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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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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엑시트. 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2025.
_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책을 처음 보면서 생각했다. <오픈 엑시트>, 과연 무슨 의미일까? 엑시트, 하면 한번에 무엇을 뜻하는지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비상구의 달려나가는 사람 그림이 더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말 그래도라면 비상구의 문을 열리는 의미인 것 같은데, 과연 이게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저자는 탈출이라고 했다. 소셜 케이지에서 탈출하는 것. 하나의 집단이나 기업에서 나가서 다른 집단이나 기업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한 직장이 평생 직장이 되어 매여 있지 않아도 되는 것 말이다. 탈출이 자유로운 사회여야 한다는 뜻. 하지만, 우리 한국 사회는?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답은 금방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영세 김밥 가게 노동자에게 미않하지 않듯, 연봉 30만 불을 받다 구글에서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에게도 미않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145쪽)
저 문장들 중 '세상은 그런 것이다'란 문장을 저자는 의도적으로 반복 사용했다. 우리 사회, 세상은 그러니까. 세상이 그러니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어쩌겠는가, 그냥 그렇구나, 하는 수밖에. 뭐,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미 사회는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불평등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세상이 그렇고, 정치적으로 이렇고, 문화적으로 저렇고 하니,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엑시트도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일의 많은 부분에 이미 들어와있는 이상, 점점 조직에서 나가야하는 상황은 늘어날 것이고, 다시 들어갈 기회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회의 경직성이 이동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이니까.
스킬셋을 높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이 늘어나고, 그 기업에 대한 엑시트의 기회가 획장되면, 자연스레 숙련된 직업인의 이동의 자유는 확대될 것이다. 당연하다. 그리고 점점 경력이 쌓이고 노련함이 높아지면, 그런 일의 능률을 통해 사람을 판단할 수도 있어진다. 학벌이나 인간관계, 평판을 따지며 개인의 능력을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평판에 따른 판별을 당하고 있는 직장인이구나, 하는 생각. 나도 사람들이 어떻게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평가받고 있으며 내 직장에서 순위로 매겨지고 있다. 지금껏 그런 평가가 어쩌면 더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들여다보니 너무도 주관적인 판단이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아, 뭔가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남들이 바라보는 나의 일은 평생 직업이라며 부러움을 받는 일이다. 당연히 나도 이런 평생 보장받는 직업을 갖게 되어 안심하게 된 점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과연, 평생 한 직장에 속해있다는 것이 안정감을 주는 것일까, 혹은 탈출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린 것일까. 그 말도 맞다. 점점 나이를 먹으며, 50대가 되면 이동의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나이 50에 어떤 다른 직종이나 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 가능한 기회는 제한적이다. 그러니, 점점 나이를 먹고 연륜이 쌓이고 기능이 높아져도(물론,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난다고 모두 기능까지 높아진다는 건 다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에 따른 평가를 제대로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점점 위축될 수밖에. 그리고 이런 상황이 한국 사회를 형성하게 될 수밖에.
이 책은 나의 경우를 집어넣어 생각해보고 되면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지점들에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케이지에서 나는 지금껏 한 발짝도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위상을 갖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고 대처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할 때라는 생각도 했다. 저자는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나도 모른다)."(15쪽_'프롤로그' 중)라고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이 문장을 만나니, 탈출하고 싶어지게 만들어놓고 방법은 안 가르쳐주며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구나, 싶었다. 뭐, 어쩌겠는가. 탈출 방법은 독자가 다시 찾아나갈 수밖에. 모르던 사실과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책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