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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ㅣ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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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나혜림 장편소설. 창비. 2026.
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편협한 사랑에 대한 상상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소설에는 사뭇 결이 다른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런 사랑 이야기, 좋다.
"단것을 나누면 친구가 되는 법이니까요. 여행객은 친구를 소중히 여긴답니다."(13쪽)
꼭 연인이 되어야만 사랑은 아니니까. 친구가 되어,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랑은 충분히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향의 마음이 바로 그랬던 거다. 추파는 있었으나 기꺼이 친구 영월에게 붙잡혀 주었고, 다시 문 밖으로 나가 자신의 재주를 펼칠 수 있는 당당함을 보였다.
난생처음으로 계손향은 저를 가두는 시절에 갑갑함을 느꼈다. 다가올 시절을 자유로이 욕심내 보고 싶어졌다.(125쪽)
이 소설을 다 읽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사실 어떤 사랑보다도 더 값진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월도 영월도, 혹은 가족도 목단도 모두 다 아니었다. 손향은 자기 스스로를 제일 사랑할 줄 알았고, 그 사랑을 실제 삶에서 충실히 살아내는 것으로서 실현시킬 줄 아는 인물이었다. 어느 순간에도 자신을 놓지 않으려 애썼고, 자신을 이끌고 나갈 수 있었던 힘을 주었던 주변의 도움을 기꺼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바탕으로 삼을 줄도 알았다. 그랬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후회되는 일이 분명 있을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그러지 말 것을, 다른 선택을 할 것을 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일이 있다. 하지만 이소설에서 그녀는 한번도 그런 후회가 없다. 이를테면 노월을 따라갈 것을, 같은. 하지만 그녀의 삶을 다시 머릿속으로 헤아려보면, 어쩌면 후회하며 뒤를 돌아보는 것이 의미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가 그랬고, 그녀에게 주어졌던 운명이 그랬으므로, 그 시대와 운명 안에서 오히려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 순간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또 다른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스스로 계절은 바뀌고 풍경은 변한다. 그녀는 그 세월을, 계절을, 풍경을 기꺼이 걸어 보기로 한다. 가는 길 내내 순풍이 불리는 않겠지만, 비에 젖고 눈을 맞고 어둠에 길을 잃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이미 가 보지 못한 곳을 그리워한다.(273-4쪽)
란, 계손향, 소냐. 친구를 소중히 여기며 단것을 나눌 줄 아는 그녀가 이 소설 끝 또 다른 어느 여정을 이어나갈 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여정이 끝없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내가 그녀가 되어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호기심과 욕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기나 하는 것처럼, 그녀의 그 길을 함께 따라가며 계속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덧-
이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우리의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 곳곳에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제법 재미지다. 또 당시 우리 조선의 풍속을 꼼꼼하게 전해주고 있다. 마치 이 소설 하나로도 충분히 당시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문학을 읽는 묘미가 이런 게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 그 이상으로 소설의 배경이 우리에게 주는 재미가 가득하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참 마음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