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
노은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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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노은정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

이 책을 읽으며 아, 이런 걸 지칭하는 용어가 있었네, 싶은 마음이 컸다. 이런 것도 정신분석에서 설명하고 있는 용어와 개념이 있다니,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뜨끔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자꾸 읽으면 읽을수로, 내가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찾게 된다. 나의 지금의 상태와 마음, 정신이 어느 지점에 가 있는지, 나는 이 중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가능하고, 체크리스트의 몇 개가 나에게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느라 멈칫하게 됐다. 심지어 지인에게도 해당할 것 같은 부분의 체크리스트를 보여주고 확인해보고 했다. 그 지인의 반응은, 책을 조용히 나에게 다시 전해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목에 다 해당한다는 뜻. 스스로의 상태를 직면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나보다. 이 책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라고 추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EP(Effortless Perfection)문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되, 그 과정에서 힘들어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을 지칭하는 심리적 사회문화적 분위기.

애쓰지 않는 듯 보이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수정씨의 마음은 EP(Effortless Perfection)라는 개념으로 풀어볼 수 있다. 직역하자면 '노력 없는 완벽함'이라는 뜻이다. 애쓰거나 노력한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추구하는 태도이자 사회적 분위기다.(17쪽)

처음부터 너무 내 얘기여서 깜짝 놀랐다. 요즘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정말 괜찮냐고.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 그렇게 바쁘게 살고 또 할일이 많으면 안 힘드냐고. 어떻게 힘들다는 소리 한번이 없냐고. 그 말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괜찮아요, 할만해요, 생각하는 것처럼 그정도는 아니네요, 정말 괜찮은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집에 와서는 한숨이 깊다. 숨을 깊게 쉬어야 지금의 상황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새벽까지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내일까지는 어떤 일을 마무리해줘야 하고, 또 그 다음날 어떤 출장과 일이 있으며, 여러가지 산발적인 일들을 모두 다 해내려면 철저하게 시간과 계획과 또 나의 체력과 에너지를 잘 정리해놓아야만 한다는, 긴장을 늘 안고 있어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행동한다. 딱, 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상호주관성 Intersubjectivity
사회심리학 교육학 정신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철학의 주요 개념이다.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 이해의 기반이 되며, 사람들이 각자의 현실을 연결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보여준다.

일방적인 관계 역학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면, 지금 내가 경험하는 현실이 한쪽의 역할이나 책임으로만 발생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삶은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끊임없이 반응한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당신이 나를 반응하게 하고, 나는 당신에게 반응한다.(81쪽)

가끔 이중인격자 혹은 다중인격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사람한테는 이렇게, 저 사람한테는 저렇게, 감정에 휘둘려 나의 태도와 반응이 달라지고 말이 다르게 나가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게 된다. 내가 부족하고 또 감정적이어서 그런가 싶을 때도 있고, 아직 덜 성장하여 부족한 인성을 탓하고 될 때도 있다. 이게 상호주관성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배웠다. 늘 나의 생각과 태도와 인성의 탓으로 돌리며 반성을 주로 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된다는 자책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나 혼자의 탓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 갖고 있는 마음이 조금 위안받는 느낌이 들었다.

역의존 Counter-Dependency
역의존은 타인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두려움을 느끼고, 독립성과 거리두기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심리적 방어양상이다. 겉보기에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상황 자체를 위협으로 인식한다.

남에게 도움받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괜히 번거롭기만 할 뿐 내가 필요로 하는 도움과 맞닿아 있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나 말고는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195-196쪽)

부탁도 거절도 어려워한다. 일은 내가 해야지 누군가에게 하라고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걱정도 많고 불안도 많다. 그래서 더 일을 쌓아 하는 스타일이다. 누가 나한테 무언가를 해주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뭔가 이쯤 되니, 내가 많이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 같아서 얼른 마음을 다잡는다. 그냥, 그런 성향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으로, 이런 마음이 꼭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책, 자꾸 들여다보면 볼수록 다 내 얘기같아서 더 빠져들려고 한다. 적당한 선에서 내 마음을 잘 간수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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