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균열내기 - 뒤라스, 카뮈, 에르노를 지나 다만 내가 되기 위해
신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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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균열내기. 신유진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뒤라스, 카뮈, 에르노를 지나 다만 내가 되기 위해

우선, 이 책을 가만히 읽으면서, 이 책을 지금보다 더 천천히 한 글자 한 문장을 음미하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후루룩 읽어내기에 무척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가볍지 않은 생각의 깊이가 느껴져 더욱 그랬을 수 있다. 각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가 본인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밑바탕이 깔려 있다보니,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동시에 문학작품을 읽은 저자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에세이를 읽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 정도였다.

이 소설에서는 대단한 영웅은 존재하지 않지만, 끝까지 자신이 맡을 일을 해내는 인물들이 있다. 거대한 혁명적 제스처가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고, 세계가 인간의 고통에 응답하지 않아도 그 침묵에 굴복하지 않으며, 부조리를 없앨 수 없지만, 그 조건 속에서 끝까지 인간답게 살기를 택하는 것. 아마도 이것이 카뮈가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30쪽)

어찌보면 각 작품들이 담아내고 있던,그리고 그 작품의 작가들이 말하고자 했던 근본적인 사상과 철학, 사고와 질문을 소개하고 있는 듯도 싶지만, 사실 그런 소개를 통한 자기 자신을 찾아나가는 문장들의 나열이 우리가 잊고 살아가기 쉬운 소중한 감정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이 갖는 의미와 가치, 그 속에서 나와 문학 간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과정이 이 책 곳곳에서 보이는 듯했다. 아니, 오히려 문학과 나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직접 작품과 그 작품 작가의 삶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기만해도 각 문학작품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몰리나르가 그랬듯이 악몽에서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그 꿈속에서 무언가를 길어올릴 수 있다면, 이미 나는 그 악몽에서 벗어난 것이리라.그서기 위해서는 공포와 매혹을 온전히 수락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그 이야기는 나를 통과하여, 또 나와 한 몸이 되어 어떤 '있음'을 증명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되돌아가려는 본성과 싸워 이기는 일이 쓰는자의 몫이니까. 어째서 이러한 수고가 필요한지를 묻는다면, 몰리나르의 말로 다를 대신하겠다. 다만, 내가 되기 위해.

'나'를 향한 과정과 방향이 온전히 각 작품들을 통과하며 나오는 결론이어서 좋았다. 마치 나도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파리의 어느 한 골목에서 이 작품들을 하나씩 만나게 되는 느낌이었다. 마치 그 나라를 걸으며 경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분명 각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그 안에 담긴 저자의 생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나라를 경험하게 하는 색다른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욱, 천천히, 이 책을 음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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