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완료 : 택배가 우리 집에 오기까지 우리학교 어린이 교양
율리아 뒤르 지음, 윤혜정 옮김 / 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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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사는 우리는 집에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을까? 어느 책에서 한 사람당 만 개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나 많이? 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집안을 둘러보면 그 정도가 충분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사람은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많은 물건이 다 필요한 게 맞을까. 이렇게나 이미 많이 갖고 있는데, 계속 또 무언가를 사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해보게 됐다. 집 안에 물건이 자꾸 쌓이고 쌓이고 쌓여, 집을 가득 채우다못해 창문 밖으로 물건이 튕겨져 나가는 상상. 사람도 들어서지 못하는 물건들의 집이 되는 상상.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끔찍하기도 했다.

지금의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택배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굉장히 많은 택배들이 오고가는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판매자 사이트에서 클릭 한번이면 손쉽게 물건이 뚝딱 집까지 온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물건 하나 하나가 어떤 과정과 절차에 따라 우리 집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하나씩 살펴보면 어마어마하면서도 굉장한 과정이 있어야지만 가능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 책이 그것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란 생각을 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어요
전 세계가 우리 집에

전 세계가 어떻게 움직여 돌아가고 있는지, 어떤 시스템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를 잘 알게 해주는 말이었다. 더이상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있어도 모든 것은 이어지고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이 잘 이루어져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각종 물건과 식품들을 손쉽게 구입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어떤 세상의 무엇이더라도 촘촘하게 이어져있는 연결망 속에서 우리는 충분히 그 모든 것을 우리 집에 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단순히 와, 이렇게 물건이 우리 집으로 오게 되는구나, 하고 감탄만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의 물자가 물건이 되고 다시 움직여 우리 집까지 올 수 있는 과정에서 분명 많은 영향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원을 채취하는 과정에서의 노동 문제, 가공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 물건을 사고 소비하고 버리면서의 쓰레기 문제 등. 물건은 단순히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만 오고가는 것이 아니라, 물건으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가 함께 오고가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분명 삶의 편리에 의해 시스템이 갖춰지고 전 세계가 한몸처럼 움직여 돌아가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어떤 가치와 의미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각 부분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에 있는 물건 하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처음부터 따져 보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고, 이 과정을 잘 아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집에 오게 되는지, 안 가르쳐줘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이렇게도 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접하게 되니, 놀라운 마음이 컸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분명, 이 모든 것들이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이 너무도 선명해 보였다. 그 사람들의 삶 또한 이 시스템 안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겠다는 생각도 분명해졌다.
수업에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해야할 이야기가 무척 많을 것이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결국, 우리가 사는 사회와 삶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덧-
책을 읽으며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젖소' 부분. '우유를 얻기 위해 정보의 젖을 짭니다.'라는 문장이 자꾸 신경쓰였다. 젖소는 없다. 엄마 소에게서 젖을 짜는 것일 뿐. 이 또한 이야기 나누어봐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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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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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김려령_소설집 #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오랜만에 김려령 작가의 소설집을 읽으며 느꼈다. 아, 이런 게 김려령의 소설이었지 하는 생각.
우리의 모습을 꼼꼼하게 포착해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열거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 우리의 심리, 그 안에서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서 다시 나를 돌아보고, 또다시 나의 시선을 바깥으로 열리는, 우리가 하고 있지만 하고있다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심리와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감이 가고 또 화도 나고 또 슬프고 안타깝기도 했다. 아, 이 모든 감정을 이 책 한 권에 다 담을 수 있는 능력, 이건 김려령 작가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란 생각에 감탄도 했다.

욕지기가 올라왔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내 모습이 혹시 그랬을까봐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났다. 그랬다면 징그럽다는 그의 표현은 매우 적확한 거였다. 하아, 젠장...... 내 의지로 간직한 게 아닌 물건들. 엄마의 한복 상자.(59쪽_'상자' 중)

깜짝 놀랐다. 사람의 생각을 이렇게까지 몰아갈 수 있는 거구나, 싶어 무서웠다.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핑계삼아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비하하면, 그 비난과 비하가 어떤 끝을 향해 가게 되는지가 이 소설에 그대로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했던 적이 있어 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서운 경험. 결국 자신의 생각과 사고가 그 사람의 말에 휘둘리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게 만드는 만들어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내 혼자서도 그 비난과 비하의 말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게, 상자의 문제일까.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

