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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ㅣ 허블청소년 4
케빈 윌슨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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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케빈 윌슨 장편소설/박중서 옮김. 허블. 2026.
프랭키와 지크. 그들의 열여섯에 콜필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삶에서도 그리고 그들이 사는 사회에서도 그 시간과 공간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들이 열여섯에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내던 것은 진짜 포스터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 이들에게 다시 어떤 의미로 작용했을까. 그들에게 있어 그해 여름의 콜필드를 두고두고 어떤 여름으로 기억하며 살아내고 있었을까.
'가장자리는 판자촌, 금 탐광꾼 우글거리고, 우리는 도망자, 법은 우리를 잡으려고 잔뜩 허기졌지.'(60쪽)
문장 안에 도사리고 있는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한눈에 딱, 이거라는 의미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불만과 화가 드러나는 느낌은 느낄 수 있다. 이 문장에 직접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가리키는 것인가를 알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어보인다. 다만 이 문장을 떠올리는 프랭키와 이 문장을 마음에 들어하는 지크에게는 지금의 이 시기를 지탱할 수 있도록 잡아줄 수 있는 매우 요긴한 끈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들에게 이 문장의 포스터가 없었다면 과연, 이 여름을 지날 수는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여름이 이들에게 평범할 수는 없었다. 각자 안고 있었 분노와 고뇌가 있었으니까. 자신의 특히 가족으로 인한 상처와 아픔은 쉽게 사라질 수 없었고, 그로 인한 감정을 토로하고 해소하기 위한 장치나 도구는 분명 필요했을 것이다. 그때 둘은 만났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알아봤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사람은 초능력을 발휘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나와 비슷한 자를 한눈에 알아보게 되는 초능력. 프랭키와 지크 둘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서로가 서로의 눈에 띄도록 만들었겠다 싶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를 초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부조리했다.(173쪽)
어찌보면 이 사회가 다 그렇다. 무엇 하나 바람직하거나 바르게 돌아가는 것이 하나도 없는 듯이 보인다. 어떤 것도 제정신이 아닌 듯, 잔뜩 문제 요소를 머금고 있으면서 뻔뻔하게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양, 오히려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로운 듯 비춰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대부분은 착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두가 좋기만 하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이 사회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겉으로 비춰지는 것 보다 그 이면에 감추고 있는 것이 더 많으며, 그런 이면은 어떤 하나의 자극이 촉매가 되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삐딱한 방향으로 폭발하게 된다. 딱 부조리 그 자체다.
잠재되어 있던 한순간 겉으로 드러나며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뻗어나가게 되는 무서운 기운이 생긴다. 그 무서운 기운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형성되기보다는 무척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지경을 보여준다.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꿈틀대다 한순간 전체를 장악하고 마는 모습이 연상되는 것이다. 콜필드를 비롯한 사회 전체는 너무도 빠르게 그 기운에 휩싸이고, 사람들은 그 기운 안에 들어가기 위해 더욱 애쓰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실체를 확인하기보다는 그저 그런 분위기가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쉽게 동조하고 물들게 된다. 프랭키와 지크는 그런 사회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뿐이다.
어른의 눈으로 이 소설을 읽으며, 이 두 아이들의 행위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 둘이 함께 여름을 지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안심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어쩌면 이 여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이 둘을 더욱 휘청이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이 삶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 분명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다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고 어느 정도 감내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