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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비밀 ㅣ 창비청소년문학 143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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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비밀. 강은지 장편소설. 창비. 2026.
제목부터가 역설적이라고 생각했다. 비밀이라면 오히려 더 숨기고 조용하고 감추느라 애써야할 것 같은데, 소란스럽다고 해서. 그렇다면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이런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알쏭달쏭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궁금증 유발! 과연 어떤 소란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읽어서 확인하는 수밖에. 바로 읽었고 단숨이 다 읽어버렸다. 재밌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또 안타깝기도하고 그래서 뭉클해지기도 하고. 소설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온갖 감정으로 모두 경험한 느낌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눈에 눈물이 차올라서 혼났다.
사람 마음은 쉽게 변해. 그래서 난 변하지 않는 관계를 갖고 싶었을 뿐이야.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 함부로 관계를 끊을 수 없잖아.(124쪽)
중2 아이들을 어느 정도는 잘 안다. 이 시기가 친구와의 관계와 학교에서의 소문이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겪는 문제, 특히 중2 여학생들이 겪는 문제의 90퍼센트는 모두 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해서 관계를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좋은 방식의 시작은 아닌 게 맞다. 하지만 이런 방법 말고 다른 걸 생각해내지 못할 정도의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절실한 거다.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한 지는 직접 그 입장이 되어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있다는 걸 잘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이 아이들은 저마다의 진짜, 누구에게 말할 수 없지만 무척 아프고 속상하고 화가 나는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비밀이 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는 무거운 짐이 된다. 그런 짐을 어린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심히 벅차보이는 것이다. 그런 벅찬 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나누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한 마디만으로도 그 짐의 무게는 훨씬 줄어들 수 있으니까. 사실, 이 아이들은 그것을 바랐던 것이다. 누군가를 힘들게 하려고 혹은 나쁜 의도로 내지는 진짜 협박의 목적으로 비밀을 써먹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 비밀을 통해 조금이나마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아이들이 원했던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얘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비밀이라는 건 뭘까. 비밀은 서로를 아주 멀리 떨어트려 놓기도 하지만 아주 가깝게 붙여 놓기도 한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서로의 약점을 주고 있는 일이라던 유진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서로의 약점을 보살펴 주는 것.(177쪽)
그래서 제목이 <소란한 비밀>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꽁꽁 숨기고 있는 편보다 적당히 비밀을 공유하는 편이 관계를 더 공공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밀이 너무 조용하면 안 되는 거다.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주변에 알려져야 그 비밀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보살펴'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관계는 더 단단해지는 것이다. 비밀이 소란스러울 필요가 여기 있었구나 싶어 살며시 미소짓게 된다.
'선인장을 안은 아이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아, 나도 저런 아이디어를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심이 생기기도 했다. 자신의 아픔을 딛고 다른 이들의 상처를 안을 수 있는 아이들이 되었다는 것이 참 기특했다. 아, 이 소설 꼭 내가 아는 중2 여학생들에게 추천해줘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