그래, 이 집. 진짜 미끼는 이 집이다. 나처럼 힘없는 세입자를 노린, 세입자를 기물파손이나 정도로 유도하는 미끼인 것이다. 집주인은 조카를 이용해 세입자의 견물생심을 부추겼다.(173쪽_'세입자' 중)

무서운 세상은 단지 생각을 조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돈을 조정하는 것에서도 나타났다. 무엇을 위해 미끼를 놓고 사람을 시험하고 또 그 미끼에 걸려들도록 만들었을까. 결국 돈이었고, 돈으로 얽혀있는 모든 사람들이 진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도 했다. 이런 식이구나, 이 세상은. 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가 이런 식이라면, 세상에 대한 혐오감만이 밀려올 뿐이다. 이 세상을 어찌해야 좋을까. 어떤 방식으로 이 세상을 다시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끔찍한 세상에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기가 쉽겠다는 생각도 살짝 스쳤다.

내가 폭 안은 황금 꽃다발. 많이 먹어라.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많이 먹고 오래오래 살아라. 네가 가지고 태어난 수명에서 하루도 모자라지 않게.(88쪽_'황금 꽃다발' 중)

그래도 남의 것 다 빼앗으면서 제 배만 채우는 사람들 가운데, 자식 곁을 지키는 이런 엄마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게 엄마의 마음이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 이런 마음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니까. 엄마는 이야기했다. '내가 떠나면 이놈 혼자 서러운 관리를 견뎌야 했다. 그래서 나는 못 떠난다. 이놈이 불쌍해서.'(88쪽) 그러니 이 불안불안한 시간을 끝까지 지켜줘야한다는 책임을 언제까지 가지고 가야할까. 이게 엄마의 마음일까. 황금 꽃다발이 언제쯤이나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그녀는 자신이 아이들을 낳았을 때 먹었고, 자신이 태어난 이날 어머니가 먹었을 미역국을 먹었다.(...) 이봐요, 어디서 뭘 하며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꼭 한번 아비 노릇을 하려거든 그 모습 죽을 때까지 감추시오. 홀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생부로서의 유일한 아비 노릇입니다.(...) 그녀가 집을 나갔다.(228-9쪽_'청소' 중)

처음부터 불안불안했다. 날을 잡아서 대대적으로 닦고 쓸고 버리고 정리하는 청소의 날들이, 내내 불안했다. 어른들은 자주 말씀하신다. 외출할 때는 집안을 말끔히 정리해놓고 외출해야 한다고. 나갔다 다시 못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자식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너저분한 내 살림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라고. 아마도, 이 엄마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마지막 장을 읽고 덮을 수가 없어, 결말 부분을 여러번 되돌아가 읽고 또 읽은 소설이었다. 이 감정을 뭐라 설명해야할 지도 알 수 없는 소설의 마지막이었고,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든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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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 기후위기 시대 펜, 보그, 스웜프에서 찾는 조용한 희망
애니 프루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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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서지구의안부를묻다 #기후위기 #펜 #보그 #스웜프 #애니프로_지음 #김승욱_옮김 #문학수첩 #서평단 #서평 #책추천

펜, 보그, 스웜프. 조금 낯선 용어들이었다. 아무래도 이 용어들보다는 그냥 습지가 더 익숙하다. 습지의 소중함은 그동안 환경 관련 공부를 하며 익히 들어왔다. 습지가 품고 있는 생명과 그 안의 생태계가 보존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지만 그동안 승자는 버려진 땅, 불필요한 땅, 그래서 어떻게든 사람에게 이롭게 쓰이도록 개척해야 하는 땅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로 인한 파괴와 훼손 등으로 점점 습지가 줄어들었고, 습지가 줄어든 것으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갖지 않았다. 사람에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사회적 인식이 결국, 지금과 같은 지구 환경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저자는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확고하고도 단정적인 어투로 한결같이 화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화 안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도 담겨 있었고, 그럼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마음도 담겨 있었다. 마치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듯 보이는 문장들 사이에서 간절하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제발, 우리의 습지들이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겠냐는 그 마음. 지금 하고 있는 회복 사업들이 어서 빛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 글을 읽으며 나도 화가 났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왜 이리도 우리의 역사는 오개념과 잘못된 인식이 더 큰 힘을 발휘했던 것일까. 지금의 시각에서 무엇이 옳고 그렇지 못했는지를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껏 우리 사회를 나쁜 쪽으로 이끌었던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과 태도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너무 많이 오래도록 잘못된 방향으로 지구의 생명을 파괴했고 사라지게 만들었다.

