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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ㅣ 문학동네 청소년 80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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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최상희 소설. 문학동네. 2026.
소설들이 모두 흥미롭다. 앗, 하는 순간 이미 벌써 또 다른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세상으로 넘어가 있다. 그것도 무척 자연스럽게. 어, 뭐지, 하는 틈도 주지 않고 그런 세상 안으로 독자를 자연스럽게 끌고 들어가는 매력이 있다. 어떤 거부감도 의아함도 없다. 그저 당연한 듯 그런 세상의 이야기가 곧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이것이 최성희표 소설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소설에 동물이 나온다. 고양이, 개, 앵무새까지도. 심지어는 소설 속 인물이 좋아하는 공룡도 가면으로 등장하고. 동물과 함께 이야기가 전개되고 또 그 전개 속에서 동물의 도움을 듬뿍 받는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동물들과 인간은 뗄 수 없는 관계의 존재들이겠지 싶기도 하다. 그냥 혼자 생각으로, 이 소설집은 모두 동물로 이어져있는 소설들을 집합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소설에서는 어떤 동물이 도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직접 나오지 않으면 휴대폰 속 동물의 사진을 통해서라도 기필고 동물은 나오는, 연결고리가 재밌었다.
헌데 이런 소설의 설정과 공간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려는 의도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SF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기에 이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그리고 또 어떤 면에서는 이런 소설을 이제는 SF라고 부를 수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 벌써 많은 부분이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이를테면, 표제작인 <내성적인 뱀파이어>만 보더라도 결국 이웃들과 학교에서 뱀파이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 현재 사회에서의 혐오와 차별의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곧 같은 공간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된다고 믿는 시선 자체가 이미도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같은 우리 사회의 차가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선뜻은 아니어도 서서히는 스며들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마음을 크게 넓게 가져야하지 않을까. 어둠 속에 또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이런 식이었다. <주문 많은 고양이와 그림자 개>에서는 우리 아이들 마음에 상처와 고통 아픔을, <여름의 고양이>에서는 어른의 성추행 문제를, <스페어의 스페어>에서는 이별과 상실로 인한 슬픔을. 가벼이 새로운 세상과 관점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지금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소설 속 아이들에게는 혼자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아프고 힘들고 어디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보일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 없이 외롭게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했던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을 함께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 결국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처방전도 약도, 그리고 어른의 조언도 다 필요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곁을 함께 해줄 수 있는 존재인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와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연두와 나는 노란 줄을 따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29쪽)
두 사람은 나란히 초록 숲속을 걸었다.(63쪽)
동영상이 끝나자 구독 버튼을 눌렀다. '내성적인 뱀파이어' 채널의 첫 번째 구독자였다.(95쪽)
문여름과 정연두는 잠자코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닌 마음으로 둘이서 하고 있으니 왠지 모르지만 굉장히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 한구석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 들었다.(110-111쪽)
기묘주와 나는 마주 보고 웃었다.(175쪽)
아이들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벌써, 지금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다만 시행착오와 시련의 시기를 겪어야만 그 다음 극복의 결과를 맞을 수 있으므로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일 뿐인 것이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제 힘으로 이 시기를 잘 지날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지켜봐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