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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빈자리에 - 괴물, 여성, 망자, 호명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
권혁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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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괴물, 여성, 망자, 호명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
처음 제목과 부제를 보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공포인가? 괴물에 망자라니. 하지만 그 사이에 여자가 있었다. 이 세 단어 사이의 관련성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 다음 중에 쓰인 호명되지 못한 존재들이란 말에서 좀 슬퍼졌다. 결국, 괴물로 불리거나, 망자가 되어서도 제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다는 것이니까. 그 와중에 여자도. 여자라는 이유로 호명되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삶이라고 한다면, 이런 삶을 무엇이라 정의내릴 수 있을까. 여자로서 끔찍한 지점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하도록 만든 책이 <이름의 빈자리에>이다. 그러면서 제목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이름의 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이니, 어디에서라도 이름을 가져다가 채워넣어야할텐데, 어느 이름을 가져다가 넣으면 좋을까. 그 빈자리 채워넣고 싶은 이름들이 많아지겠구나, 싶었다.
생전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스스로 지은 순간이다. 그 이름으로 불린 첫 순간이다. 큰딸은 지치지 않는다. 저 소리는 나를 부르는 것이다. 나를 부르면 얼른 돌아서서 마주보면 된다.(...) 이름을 부르고 대답하는 걸 하염없이 반복하는 두 사람, 이름 없'던' 자매의 얼굴을 나는 거의 울면서 보았다.(29쪽)
자신의 존재적 의미를 비로소 인지하게 된 순간의 감격이 얼마나 소중하고. 누구나에게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 무척 고통스런 결과를 낳게 되더라도 그럼에도 기꺼이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생명과 맞바꿀 정도로 간절하다는 것. 이름이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름은 그 사람의 존재로의 인정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존엄하고 숭고한. 어떤 것보다도 상위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름인 것이다.
작은 존재는 바로 티티우가 된다. 티티우는 몇 번이고 새로 지어 받은 이름 '티티우는'를 소리 내어 불러본다. 티티우, 티티우. 둘이서 함께, 티티우, 티티우. 밤 숲이 다 울릴 만큼, 펄쩍풀쩍 점프하면서 외친다. 굉장한 이름이야, 티티우. 덤블링 하면서도,티티우. 저다지도 기쁠까.(80-81쪽)
기쁠 것 같다.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경험을 이름을 얻은 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이 더 많이 부르게 되는,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부르며 기뻐하는 저 장면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저 장면의 앞뒤로 더 이상 티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만큼 이미 이름을 얻은 후이니, 그 이후에는 이름을 위한 여행이 아닌 이제 진짜 자기 자신을 위한 여행을 시작했을 것 같다.
별 거 아닌 것같은 이름이 갖는 무게와 그 깊이, 필요성과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고 중요하구나. 이름이 그 존재의 가치를 어떻게 빛내줄 수 있는지, 그런 빛남을 우린 얼마나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저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다는 시 구절이 생각난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비로소 다가가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이름이 그 존재를 존재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이름을 어찌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고, 다른 이들의 이름을 소중히 불러보게 되고, 여러 작품속에서 이름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를 살피게 될 것 같다. 이제 한동안 이름을 신경쓰며 지내게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