펜의 주민에서 런던의 의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펜의 고인 물에서 나온 "유독하고 유해한 증기"가 열병과 학질을 일으킨다고 믿었다.(105쪽)

지구 환경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중이다. 지구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도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자정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을 인간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자연'계에서 평형상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으나, '자연의 균형' 같은 믿음은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환상임을 알게 되었다.(258쪽)
케임브리지셔의 습식 농경 실험에 큰 희망이 걸려있으나, 펜이든 열대림이든 망가진 자연을 되돌리고 복원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가 점점 깨닫고 있을 뿐이다. 터주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정말 정말 정말 어렵다. 건축과 파괴에는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는 인류가 자연계를 복원하는 일에는 불쌍할 정도로 미숙하다. 그냥 우리 적성에 안 맞는 일이다.(113쪽)

우리 인류가 얼마나 무능하고 형편없는지를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이 부분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망가뜨릴 수는 있어도 다시 제 모습으로 되돌려놓을 수 없는 인류의 무능력함. 하지만 내내 하지 못함의 탄식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제자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있는 습지에 대한 보존과 회복만이라도 힘을 써야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옛사람들에게 이토록 관심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강, 개울, 고인 물, 산, 깊숙한 동굴, 섬을 통해서 지금은 불가능한 방식으로 자연계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162쪽)

습지의 자연이 품고 있던 많은 생명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새, 이끼, 나무 등 많은 동식물들의 안식처이며 사람들의 생활과 삶에까지 이어져 연결되어 있던 습지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과거 가난하고 무식하며 더럽다고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실은 우리가 원하고 꿈꾸는 바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과거의 모습을 지금의 인류가 어떻게 각색하여 처참한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분명히 알아야하지 않을까.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타는 듯 뜨거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진보'와 '향상'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심리. '지금',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이전의 모든 기대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한 생각. 그들이 내놓는 증거는 대부분 기술적인 '향상'이다.(72-73쪽)

'지금' 우리가 여지껏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생각을 한참 잘못 하고 있었는지 느껴야 한다.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알아야 하고, 알고 있는 것을 말해야 하고, 말한 것을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환경을 공부하며 내린 결론이고, 이 책을 읽으며 한 번 더 다짐하게 되는 생각이다.

스웜프와 새는 한 몸과 같다. 스웜프가 사라지면 새도 사라진다.(217쪽)

지구와 인류도 한 몸과 같다. 지금껏 지구를 발판삼아 인간은 제멋대로 참 잘도 살았다. 그렇게 잘 산 결과가 지금과 같다면, 그래서 지구가 사라진다면 인류도 사라진다. 아니, 지구상의 생명이 모두 사라진다. 우리 인간이 그토록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구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자. 무엇이 중요한 지 좀 알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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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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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이끄는곳으로 #백희성 #소설 #감동소설 #인생소설 #소설추천 #베스트셀러 #신간 #인생책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건축가라니. 건축가가 쓴 소설이라니.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분명 건축과 관련한 이야기가 한가득 펼쳐질텐데, 과연 그 건축 안에서 또 어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건축과 관련한 이야기가 맞았다. 또한 사람 사는 이야기도 맞았다. 결국 건축이 사람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궁금하고 호기심이 커졌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과 같이, 과연 범인이 누굴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를 상상하며 읽게 되었다. 분명, 사람을 만나고 집을 만나는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사실이 간절하고 마음 아프면서도 따뜻했다.

