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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란 ㅣ 미래의 문학 11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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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다. 아무리 SF라고 하지만, 인간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아야만 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처음 시작부터 끔찍했고 또 인상이 써지기도 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고민하게 됐고, 지구라는 공간이, 모데란이, 어째서 이런 전쟁의 싸움과 폭력성만을 우위에 둔 세상이 되었을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인간을 기계처럼 만들어 놓은 세상이라는 것이 과연 옳을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선, 이 이야기의 가장 기본적인 설정이 살점 인간에서 신금속 인간으로의 변신이라면, 이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 미래란 어떤 면에서는 현실의 문제나 모순을 해결하고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지향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물론, 모든 미래가 무조건 다 진일보 혹은 발전된, 그래서 지금보다 나은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도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 이야기가 밝은 미래를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괜찮다. 지금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으니까. 다만, 이런 극단적인 미래의 모습이라면 과연 우리가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바가 있기는 할까 싶은 것이다. 그러니, 이건 진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기 보다는 풍자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았다. 비판하기 위해, 억지로 과한 설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하지만,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진짜 풍자만을 위한 설정이 맞나 의심스러워졌다.
먼 옛날에는, 모든 사람이 너희 어머니가 그 버려진 보육원의 낡은 교육용 튜브에서 들려주던 그대로의 삶을 이어가던 공포의 시대가 있었단다.(...) 붙어 살면서 서로를 왜곡시킨 나머지 걸어 다니는 모순 덩어리라는 악몽이 되어버렸단다. 심지어 식사도 함께했지.(...) 그들은 평생 연약한 살점을 두르고 매일을 버텨야 했단다!(270-271쪽)
어떤 이야기도 현실과 동떨어져 만들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환경의 문제나 전쟁, 그리고 심지어는 가족 관계와 사랑까지. 어느 것 하나 현실과 연결고리 없이 만들어진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성, 인간의 존재 자체도 결국 귀찮고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단순화 과정, 관리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변형의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뭐든 편리한 쪽으로만. 지금의 사회도 결국 인간이 편리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변형시켰고, 그 변형의 끝이 결국은 인간, 그리고 지구까지도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과연 이 작품에서처럼 모든 것을 기계식으로만 받아들이고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그런 존재가 맞을까. 사랑도 기계를 끄고 켜면 되고, 심지어는 자녀까지도 그런 관계 이상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존재를 '인간'이라고 지칭해도 되는 것인가에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인간적이다'라고 할 때의 그 인간적의 의미를 되돌아봐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작품에서와 같이 지금의 우리는 과연, 인간적인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런 <모데란>과 같은 미래는 절대 사절이다. 이런 미래가 진짜로 도래하게 된다면, 도래한 그 순간 이미 우리의 삶은 끝난 것이다. 어떤 희망도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어떤 희망적인 그 다음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상태로의 영원의 존재라면 그것도 절대 사절이다. 존엄이 무너지게 가만 놔둘 수는 없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