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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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복길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나를 울리고 나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국뽕이란 단어가 생겨나고 방역이란 말 앞에도 K가 붙는 때가 있었다. 뭐든 K가 붙으면 괜히 뭉클하게 되고 어깨가 높아지고 또, 내가 그 관계자일 리가 없는데 그냥 나도 그 K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목소리도 커지고. 당연히 K-드라마, K-푸드에 K-팝이 붐이었고, 그런 붐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며, 언론에서도 기타 다양한 방식으로도 그 위세를 강조하고 했다. 그 중 K-팝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힘이 막강했고, 세계적인 음악 순위에도 곧잘 이름을 올리는 걸 보며, 우리의 것이 그만큼 인정받는 수준이 되었구나 싶어 더 자랑스러워하곤 했다

케이-팝(K-pop)
명사
(음악) 현대 한국의 대중가요를 다른 나라의 대중가요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케이팝 스타.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의 수도 함께 늘고 있다.

사전에 나와있는 정보다. 역시, 상대적으로 우리의 것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하는 용어였다. 이러니, K의 일원이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또 쉽사리 그 일원에서 벗어날 일은 없겠다 싶다. 그런 케이팝이다.

늘 케이팝은 '듣는 음악'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7쪽)

'듣는 음악'이란 표현이 신선했다. 듣기만 하기 위해 음악을 들었던 때가 언제였나, 생각해봤다. 언젠가부터 소비되기 위한 상품으로 인식되었고, 그런 상품으로서 더 높은 가치를 두기 위한 화려함이 늘 동반되었다. 나의 덕질 시절에도, 우리 아이들의 덕질 시절에도. 잡지에 나온 사진을 잘라 친구들과 나눠가지고, 콘서트장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이에 다가가 보고 싶어하고, 앨범과 굿즈를 사고 모으며 방 벽에 그들의 사진을 도배해놔야 좋아한다는 표시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거부하는 '듣는 음악'이라니. 이미 이쯤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노래 한 소절만 떠올리고 거기에 얽힌 추억이 줄줄 딸려 나온다. 그 감상을 하나하나 낱낱이 추궁해야만 비로소 노래를 "들었다" 말할 수 있다. "아, 케이팝이요? 진짜 흥미로운 음악이죠" 하고 교양 있는 웃음을 짓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이야기다.(69쪽)

그럼 그럼,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노래만 들어도 그 노래와 관련한 이야기를 친구와 끝없이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노래에 한창일 때의 그 시절을 소환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노래에만 빠져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마주친 노래를 만나게 되면, 그 노래를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고 붙들고 반가움의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는 건, 우리 모두의 공통된 마음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린 이미 '듣는 음악'을 실현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2NE1이 영원할 줄 알았다. 이건 사랑과 그리움을 대충 뭉뚱그려낸 응원의 표현도, 순진한 바람도 아니다. 정말로 나는 2NE1이 영원할 줄 알았다. 아이돌 그룹 안과 밖에 맞물린 수많은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영원'이란 얼마나 연약하고 부직없는 개념인가 싶지만 적어도 2NE1에겐 그게 가능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쯤에서 뭔가 멋있는 말을 인용해야 하는데 떠오르는 것은 오직......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결국에 넌 변했다는 가사......(172-173쪽)

우리가 바라보는 아이돌이란 세계는 그저 겉으로 포장된 모습의 일면일 뿐이고, 그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일들이 잔뜩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짐작만 할 뿐 그 실체를 알 수 없으니, 그 안에서 아이돌은 또 음악은 어떻게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지 알 길이 없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간섭,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여러 논리가 얽히면서 마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을 것 같은 아이돌의 슬픔과 아픔과 괴로움과 쓸쓸함을 짐작만 할 뿐이다. 알려고 들면 충분히 알 수 있을테지만, 어쩌면 살짝 눈 감고, 노래를 통해 전달받는 그 최종적인 행복감만을 위해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노래를 노래로만 즐기고 싶은 것이다.

'싫어하는 것을 일로 삼는 편이 낫다'라는 선생의 조언이 반쯤 실현된 상황에서 나는 이제 체념을 해보려고 한다.(308쪽)

어쩌면 내가 눈감고 노래를 노래로만 남겨두려는 마음은,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전문으로 파고드는 일이 좋은 결과만을 안겨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니, 나는 이 노래들을 다시 들으며, 추억 한바구니 꺼내놓는 호사를 누려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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