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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
김유나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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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 김유나 소설집. 창비. 2026.
어떻게 사는 삶이 과연 옳은 걸까. 옳다 그르다는 기준이 있기는 한 걸까. 만약 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 그런 무언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들은 옳은 쪽일까 그른 쪽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의 몫을 향해 꾸역꾸역 잘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기반에 깔려있는 의문이, 남들처럼 성공하거나 혹은 돈을 많이 벌거나 아니면 무언가 성과를 거두고 그에 따른 긍정적인 결과물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삶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 또 꼭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 괜히 더 관심이 가고 또 끌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뭔가 딱 마음에 드는 결론은 없다. 우리의 진짜 삶이 그렇듯 무슨 일이라는 게 무 자르듯 단칼에 서걱 하고 잘려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뭔가 찜찜함이 남기는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또 그럴 수밖에 없지 싶기도 하는 지점인 것이다. 뭔가 그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지만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때, 그리고 문득 그런 삶 안에서 잠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 때, 사람은 자신이 살 방도를 또 찾게 되어 있으니까. <랫풀다운>의 '석용'을 보며 어쨌든 살아야하니까, 뭐든 살기 위해 몸을 쓰려하고 있구나 싶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만큼까지 와 있는 지금의 현실을 딱 인지하게 되는 순간, 그 동안의 나와 내 주변이 무척 낯설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어쩌면 다시 시작해야하는 때.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꾸역꾸역 움직이게 되는 때인 것 같다. 마치 나도 함께 저 바닷속으로 꾸룩꾸룩 공기 빠지는 소리를 들으며 깊게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알 수 없는 마음이 일었다. 이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것도 같았고, 모를 것도 같았다.(...) '지겨워'와 '미안해' 사이를 오갔을 현권을 마음, 그 마음만은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35쪽)
생각해보면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은데, 왜 늘 이러지 못 해서 안달, 저러지 못해서 안달일까 싶기도 하다. <이름 없는 마음>의 현권을 보내며 나는 한편으로 홀가분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한편으로는 또 반복되는 마음을 부여잡고 이러고 저러지 못해 안달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그 '지겨워'와 '미안해' 사이의 그 마음을 이해하고 인정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은 사실이니까. 제목처럼 뭐라 이름을 붙일 수 없지만 이름이 없어도 다 알 것 같은, 둘의 마음과 그 마음으로 인해 내내 이어져갈 관계가 무엇일지도 짐작이 되는, 그 마음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이래서 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 자꾸 더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 너무 잘 알 것 같은 마음이어서.
물론 <부부생활>의 구영수와 오진희가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는, 두 사람의 비밀이 조금은 어이없기도 했고, <내가 그 밤에 대해 말하자면>의 '유영'이 처한 상황은 화도 나고 걱정도 된다. <으름 씨 뱉기>의 '채림'과 '현우'의 계획이 성공할 지에 대해서도 의심의 마음이 더 크다.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보단 그렇지 못한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운다.
그래도 이들은 어쨌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삶이라는 거다. <물이 가는 곳>에서도 그런 거였다. 물론 모든 일이 다 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대표'를 협박한 이후 딸을 마추진 그 심정이란 과연 무엇일지. 발의 통증보다 마음의 쓰라림이 더 클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오른발 뒤꿈치로 살살 땅을 딛고 걸음을 떼는 데 성공한 다음 왼발, 또 오른발, 절룩이며 내리막을 향해 갔다.(220쪽)
그럼에도 딛고 딛고, 절룩이면서도 가야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살며,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너 하는 그 일>의 '태은'이 가는 길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 다음의 걸음을 내딛는 것일 뿐.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고 태은이 생각했을 땐 이미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쏟아지는 중이었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내리막을 달려 곤두박질치는 일뿐이었다.(108쪽)
이 문장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지금 우리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기가 더 위험하고 힘들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곤두박질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우린 이런 속도감을 늘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속도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그 속도에 휩쓸려 제 의지와 상관없이 가야하는 때가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속도를 이기지 못해 다시 멈춰 서지조차 못하는 것이다.
여운이 남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