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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산책 - 국경을 넘은 강아지와의 삶, 그리고 인연들
최수향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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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산책. 최수향 지음. 흐름출판. 2026.
_국경을 넘은 강아지와의 삶, 그리고 인연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가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 동물은 어린시절 친구에게서 분양받았던 강아지가 처음이었다. 아주 작은, 이제 막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가냘프고도 여린 강아지였다. 그때는 동물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에 당연히 밥만 주면 잘 크고 자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너무 어리석었다. 데려온지 얼마 되지 않던 날, 밤새 낑낑거리며 울던 강아지는 내가 학교를 다녀오고 나니, 사라져 있었다. 그 뒤로 생명을 데려오는 것에 겁을 먹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로 인해 한 생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무서웠던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됐다. 강아지를 데려다 키우려했던, 며칠 키우기까지 했던 내가, 아주 작은 강아지가 옆에 지나가려고만 해도 겁을 먹고 멀찍이 떨어져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려고만 한다. 강아지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을 경계하는 사람, 겁이 나 먼저 길을 돌아 도망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심리가 작용한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감이 없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 동물을 가까이 두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 한 생명을 책임지고 서로의 돌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영원히 떠나보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전혀 짐작도 못한다.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감정에 여전히 아직도 무뎌지지 않는 얇은 심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묻는다. 디디를 보내고 어떻게 지내느냐고. 잘 지낸다고 답한다.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95% 잘 지낸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나머지 5%를 궁금해한다. 나는 그 몫을 사랑하는 강아지를 잃은 슬픔을 모셔 두는 곳으로 남겨 두었다.(10-11쪽)
사람들은 이별 후 아픔을 견뎌야 한다고 말한다. 잊고 새출발하라고 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 것이라며,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기를, 그래서 그 이전의 슬픈 기억을 잊도록 무척 부추긴다. 하지만, 이전의 감정을 칼로 무 자르듯 한번에 잘라 없앨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이 내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하루빨리, 100% 잘 지내기를 바라며 묻는다, 걱정한다. 하지만 이 말이 딱 맞다. 95%는 어떻게 해서든 잘 살아진다. 남은 5% 를 어떻게 감당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그들만의 세상에 가두어 두기로 했다. 내 세상은 비디오 나의 시간으로 채우면 그만이었다.(...) 평생 나를 기다려 온 녀셕을 위해 용기를 냈다. 그리고 의식을 치르듯 디디와의 산책을 매일, 묵묵히, 정성스레 이어 나갔다. 디디와의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 그렇게 하는 행위. 그것이 나에게는 종교였다.(213쪽)
모든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을 수는 없다. 같지 않다고 신경쓸 것도 없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최선일 뿐이다. 그런 선택과 후회 없는 시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줄 안다는 것에 마음이 간다. 마치 종교처럼 자신이 가야할 길을 묵묵히 가는 모습이 경건해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이 생명을 향하는 당연한 마음이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삶을 살 수 있었던 저자가 오히려 행운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런 행운같은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에 부러움이 생기기까지 한다.
아주 먼 산책을 끝내고 처음의 자리로 돌아간 디디였다. 사랑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