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푸른 돌
은모든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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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푸른 돌. 은모든 장편소설. 안온북스. 2025.

루미, 현, 반희. 이 세 아이들의 성장에는 과연 어떤 굴곡이 있었던 걸까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에 묵직한 돌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세 개의 푸른 돌, 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사람들에게 이런 돌의 무게를 전해주기 위해 말이다.

유년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소설 시작 전, 작가는 이 책의 이야기를 이들에게 전한다고 밝혔다. 이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그리고 다 읽고난 후 알았다. 이 세 아이들은 유년을 빼앗겼구나. 빼앗긴 유년을 다시 찾지 못하고 묵묵히 헤매기를 선택했구나.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헤매다, 세 아이가 서로의 유년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구나.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쉬고 웃을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 소설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책을 잘 못 읽는 것도 아닌데 유독 이 소설 읽기가 더디고 힘들게 느껴졌다. 뭔가 딱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꾸 마음을 붙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개운하지 않는 뒷맛, 뭔가 씁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일들, 괜찮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꾸역꾸역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 듯한, 뿌연 안개 속같은 느낌도 들었다. 뭐 하나라도 쉽게 해결되는 지점은 찾기 어렵고, 내내 해답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듯했다. 속 시원하게 이렇게 혹은 저렇게 답을 내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마저 난감하기만 했다.
가족이란 그런 존재인가 싶기도 했다. 분명 치명적인 상처를 안긴 것이 사실이고, 부담과 짐으로 내내 안고 견디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기도 한 관계. 그러니 특히 어린 시절, 유년시절, 학창 시절, 그러니까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런 존재와 관계를 감당하기가 벅찰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 아이들은 그런 시기를 일정 부분 이상 감당해야만 했고, 특히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매 순간이 힘들고 지치고, 또 어디다 대놓고 이야기하고 하소연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아픈 상처들이었기 때문에 더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아이들은 그 와중에 서로를 알아채고, 알아봐주고, 또 아는 척하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딱히 엄청 친했던,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는가 하면, 또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뭔가 마음 깊은 곳에서 늘 이들이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러니, 신경이 쓰이니, 아는 척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는 척을 하다보니 점점 그들의 삶에 다가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거다.

현은 대화 상대가 필요하면 언제든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말했지만 취기에 던진 말을 덥석 붙잡는 것은 뻔뻔한 일 같았다. 그러나 한 주가 다 지나가도록 달리 아빠에 관해 얘기해볼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루미는 그 주 토요일 낮 퇴근길에 현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101쪽)

기댄다는 것이 별것일까. 그저 나의 속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 그게 기대는 것이지. 누군가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에게 얘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서로가 서루에게 기댈 곳이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이런 기댈 곳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견딜 수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싶다.

표지의 그림을 한참 보게 된다. 수영장, 햇빛의 반짝임으로 물의 움직임이 그대로 바닥에 비춰난다. 그 위에 유유히 떠서 수영하는 한 사람이 있다. 수영을 잘 하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물에 가라앉지 않고 잘 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성공이지 않을까. 어쩌면 이 아이는 루미이지 않을까. 결국, 수영에 성공!

몸에 꼭 맞는 이 얕은 탕 안에서는 불안하지 않았다. 일말의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루미는 그 점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입안에 든 것을 꼭꼭 씹어 삼키듯 음미했다.(277쪽)

한옥 숙소의 욕조에서 느꼈던 그 감각으로 그 동안의 두려움을 조금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건 꼭 그곳의 욕조였기에 가능했다기 보단, 그 공간에 현과 반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들과 함께 있음으로 더 이상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동안의 몸의 힘과 긴장을 조금 줄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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