두 친구는 한동안 말없이 호수와 숲,
그리고 킬리옥은 집을 조용히 바라보았어요.

이 두 친구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었다. 무언가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렵고 위험한 숙제를 안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 친구가 말없이 바라보며 앉아있는 그 순간마저도 이들에게는 일상이고 행복한 삶을 테니까 말이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놓여져있는대로, 무언가를 꼭 해내지 않더라도 괜찮은,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심의 이후 어떤 고민의 답이 내려지더라도 크게 킬리옥을 흔들어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킬리옥의 마음은 지금과 변함없이 그저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생각의 답을 잘 받아들인 후, 그 다음의 질문을 또 자신에게 던지는 것으로 잘 살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킬리옥의 고민은 단순히 집을 수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삶에 변화를 만들 것인가 혹은 지금의 삶의 모습을 유지할 것인가, 내가 내일 혹은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그런 고민의 답은 당연히 쉽고 빠르게 내려질 수는 없는 법이다. 문제에 대해 때론 가까이에서 직접 확인하고, 또 가끔은 멀리서 관망하는 방법을 쓰면서, 그리고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의 조언도 들으면서 진지하게 해 나가는 것이 문제를 잘 해결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킬리옥은 지금 그런 방법을 모두 활용하며 자신이 내려야 할 결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쓰고 있는 중인 것이다.
마치 변화를 거부하고 지금의 자리와 모습을 바꾸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면, 이 책은 그렇지 않음을 단단하게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야 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바뀌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은 내일이어도 좋다는, 그렇게 선택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숨을 고르게 되고 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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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 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49
김나은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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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김나은 외. 사계절출판사. 2025.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새로운 생명체나 세계가 펼쳐져도, 기계나 로봇의 존재가 인간의 삶에 변화를 준다 해도, 그래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절대 인간이 흔들릴 수 없도록 만드는 분명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음, 그리고 그런 연결을 가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접촉, 닿아서 알게 되는 따뜻한 온기와 사랑, 이 모든 것이 만들어 주는 관계. 이것이 바로 인간이어서 좋은, 그래서 절대 어떤 세상이 도래해도 바뀌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일 수 있는 당위성을 얻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 작품집을 읽으며 깨달은 부분이다.

유나가 먼저 내 아가미에 손을 넣으며 나를 배웅하면, 그다음 내가 유나의 다섯 가닥을 꼬옥 잡는 그 순간을. 우리가 친구가 되었다고 유나가 말했을 때 귀가 뜨거워질 정도로 가슴이 쿵쾅거린 건 그래서였을 것이었다.(19쪽_'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중)
내가 윤화의 기억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그 애의 표정을 관찰해썬 것처럼 꼼꼼히, 그러나 천천히 배우면 될 거라는 믿음. 나는 조심스럽게 윤화의 양손을 잡았다.(58쪽_'나란한 두 그림자' 중)
나인의 손가락 사이로 정후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정후의 손이 축축해서 나인은 흠칫 놀랐다.(119쪽_'고백 시나리오' 중)

어쩌면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달라지면서 우리가 불안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인간으로서 나눌 수 있는 따스함의 체온을 잃고 살아가게 될까봐는 아닐까 생각해보게 됐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감정을 나누고 교류하며, 그 관계 속에서 사랑, 우정 등의 감정을 확인하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존재인 듯하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사라지게 될까봐, 느끼지 못하고 지내게 될까봐 겁이 나서 더욱 긴장하고 경계하게 되는 건 아닐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더욱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잃지 않도록, 잊지 않도록 말이다.