요즘과 다르게 과거 집들의 문은 오직 하나뿐인 형태로 존재했다. 마치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문 또한 그랬다. 문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그 집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분들은 서로 다른 말투로 인사를 건넨다. 때론 무섭게, 때론 무표정하게, 때론 웃음 지으며...... 사람의 표정과 닮은 존재, 그게 바로 때문이다.(51쪽)

집을 단순히 건물로만 바라보지 않는 태도가 여기서부터 느껴졌다. 마치 고유한 세상의 문을 통과해 오롯이 하나밖에 없는 집으로 들어서는 대문의 의미를 이토록 다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금 아파트의 현관이 대문이라면, 모두 같은 표정의 집으로 들어서는 거라는 생각을 하며, 획일화된 세계에 대한 섬뜩함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어릴 적 살던 집의 대문들은, 각 집집마다 다른 색과 모양, 크기를 가지고 있어 대문만 봐도 누구 집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예전의 대문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집은 그렇다. 잠시 자신의 생을 사는 동안 빌려 쓰는 공간이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그 공간에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은 차곡차곡 쌓여 그 집의 역사가 된다.(219쪽)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351쪽)

소설에서도 나오듯,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방 망가진다. 집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이 사람보다 수명이 더 길고, 집과 사람이 함께 살다 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면, 집은 또 다른 사람과 그 생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집은 여러 사람을 들이고 또 보내주며 다시 들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반복을 통해 집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그 역사가 고스란히 집에 새겨지는 것이다.
아나톨의 기억이 프랑스와에게 전달되고, 프랑스와와 아나톨과 피터의 시간으로 연결된다. 이 연결이 뤼미에르에게 닿아 다시 피터에게 돌아오고, 마리아와 앤과 테오에게 이어져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어떤 기억들이 새겨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건 곧 지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맞닿아 있을 것 같다. 무엇을 하고 누구를 사랑하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또 남기고 싶은지. 집에서 어떤 시간들을 만들 것인가가 곧 내 집에 새겨지는 기억이 될 것이다. 집은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담아내고 있겠지. 지금 나의 삶과 시간, 우리 가족의 이야기도 집은 내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 면에서, 오늘은 집을 한번 둘러봐야겠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느 공간에서 과거의 옛 기억을 꺼내볼 수 있을지. 작은 실마리라도 찾게 된다면, 무척 기쁜 하루가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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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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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할일 #김동수 #그림책 #창비 #서평단 #서평 #그림책추천

강가에서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과자 봉지, 음료수 캔. 그리고 검은 비닐봉지? 강가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린다면, 물고기여야 마땅할 것 같은데, 건지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모두 쓰레기다. 쓰레기가 떠다니는 강에서 쓰레기를 건지며 놀고 있다는 건, 말 그대로 동심 파괴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게 짖밟아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지금의 강, 그리고 우리의 자연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각종 물건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에서도 물고기 대신 쓰레기를 건지는 현실이라면, 여러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어떤 경험을 선물해줄 수 있을까.

쓰레기를 건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는, 비닐봉지인 줄 알았던 검은 머리카락을 건지고 되고, 되려 머리카락에 이끌려 강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건 말 그대로 공포!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는 그 마음이 어떨까. 무섭고 떨리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의 물귀신들을 만났다.

"반가워요, 오늘의 어린이.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는 물을
깨끗하게 해요.
오염이 갈수록 심해져서
늘 일손이 부족하답니다."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물귀신들은 노력한다. 하지만 늘, 일손이 부족하다. 왜일까? 당연히, 깨끗하게 하는 작용보다 더럽히는 속도가 훨씬 빠르니까. 이런 빠른 속도로 자연은 점점 더 오염이 되어가고, 그런 오염을 사람들은 나몰라라 완전 뒷전이다. 그러니, 물귀신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물이 깨끗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의 어린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인 것이고.
이때 '오늘의'라고 이야기한 건, 이미 이전에도 또 그 전에도 '오늘의' 어린이가 있었다는 뜻일 거다. 기념 사진을 찍은 듯 다른 어린이의 사진이 여럿 보인다. 그렇다면, 강물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내 어린이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귀신들의 힘만으로 안 되니, 반드시 어린이의 손길과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연은 힘을 가지고 있다. 누구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제 스스로 자신을 지킬 줄 아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자연이 제 속도대로 자신을 지켜나갈 수가 없다. 결국 어린이의 힘을 빌려 깨끗하게 만드는 일에 소홀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는 '오늘'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 아이와 물귀신의 이야기를 읽고, 우린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지구에서 사람만 없어지면 다시 자연이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환상은 지금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게 바로 사람이고, 자연의 노력에 사람의 노력이 보태져야 우리의 자연이 다시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사람이 해야 할 '오늘의 할 일'이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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