물론 이 소설집의 소설들이 지금 2025년의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지금의 사회를 말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다. 여전히 우리는 이 많은 불안과 걱정의 상황에 놓여 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모습을 가정한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소설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대처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인간의 다급한 모습이 반영되어 있는 듯도 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런 변화에 대한 대처를 외부의 다른 것으로부터 찾지 않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 본성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마빈 박사가 편지를 서랍에 넣었다. 베티 할머니와의 만남이 하룻밤 꿈 같았다.(147쪽_'플루토' 중)

이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마음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인간에 장착되어져 있는 장치가 바로, 감정일 것이다. 감정을 저버리지 못하고 내내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있는 그 마음이, 결국 우리 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들을 그런 가치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들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런 감정을 아직은 가지고 있는 인간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험난하고 위험한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가 긍정적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힘이 무엇인지, 이 소설들에서 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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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행님 신인류 사랑 - 말과 글로 빚어낸 국어 시간
구자행 지음 / 양철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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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행님 신인류 사랑. 구자행님. 양철북. 2025.
_말과 글로 빚어낸 국어 시간

이제 2025학년도 1학기가 마무리되는 시기다. 그렇다면 구자행 선생님의 교사 생활도 마무리가 되는 시기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뭉클하면서도 많은 감정들이 밀려온다. 아마도 30년 이상 교직에 계셨을 것이고, 그 많은 시간 국어라는 교과 안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오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과의 일들을 기록하셨다.
우선,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뵙지 못했지만 마치 만나뵌 적이 있는 것처럼, 글 안에서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교사셨을 지가 눈에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교직에 계실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하기만 했다. 신인류는 또 뭐고, 그런 사랑은 뭘 말하는 걸까 싶어서. 이젠 알겠다. 구자행 선생님의 교직에서의 마음은 온통 '사랑'이었구나, 하는 것을. 사랑이 아니고서는 쉬이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아이들과의 교감도 만만치 않고 말이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기록이 남다르게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일에서 가장 뿌듯할 때가 사실은, 아이들로부터 긍정적인 마음을 전달받을 때다. 복도에서 손으로 반하트를 만들며 다가오는 아이에게 나도 손으로 반하트를 만들어 그 손에 연결해주면, 진짜 그 사랑의 하트가 온통 퍼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이 맛에 일을 하지,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구자행 선생님이 보여주신 모습이 바로 그런 마음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어, 읽으면서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이 책에는 '다행이다'라거나 '마음 아팠다' 같은 선생님의 감정이 드러난다. 이 글은 '교단일기' 같은 느낌인데 그런 교단에서 선생님이 어떻게 아이들을 대하고 바라보고 계신지가 잘 느껴졌다. 특히 이 아이들을 '신인류'라고 정의하고 있는 부분에서 단박에, 아이들을 한 명도 눈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는 분이시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 이들은 평화주의자들이다.
둘째, 남이 하는 일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셋째, 학교 공부에 별 뜻이 없고 점수와 동시에 그다지 마음 쓰지 않는다.
넷째,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
다섯째, 해가 갈수록 이 새 종족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것 같다.(41-42쪽)

이렇게 모아보면, 아마 선생님들은 다 감이 잡힌다. 이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고 있는 아이들인지 말이다. 그런데 구자행 선생님은 이들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계셨다.

아무튼 나는 이 신인류를 문제로 보지 않기로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다. 애써 바꾸어 보겠다는 마음이 없다. 그저 바라봐주기로. 내 잣대로 저울질하지 않고 내 틀에 맞추어 판가름하지 않기로. 다만 아주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기는 하다.(43쪽)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런 마음이라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다. 그러니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과 지금까지 지내고 계실지, 눈에 다 그려지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의 국어 수업이 흥미로웠다. 아이들과 함께 한 수업, 아이들의 글,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노하우들에 관심이 갔다. 사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뭐든 하기 싫어한다. 이제는 모둠으로 활동하는 것도 흥미를 잃었다. 특히 글을 쓰라는 것, 그것도 자기 이야기를 담아 쓰라는 건 더 하기 싫어한다. 신인류족에게는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일들이다. 그런 아이들과 선생님이 해 나가신 수업이 인상적이었다. 담임교사로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신 부분도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여러모로 대단하신 선생님이시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그리고 하나 더, 이런 기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많은 이야기들 속에 어떤 기억할만한, 그리고 어떤 기록할만한 이야기가 있었는지, 그냥 흘려보냈던 그 수많은 장면들이 이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구자행 선생님처럼 기록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그 기억을 다시 훑어보며 미소지을 수 있도록.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아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구자행 선생님처럼 나이를 다 채우고 물러날 수 있을까. 그럴 때까지 어떻게 국어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다시 고민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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